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Starz>

 

2015년, 큰 화제가 되었던 Starz의 판타지 역사 드라마 <아웃랜더>가 2시즌 방영이 시작됐다.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 요소, 스코틀랜드의 아름다운 풍광, 18세기를 배경으로 영국의 정치지형과 로맨스를 적절하게 버무린 스토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아름답고 멋진 섹스신’으로 원작의 팬들뿐 아니라 드라마 시청자들도 크게 만족시켰다. 하지만 ‘아웃랜더’의 섹스신은 단순히 “쟤랑 쟤랑 (또) 하는구나” 이상의 의미와 의의가 있다. <아웃랜더> 속 섹스에 담긴 동등함, 평등, 그리고 ‘아웃랜더’가 펼쳐놓는 ‘여성의 환상에 기반한 섹스신’의 의미에 대해 다룬 벌쳐(Vulture)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TV 최고의 섹스는 Starz의 스코틀랜드 배경 시간여행 페미니스트 SF 판타지 드라마에 있다

– <아웃랜더> 를 찬양하라! by Jennifer Vineyard (링크)

 

시작은 성에서의 오럴 섹스였다. <아웃랜더>의 첫 섹스씬은 SF와 액션 어드벤처, 역사적 픽션이 뒤섞여 장르가 불분명한 이 드라마에서 섹스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일종의 선언, 또는 공동 책임프로듀서인 마릴 데이비스(Maril Davis)의 표현에 따르면 ‘활 시위에 매긴 활’ 같은 것이었다. 주인공 클레어는 1945년, 남편 프랭크와 함께 폐허가 된 성을 둘러본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마침내 스코틀랜드로 휴가를 떠난 부부가 다시 한 번 관계를 맺을 때가 되었다. 클레어는 먼지가 가득 앉은 테이블에 앉아 그녀의 치마를 슬쩍 들어올려 가터벨트를 드러냈고, 프랭크는 그녀가 속옷을 입고 있지 않은 걸 보았다. 그녀는 그가 무릎을 꿇게 한 후, 자신의 몸을 노출하지 않고 그 섹스를 즐겼다. “그건 클레어가 하자고 한 것이고, 남편에게 어떻게 할지 지시한 것도 그녀였어요.” 클레어 역의 배우 카이트리오나 밸프(Caitriona Balfe)가 말했다. “우리는 여성이 남성의 욕망의 대상으로 그려지는 것은 자주 봐서 익숙하지만, 여성이 자신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드러내고, 이를 드러내며, 그 과정을 조율하는 모습을 보는 건 매우 드물어요.”

첫 번째 에피소드가 드라마의 분위기를 설정했다면, 드라마가 진정한 의미의 페미니즘적이고 TV에서는 도전적인 작품이 된 건 클레어의 결혼식날 밤 장면이었다. A.V. 클럽은 이 장면을 “여성의 응시(gaze)를 가장 과감하게 드러낸 장면 중 하나다.” 라고 지적했다. 재즈벨(Jezebel)은 “남자만을 위해서 쓰이지 않은 흔치 않은 섹스 장면이다. 여성 여러분, 맘껏 보세요.” 라고 강력히 권했다. 페미니스트 작가 록산 게이(Roxane Gay)는 그녀의 벌처 리뷰에서 더 명백하게 표현했다. “이 에피소드는 완벽했고, 날카로웠고, 그래서 완벽했다.” 시청자들도 이에 동의했다. Starz에 따르면 첫날밤 에피소드를 본 시청자는 모두 5천2백만 명이었다.

드라마의 원작인 다이애나 개벌든이 집필한 소설을 사랑하는 팬들은, 드라마 장면이 원작에서 표현된 만큼 감정적이고 에로틱한지에 대해 게시판에서 끊임없는 논쟁을 벌였다. 결혼식날 밤 씬은 클레어와 남편 2번 제이미가 처음 섹스를 하는 장면이었다. 클레어와 프랭크는 클레어가 우연히 신비한 돌을 만진 후 200년 전 영국군과 스코틀랜드 전사들의 전투 사이에 떨어지는 시간 여행을 하게 되면서 다시 헤어졌다. 1743년에 갇혀 다시 돌아가는 방법을 모르는 상황에서, 클레어는 순전히 실용적인 목적, 즉 자신의 안위를 보호하기 위해 한 하이랜더와 결혼을 하게 된다. “다른 드라마라면 제이미는 아마 바보로 그려졌을 거에요.” 그를 연기하는 배우 샘 휴언(Sam Heughan)이 말했다. “육체파 남자주인공 정도로요.” 육체파라는 부분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제이미는 똑똑하고, 위트도 있으며, 감성적이고, 로맨틱하고, 그날 밤까지는 숫총각이었다.

