외톨이가 된 소녀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외톨이 소년과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된다. 거의 유일한 친구인 두 사람. 하지만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소년은 소녀의 곁에서 사라진 듯했다. 그런데 어느 날 소녀보다 나이가 스무 살 가까이 많아 보이는 남자가 다가와 말한다. “수린아, 나 성민이야.

처음에는 수린도 당연히 그 남자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일기를 읽으며 수린은 그가 성민임을 알아차렸다. 두 사람이 함께한 시간과 마음은 쉽게 믿기 어려운 것들도 믿게 하는 힘을 주었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들의 말을 믿지 않았고, 수린은 실종 후유증으로 허언한다는 말을 들었으며 어른이 된 성민은 아이들 납치 사건의 용의자로 몰린다. 결국, 두 사람은 불신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지만, 또 한 번의 마법은 수린의 생명을 살리는 데 쓰였다.

영화는 얼핏 봐서는 재미있겠다는 느낌은 없다. 뚜렷할 정도로 강렬한 캐릭터도 없고, 선악의 구분이 명확하다거나 하는 것도 없다. 사건도 크고 긴박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물론 경찰이 성민과 수린을 쫓는 장면은 가장 긴박하다). 그 대신 이 영화는 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가는 데 초점을 맞춘다. 믿을 수 없는 사실을 가장 먼저 믿게 되는 수린의 외로움, 두려움 같은 감정들. 아무도 믿지 않을 공간에서 혼자 성장한 성민의 외로움, 두려움, 그리움 같은 감정들. 이런 감정들이 눈빛, 표정, 손짓 등 작은 것에서 묻어나온다. 마지막에 수린과 성민이 다시 만났을 때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빛은 정말 많은 말을 하고 있었다.

홍보 기간이나 포스터에는 강동원이 전면에 나와 있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강동원이 맡은 성민이 아니라 신은수가 맡은 수린이다. 성민도 중요한 캐릭터인 건 맞다. 하지만 일기 속 수많은 대화, 그리고 폐가의 벽면을 가득 채운 수린의 뒷모습을 보면, 성민의 세계는 수린이 채우고 있었다. 그래서 성민의 존재도, 그의 모험도 수린이 그를 ‘믿는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성민보다는 수린의 이야기와 수린의 감정에 집중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또 하나 눈길이 가는 요소는 배경이 된 가상의 섬 화노도다. 아름다운 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는 마치 환상동화의 한 장을 보는 듯하다. 특히 가려진 시간 속에서 그려진 화노도의 자연과 일상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섬이 주는 서정적인 분위기, 따뜻한 감성은 신비로운 이야기와 맞물려 독특한 감성을 선사한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 홍보나 인터뷰 기사 등을 접하면서 가진 인식(또는 편견) 같은 게 있었다. 이 영화는 강동원 중심일 것이라는 생각, 말간 아이와 남자 어른이 중심이 된다니 좀 징그럽다는 느낌. 그리고 고질적으로 나오는 “한국 영화는 나랑 안 맞는다”는 편견. 이런 사고가 얼마나 편협했는지, 한 번 더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 다만 당시 <신비한 동물 사전>이 동시에 개봉한 것과 상관없이 극장에서 크게 인기를 얻지 못한 이유는 알겠다. 감성이 우선시되는 영화라서 액션과 긴장감을 주는 작품들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할 것 같았다. 대신 외국에서 굉장히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다. 다행히 외국 바이어들이 포스터만 보고 바로 판권을 사 갔다는 말을 들어서 안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