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알못(스타워즈 알지 못하는 사람)의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 감상기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기 위해 4~5번 정도 시도해 봤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마다 10분도 못 보고 껐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나오는 레퍼런스를 봐도 ‘아, <스타워즈>에 나오는 거구나….’ 정도로만 받아들일 뿐, 그 이상을 알고 싶어서 매번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매번 실패했다. 시간은 흘러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나오고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이하 로그 원)>가 나올 때까지 나는 계속 그런 상태였고, 그렇게 <스타워즈>는 내게 가장 진입하기 힘든 시리즈 영화가 되었다.

그래서 아마도 이 글은 내가 가장 자신 없게 쓰는 영화 감상이 될 것이다. 영화의 30% 정도만 즐기고 왔다는 것을 나 자신이 잘 알고 있으므로, 30%를 알고 본 것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두렵다.

 

 

 

알려진 대로 <로그 원>는 스타워즈 세계관에 뿌리를 두었지만 오리지널 시리즈와 직접 이어지지는 않는 이야기이며, 시기와 내용으로는 첫 스타워즈 영화(이자 시리즈로는 4편에 해당하는) <새로운 희망>의 전편 정도이다. 이제 막 연합을 형성한 반란군들이 제국군에 대항하기 위해 제국군 필살의 무기의 설계도를 훔치는 과정이 그려진다. <새로운 희망>에서 나온 ‘반란군 스파이들이 비밀스러운 계획을 훔치다’를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스타워즈>를 모르기 때문에 기대치가 그렇게 높지 않았는데, 초반부는 그 기대치를 밑돌 정도로 재미없었다. 행성을 오가면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시간 순서에 따라 정직하게 전개되는데, 다뤄야 할 이야기가 많다 보니 집중력 있게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초반부가 지나고, 여러 사건이 정리되고 주요 인물들이 한 공간에 있게 되면서 어수선한 느낌은 정리가 되고, 최종 목포를 세운 반란군들의 활동은 거침없이 진행된다. 마치 사방에서 뛰어오는 사람들이 어느 한 지점에서 만나고, 같은 방향으로 내달리는 느낌이랄까.

 

 

 

맞다. 사실 스알못이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장면은 반군과 제국군이 스카리스에서 격돌하는 장면이다. 용기 있는 ‘로그 원’의 궤멸로만 끝날 수 있던 전투는 지원군들의 등장으로 지상부터 우주로 확대되고, 규모는 커지고 액션은 더욱 박진감 넘친다. 설계도를 빼내고 전송하려는 진과 카시안, 지상에서 제국군을 교란하는 반군들, 반군들이 위기에 몰렸을 때 나타난 함대와 전투기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주는 지점은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반격하고 또 반격하는 저항군들에게 어느 순간부터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냈고, 마침내 목표한 것을 이뤄냈을 때는 감격하기도 했다.

관객들을 놀라게 할 장면은 역시 빠지지 않는다. ‘데스 스타’의 설계도가 전송되기까지 수많은 반군이 제국군의 칼날 앞에 스러져갔지만, 마지막 3분, 제국군의 엄청난 무력을 실감했던 그 3분 동안은 장면 하나하나에 멘탈이 조각나는 느낌이었다. ‘전투 장면이 있으니까 거기서 사람들이 많이 죽겠지.’라고 생각했어도, 캐릭터가 하나둘 사라질 때 이 영화가 이대로 쭉 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 했다. 그동안 불멸의 액션 히어로 영화만 봤기 때문에, ‘인물이 죽는다.’라는 것에 대해 다소 안이하게 생각했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제대로 타격받았다. 전쟁에서는 사람이 죽는다. 왜 그걸 잊었던 걸까.

 

 

 

<로그 원>이 다른 <스타워즈> 영화와, 그리고 최근 나온 많은 액션 영화와 다른 차이점은 결국 이 부분일 것이다.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한 딸의 노력, 자신에게 삶의 목표를 심어준 사람에 대한 보답, 옳다고 믿고 수많은 일을 해왔던 군인의 마지막 임무수행, 이웃 사람들과 고향을 잃은 이들의 마지막 저항. 이 이야기들이 합쳐진 것들이 <로그 원>이다. 우주선과 광선검,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데스스타를 걷어내면, 결국 우리가 알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이 지점을 찾을 수 있다면, <스타워즈>를 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영화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렇게 보고 나니, 약간 자존심이 상한다. 왜 ‘<스타워즈>를 알지 못 해서’ 이 영화를 100% 즐기지 못하는 걸까. 중요한 인물이나 내용이 나오는 걸 모두 다 놓쳐서 정작 시리즈물로서의 이 영화의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에 약간의 패배감도 든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감독들이 ‘더 이상 입문자들을 배려할 수 없다.’라고 한 말에 적극 동조한 사람으로서) 1977년부터 진행된 이야기에 “내가 잘 모르니까 알아듣게 이야기해 줬으면 좋겠는데요.” 라는 태도를 취할 수는 없었다. 이제 궁금하면 내가 배우고 아는 수밖에.

 

>> 영화 정보 확인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테일러콘텐츠 크리에이터: 겨울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