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거장의 실력과 품격입니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활동한 거장의 실력과 품격, 혹은 아직도 뿜어내는 열정에 환호를 보냅니다.

오늘 말할 거장은 85세의 나이에도 열정을 뿜어내는 존 윌리엄스입니다.

 

 

제59회 그래미 어워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팝 음악 애호가들에게 최고의 선물인 것은 당연하지만 영화 애호가들도 관심을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이유는 그래미 어워드의 비주얼 미디어 부문 주제가상 (Best Song Written For Visual Media), 비주얼 미디어 부문 최우수 작곡상 (Best Score Soundtrack For Visual Media), 비주얼 미디어 부문 최우수 컴필레이션 앨범상(Best Compilation Soundtrack For Visual Media) 등의 비주얼 미디어 관련 상 때문입니다. 올해 눈에 띈 부분은 비주얼 미디어 부문 최우수 작곡상을 받은 <스타워즈:깨어난포스>의 존 윌리엄스였습니다. 그에게 그래미는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올해까지 해서 총 23회의 수상을 하였으며 최근 수상 역시 2014년 제57회 그래미 어워드로 오랜만에 받은 것도 아니지요. 하지만 이번 수상이 특별한 이유는 그가 자신의 음악인생 최고의 사운드 트랙이었던 스타워즈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일단 후보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후보들은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모든 후보가 존 윌리엄스와의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으니까요. 비록 억지도 조금 들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재미있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스파이 브리지>의 토마스 뉴먼
<스파이 브리지>의 음악감독은 토마스 뉴먼입니다.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 007 스카이폴로 유명하죠.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 하고 싶은 사람은 토마스 뉴먼이 아니라 스티븐 스필버그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는 <컬러피플>(1985) 부터 30년간 함께 작업해온 할리우드의 유명한 명콤비입니다. <스파이 브리지>가 그들이 처음으로 작업하지 않은 작품이지요. 이유는 존 윌리엄스가 건강상의 이유로 음악감독에서 사퇴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와 경쟁을 하게 되다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헤이트풀8>의 엔니오 모리코네
존 윌리엄스와 함께 영화음악의 거장으로 꼽히는 엔니오 모리코네. 재미있는 점은 엔니오 모리코네 역시 존 윌리엄스처럼 오랜만에 자신을 유명하게 해준 서부극으로 돌아왔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스타워즈:깨어난포스>와 <헤이트풀8> 모두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에 지명 됐었죠. 결국, 엔니오 모리코네가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무려 6번이나 지명되었던 엔니오 모리코네의 아카데미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1년 뒤인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존 윌리엄스가 수상했네요. 영화음악계의 거장들이 훈훈하게 상을 나눠 가져갔습니다.

 

 

<레버넌트>의 사카모토 류이치
존 윌리엄스와 엔니오 모리코네만 돌아온 게 아닙니다. <전장의 크리스마스>, <마지막 황제>, <리틀 부다> 등으로 영화음악계에서도 유명한 사카모토 류이치 역시 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 특히 <마지막 황제>와 <리틀 부다>는 그래미에 지명된 적이 있으며, <마지막 황제>는 그에게 그래미를 안겨줬습니다. 그러한 그가 <리틀부타> 1995년 이후로 22년 만에 그래미 어워드로 돌아왔습니다. 존 윌리엄스, 엔니오 모리코네, 사카모토 류이치까지. 이번 그래미 어워드는 오랜만에 돌아오신 분들이 많네요.

 

 

  <기묘한 이야기>의 카일 딕슨과 마이클 스테인
마지막 후보였던 <기묘한 이야기>는 넷플릭스의 드라마입니다. 8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드라마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음악도 한몫을 단단히 했습니다. 음악감독인 카일 딕슨과 마이클 스테인은 80년대 전자 음악의 느낌을 잘 구현하였죠. 그뿐 아니라 기묘한 이야기에서는 <이티>와 <미지와의 조우>에 대한 오마주가 곧잘 등장합니다. <스타워즈>, <조스>, <이티>, <미지와의 조우> 등에서 존 윌리엄스의 음악은 환상적이었고 80년대 영화음악을 대표하죠. 그들은 존 윌리엄스의 음악을 들으면서 꿈을 키워왔을 세대입니다. 이렇게 80년대와 그 문화를 잘 표현한 드라마가 존 윌리엄스와 만난 것이 기묘하게 느껴집니다.

 

“내 영화는 사람들의 눈에 눈물을 고이게 하지만, 그것을 흘러내리게 하는 것은 윌리엄스의 음악이다.”

                                                                                                                                                 – 스티븐 스필버그

 

제58회 그래미 후보작들을 살펴보았는데요, 존 윌리엄스와 스타워즈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겠죠. 그에 스타워즈의 사운드 트랙은 각별합니다. 그가 스토리를 맡게 된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스타워즈에 웅장하고 거대한 음악을 넣고 싶던 조지 루커스는 바그너의 음악을 넣고 싶어 했습니다. 그때 스타워즈 시사회를 보고 난 스티븐 스필버그가 자신의 절친한 친구인 존 윌리엄스를 추천했지요. 존 윌리엄스는 말했습니다. “바그너보다 더 멋진 음악을 만들겠다”. 결국, 스타워즈의 웅장한 사운드트랙이 탄생했지요. 스타워즈를 보고 스티븐 스필버그는 조지루카스에게 존 윌리엄스를 소개해준 것을 후회하였다고 합니다. 자신의 영화 ‘미지와의 조우’의 사운드트랙보다 뛰어났으니까요. 영화가 나온 뒤 그는 스타워즈를 통해 아카데미와 그래미를 동시에 석권하였습니다. 특히 메인테마곡은 이제 스타워즈 자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유명합니다. 메인테마의 트럼펫 솔로를 들으면 글자가 위로 올라가는 스타워즈의 오프닝이 생각나고, 스타워즈를 생각하면 어느새 입에서 트럼펫 소리가 흘러나오죠. 존 윌리엄스는 스타워즈와 오프닝에서 나오는 트럼펫 소리와 함께 역사에 남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엔니오 모리코네, 사카모토 류이치. 경쟁자로 만난 명콤비 스티븐 스필버그, 그의 음악에 영향을 받은 기묘한 이야기까지. 이번 그래미 비주얼 미디어 부문 최우수 작곡상은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오늘 다시 스타워즈 정주행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