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재심’의 메시지는 간결하다.

“법이 지켜야 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다”

 

영화에서 메시지는 중요하다. 메시지는 영화가 기획되는 단계, 혹은 단순하게 한 문장으로 구상할 때부터 존재한다. 하지만 결국 영화는 그 메시지를 표현 해야 하죠. 그 표현 역시 영화에서 중요하다. ‘재심’은 메시지는 존재하지만, 표현이 부족한 영화다.

 

(이미지: 네이버 영화)

 

돈 없고 배경 없는 변호사 준영(정우 분)은 연수원 동기인 창환(이동휘 분)의 도움으로 거대 로펌에 들어가게 되고, 대표의 환심을 사기 위해 무료 변론 봉사를 간다. 거기서 만난 현우(강하늘)의 어머니(김해숙 분)를 만나 사건을 듣고는 명예와 돈을 얻기에 좋은 기회라고 직감한다. ‘재심’은 이후 그가 사건을 조사해가면서 정의감을 얻게 되고 부당한 처벌을 내린 재판을 무르기 위해 노력하며 겪는 이야기다.

 

(이미지: 네이버 영화)

 

‘재심’의 이야기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부당한 기득권에 당한 억울한 비기득권을 도와주는 정의로운 영웅에 대한 이야기. 영웅의 모습은 슈퍼히어로, 킬러, 변호사 등의 많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영웅의 모습을 변호사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재심’은 영화 ‘변호인’과 공통점이 많다. 하지만 둘은 다르게 느껴진다.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지점은 주인공의 변화다. ‘변호인’은 주인공의 변화를 설명하는데 영화의 반을 할애한다. 그만큼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고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관객들은 주인공을 보면서 감정이입하고 그가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한다. 하지만 ‘재심’은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의 평면적인 캐릭터는 마치 변하기로 설정되어있던 인물처럼 보인다. ‘재심’의 주인공 준영도 캐릭터를 구축해 나간다. 하지만 그 캐릭터는 너무 과격하다. 로펌의 대표가 있는 모임에서 돈을 위해서만 일해야 한다고 외치던 변호사가 의뢰인과 그 어머니를 만나며 정의롭게 변하는 과정은 너무 급작스럽게 느껴진다. 이러한 평면적인 캐릭터는 영화 자체의 개연성과 개성을 떨어트려 입체적이지 못하게 만든다. 비단 개연성은 주인공의 캐릭터 설정에서만 떨어지는 게 아니다. 현우가 언제 건달들에게 수정의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는지, 이전에 치고받고 싸우던 건달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풀어진 것인지, 현우가 사라졌을 때 준영은 그가 살인하러 간지 어떻게 알았는지 등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빼고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러한 사소한 부분들이 영화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하는 중요한 부분인데도 말이다.

 

(이미지: 네이버 영화)

 

개연성뿐만 아니라 영화의 장르적 쾌감 역시 떨어진다. ‘재심’은 계속하여 “법이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법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하지만 어느새 거기에서 벗어나 액션 영화처럼 마무리된다. 그리고 그사이 빈 공간을 감정으로 채워 넣는다. 끊임없이 사법부 혹은 사회의 악의적인 행위들을 보여주면서 관객을 분노하게 했던 영화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지 않고 끝을 낸다. 재판 씬을 넣지 않은 것은 감독이 추구하는 방향이 법정 스릴러가 아닌 드라마였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렇다면 주인공을 변호사인 준영이 아니라 피해자인 현우로 했어야 더 어울렸을 듯 하다. 재판 씬 없이 자료만 모으다 끝난 ‘재심’은 갈 길을 잃어버리고 끝난다는 느낌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뛰어나다. 정우와 각자 관계를 맺는 강하늘과 이동휘와의 궁합은 밋밋한 캐릭터를 조금이라도 입체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시각장애인 어머니로 나온 김해숙과 로펌 대표인 이경영은 반대되는 각자의 입장에서 중심점 역할을 해준다. 조연들의 연기 역시 좋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에 비해 캐릭터는 너무나 아쉽다. 진범, 형사 출신의 수위, 건달, 악덕 형사, 두 번째 증인 등 조연들의 캐릭터들은 완결되지 않고 소비만 된 채 사라지고 만다.

감독은 ‘재심’을 법정 스릴러가 아닌 드라마로 만든 듯하다. 그렇다면 법에 대한 이야기, 기득권의 악행은 드라마를 위해 관객들의 분노를 끌어올리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분노를 감정에 치우친 신파로 해소하려는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갔다. 한국 영화적이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이럴 때 쓸 수 있을 것이다. ‘재심’은 한국 영화적이다.

 

(이미지: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