여성이 극본을 집필하고(작가 앤 케니 Ann Kenney) 여성이 연출을 한(감독 앤 포어스터 Anna Foerster) 이 에피소드에서 제일 중요한 건 제이미를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감독은 극본에 없는 동작을 추가했는데, 바로 클레어가 제이미에게 그를 보고 싶으니 셔츠를 벗으라고 말한 후 그의 벗은 몸 주위로 한 바퀴를 도는 것이었고, 이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굉장히 좋았다. 이 장면에서 제이미의 표정은 ‘대박’이었다. 이미 ‘움짤’로 많이 돌아다닌 이 장면에서 제이미는 기쁘고, 혼란스럽고, 경이롭고, 그리고 혼이 빠져 나가는 듯한 표정으로 그가 느끼는 오르가즘을 표현한다. (“아, 정말 안 보고 싶었어요!” 휴언은 웃으면서 말했다. “아마 끔찍하게 나왔을 거에요. 그래도 그게 클레어의 눈을 통해 본 모습인 거죠.”) 그리고 여기에서도 ‘기회의 평등’이 등장하는데, 제이미가 그의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경험을 하는 데 정신이 없는 동안에도, 클레어도 이걸 즐기고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면서 클레어의 즐거움을 다루기도 하기 때문이다. (클레어 또한 이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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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Starz>

 

<아웃랜더>는 표면적으로는 시간 여행, 정치, 그리고 낯선 땅의 낯선 사람이 된 것을 다루고 있는 듯하지만, 이 관계와 이날 밤이야말로 이 작품의 진정한 ‘심장’이라고 쇼러너 로널드 D. 무어(Ronald D. Moore)는 말했다. “전 이 장면이 남자의 환상도 아니고 여자가 침실에서 코르셋을 찢는 장면도 아니기 때문에 커플들이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웃랜더’는 판타지 어드벤처 드라마이지만, 또한 정열적인 두 사람 간의 섹스가 어떻게 그려져야 하는지, 그리고 그 섹스가 세상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른 드라마들(이를테면 <왕좌의 게임>)에서 더 노골적인 섹스신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개 이런 섹스들은 빨리, 위험하게, 그리고 상대적으로 품위가 없이 그려진다. <아웃랜더>의 섹스에는 그런 것들이 없다. 대신, 이 작품에서의 섹스는 결혼, 친밀함, 그리고 여성의 주체 형성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된다. 이 드라마는 한 여성이 서로 다른 시대에서 각각의 남편을 만나는 드라마다. “난 중혼을 했을 뿐 아니라,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한 에피소드에서 클레어가 결혼 반지를 떠올리면서 말한 대사다.

작가실에서의 논쟁 중 하나, 작가들이 벌였던 수많은 논쟁 중 하나는 첫날밤 장면에 소설에서 유명한 그 대사를 넣어야 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SF 장르에선 ‘아론 소킨’ 급이고 <스타 트렉> 프랜차이즈와 <배틀스타 갈락티카> 등의 작품에 참여한 로저 무어이지만, <아웃랜더>를 접한 건 소설 시리즈의 열렬한 팬인 그의 아내, 의상 디자이너 테리 드레슈바흐(Terry Dresbach)와 그의 제작 파트너인 마릴 데이비스를 통해서였다. 무어는 ‘배틀스타 갈락티카’의 스타벅과 같이 강한 여성을 그리는 작업은 익숙하지만 이 작품 자체는 그에게 새로운 영역이었다. 정말 사랑받은 소설 시리즈, 특히 소설의 거대한 여성 팬덤이 드라마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에 나름의 의견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각색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무어는 작가진을 남성과 여성, 책의 팬과 책을 한 번도 읽지 않은 업계 사람들로 구성했다. 어느 모로 봐도 이 구성에서는 정말 활발한 토론이 나온다. 특히 결혼식 날 밤의 경우, 무어는 제이미의 대사인 “숫총각이라고 했지, 수도승이었던 건 아니에요. 당신의 지도가 필요하면 내가 말할게요.”라는 말이 자만하게 들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성들은 격렬히 반대했다. 그의 부인은 그에게 의자를 던져버릴 정도였고 – “일부러 빗나가게 했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 그게 자만하게 들리기 때문에 그걸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저도 나름대로 여성의 시각은 이럴 것이다, 여성 캐릭터는 이걸 하고 이건 하지 않을 것이다 등의 관점을 가지고 있는데, 가끔씩 그 관점들을 현실 속에서 확인을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라고 무어는 말했다.

작품에는 여성 한 사람의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진 중 여성 세 명 – 데이비스, 케니, 그리고 토니 그라피아(Toni Graphia) – 모두가 자신의 관점과 감성을 드라마에 가져온다. 지난 12월, 필자는 케니와 데이비스를 드럼랜릭 성의 세트장에서 만났다. 실제 공작에게서 일주일간 촬영을 위해 사용 허가를 받은 이 곳은 스코틀랜드 시골 깊숙한 곳에 있었고 18세기 스코틀랜드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언덕과 숲, 양과 정원, 강과 시내물로 둘러싸여 있었다. 우리는 배우가 말을 촬영할 자리에 세우는 것을 지켜보면서, 카메라 뒤에서 일하는 여성의 존재가 드라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작가실의 여성 세 사람에게 마치 ‘섹스 앤 더 시티’처럼 각자의 역할이 있는지, 로맨틱한 역할, 정숙한 역할, 성적 모험을 즐기는 역할로 나뉘는지 물어보았다.

“제가 캐리이려나요?” 데이비스는 말했다. “앤이 샬롯일 것 같아요. 토니가 사만다와 약간 비슷하긴 한데, 그렇다고 섹스에 미쳤다는 건 아니고요.”
“제가 사만다라고요?” 그라피아는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저는 미란다 같아요. 왜냐면 전 굉장히 논리적이거든요. 하지만 제 안에 사만다처럼 조금 과감한 면도 있는 것 같긴 해요.”
“모두 다 상황마다 다른 역할을 맡고 있어요.” 케니는 말했다.

남녀 작가를 막론하고 작가 중 그라피아, 매튜 로버츠(Matthew Roberts), 아이라 베어(Ira Behr)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작가는 SF 드라마를 집필한 경험이 있다. 반면 케니는 <그릭(Greek)>, <L.A. 로(L. A. Law)>, <스윗치드 앳 버스(Switched At Birth)> 등을 집필했다. 그러나 그라피아와 케니 모두 이 드라마의 작가실에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다이내믹이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다른 작가실에서는 논의했다고 들어본 적 없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한다. “남자들은 전형적인 남자들이라, 감히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질 못했어요.” 그라피아는 이전 작품에서 겪은 것들에 대해 말했다. “벽돌로 쌓은 벽 같았죠.” 하지만 아웃랜더 작가실에서, 그들은 여자가 남자에게 오럴 섹스를 해주는 게 어떤 느낌인지 말한다. (“여자들한테 말이죠, 섹스 판타지 톱5를 뽑아보라고 하면, 오럴 섹스가 그 중 하나는 아닐 거에요.”라고 케니는 말했다.) 여자가 출산 후 3일 뒤에 말에 올라탈 수 있냐고? (당연하지!) 여자가 갓 낳은 아이에게서 떨어져 여행을 가는 동안 유축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까? (무어는 이를 밀어붙였다. 심지어 작가진 중 몇몇 여성들도 ‘징그러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장면은 화면에서 놀랍게도 정직한 순간이 되었다.)

“제가 작가진을 반을 여자로, 반을 남자로 구성한 것은 특히 이런 대화와 이런 논쟁들이 벌어지게 해서, 이들의 관점을 듣고 어떤 방향으로 쇼를 이끌어갈지 결정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무어는 말했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에피소드에서 제이미가 클레어를 만족시키는 도중에 방해를 받는 장면이 있어요.” 케니가 말했다.

“보통은 남자가 그만하자고 말하죠.” 그라피아가 말했다. “원작에도 그렇게 쓰여 있고요. 남자들은 그랬어요. 남자는 노크 소리를 듣고 자기가 더 펄쩍 뛰면서 그만할 것이고,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그냥 계속 하라고 애원할 거라고요.”

“하지만 우리는 그걸 뒤집었죠. 그래서 클레어가 그만하라고 하자, 제이미는 ‘이건 끝내야죠.’라고 말하는 거에요.” 케니가 말했다.

“여자들이 원하는 판타지는 그런 거에요.” 그라피아가 말했다. “여자들이 전부 그랬어요. ‘아뇨, 제이미는 남자 중의 남자에요. 중간에 그만두지 않을 거에요.’ 그리고 멋지게도, 아이라 베어는 ‘알겠어요, 알겠어.’라고 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동의하고 그걸 바꿨어요. 왜냐면 여성들이 꿈꾸는 관계, 성적인 기쁨은 양쪽 모두가 참여하는 경험에서 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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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Starz>

 

<아웃랜더>가 페미니스트의 유토피아처럼 보이는 요소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특히 18세기가 배경인 만큼, 전쟁, 강간, 고문, 그리고 불의가 만연해 있다. 하지만 <아웃랜더>가 성폭력을 다루는 방식은 다른 드라마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한 캐릭터는 자신을 강간하려던 자가 물건을 세우지 못할 때 그의 면전에서 그를 비웃었다. (그 장면을 위해서 전면 누드를 감행한 배우 토바이어스 멘지스 Tobias Menzies 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다른 캐릭터는 1시즌 마지막회에 강간을 당하는데, 우리는 그의(맞다, 그다) 강간 장면의 공포를 목격했지만, 그가 천천히 회복해가는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그 장면에서는 움찔하거나, 고개를 돌리거나, 무시할 수 없었다. “더 많은 드라마들이 이렇게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휴언이 말했다. “그 장면은 심란하고, 매우 어둡고, 매우 민감하죠. 그리고 동등한 시각도 담겨 있습니다.” 클레어는 강간 피해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1시즌의 한 장면에서 제이미와 강간에 대해 논쟁을 벌인다. 이 장면은 원작에 있는 내용은 아니다. “드라마는 명백하게 페미니즘적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요.” 원작자인 개벌든이 말했다.

2시즌에서, 클레어와 제이미의 관계는 더 깊어지지만, 그 관계의 기반이 섹스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들은 섹스를 통해 신뢰를 쌓았고 동등한 파트너 관계를 구축했다. 그녀는 그에게 자신이 미래에서 왔다고 말했고, 그는 그를 받아들였으며, 그리고 두 사람은 과거를 바꾸려는 클레어의 새로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여정을 함께 시작했다. “지난 시즌의 클레어는 상황에 대응하려는 면이 강했어요.” 밸프가 말했다. “이 모든 사건들이 그녀에게 너무나 빠르고 급하게 일어난 일이라, 이걸 받아들일 시간이 사실은 없었죠. 싸우고 또 싸우고 살아남는 게 중요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클레어는 ‘주체성’이라는 것은 전대미문의 개념이고 ‘동의’라는 의사 표현이 이해받기 어려운 18세기에, 자신의 운명뿐 아니라 역사의 흐름도 결정하겠다는 선택을 한다. 필자는 밸프가 드럼랜딕 캐슬에서 클레어가 공작에게 집단 강간을 지시했다는 답변을 하게 만드는 장면과 그 이후 진흙탕 야외에서 말에 올라타, 자코바이트의 폭동에 관련된 한 영주에게 도전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걸 지켜보았다. “전 종종 클레어를 정의의 여신처럼 생각하기도 해요.” 밸프는 말했다. “클레어는 항상 정의를 위해 싸우잖아요. 그게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에서 클레어는 수용과 존중과 사람을 동등하게 대하길 주장하는데, 거기서부터 큰 변화를 볼 수 있어요.” 침대 안팎에서도, 의자에서도, 폐허가 된 성의 먼지쌓인 탁자에서도 공정함과 평등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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