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신작 해외 드라마 어땠니?

 

by. Jacinta

 

지난해 가을 시작했던 드라마 대부분이 휴방기에 들어가는 1~2월은 즐겨 보던 미드를 볼 수 없어 미드팬에게는 허전하기도 심심하기도 한 시즌이다. 하지만 드라마 제작 편수가 늘고,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가세하면서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채널이 늘어 ‘미드 휴방기’란 말의 의미가 점차 퇴색되고 있다. 2017년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새롭고 다양한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선보였고, 이를 보기 쉽게 각 채널별로 모아 정리해 봤다. 

 

<이미지: FX>

 

::: FX, 믿고 봐도 좋을 드라마 명가로 자리 잡나?
2017년 FX의 포문을 연 드라마는 톰 하디 주연의 <타부 (Taboo)>였다. 굉장히 남성적인 향기가 강한 이 드라마는 1800년대 초반 아프리카로 떠났던 제임스 딜레이니란 남자가 그의 아버지 장례식에 나타나면서 시작한다. 당시 영국을 주름잡던 동인도회사와 영국 왕실, 그리고 미국 사이에서 중국과의 차 무역을 성사시키려는 그가 온갖 음모에 맞서는 이야기로 톰 하디 특유의 마초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보수적인 시대를 배경으로 하기에 여성 캐릭터와 아프리카는 단편적인 시각에서 다뤄지기도 하지만 요즘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무거운 분위기와 묵직함은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그동안 영화에 비해 가벼웠던 코믹스 원작 드라마에 실망이 컸다면 뮤턴트를 소재로 한 <리전 (Legion)>은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해줄 드라마가 될 수 있다. CW 표 드라마처럼 명랑 히어로 드라마나 수사물의 외피를 빌려왔던 여타 드라마와 달리 캐릭터에 충실한 드라마로 꽉 채운 내용뿐 아니라 스타일리시한 영상까지 더했다. 미드 <파고> 제작자 노아 할리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해 허무맹랑한 뮤턴트 이야기가 아닌 충실한 내용을 갖춰 원작을 잘 모르는 팬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이미지: 넷플릭스>

 

::: 넷플릭스, 사랑스러운 캐릭터에 기대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가 점차 늘어간다. 최근 스케줄을 보면 한 달에 한두 편의 시리즈를 선보이는 꼴이다. 지난 1월에는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어두운 성장 동화 같은 드라마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A Series of Unfortunate Events)>을 선보였다. 보다 보면 어떤 모습으로든 주인공 삼남매에게 불행을 야기하는 나쁜 어른들에 화가 나기도 하지만 굴하지 않고 이에 맞서는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끌려 계속 보게 된다. 똑똑한 발명왕 바이올렛 역을 맡은 말리나 와이즈먼의 될성부른 미모는 보너스 😀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기존 드라마가 갖고 있던 전형적인 틀을 따르지 않아 매력적이다. <산타 클라리타 다이어트 (Santa Clarita Diet)>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드라마로 <워킹데드>로 대표되는 아포칼립스 세계관이 지배적인 좀비물의 전형을 거부하고 좀비로 변한 삶을 예찬한다. 살아남기 위해 죽고 죽이는 세계관으로 빠지는 좀비물에 질렸다면, 초긍정주의자 좀비 드류 베리모어의 활약이 귀엽기만 하다. 심장이 멈춘 후 삶이 더없이 아름답고 즐거운 좀비는 확실히 그동안 봤던 좀비와 다르다. 미스터리적 요소보다 한편의 경쾌한 시트콤 같은 분위기가 강한 드라마로 무료한 시간을 보낼 때 딱이다.

 

 

<이미지: 아마존>

 

::: 아마존, 수상한 가족 사업에 코미디를 곁들이다
아마존은 2015년 파일럿으로 소개된 두 편의 드라마를 풀 에피소드로 제작해 한 번에 공개했다. 공교롭게도 두 편 모두 가족을 소재로 한 블랙코미디 드라마이다. 지오바니 리비시가 주연을 맡은 <스니키 피트 (Sneaky Pete)>는 가석방을 했음에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남자가 교도소 동료의 어릴 적 추억이 깃든 할머니 댁으로 찾아가 손자 행세를 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패트리어트 (Patriot)>는 자신의 일에 회의를 느끼는 민간 요원이 아버지의 설득으로 어쩔 수 없이 임무를 맡으면서 꼬이고 꼬이는 상황에 맞닥뜨리는 일을 담고 있다. 두 드라마 모두 자신의 의지보단 주변의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난감한 상황에 처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빵 터지는 웃음은 없어도 소소한 웃음과 재미를 준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일으키는 극적 긴장을 즐긴다면 두 편 모두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스니키 피트>는 시즌 2도 확정됐다.

 

 

<이미지: FOX>

 

::: FOX, 킬링타임 드라마를 추구하다
최근 FOX에서 선보이는 드라마는 뭔가 생각거리를 던져주기보다 철저히 킬링타임을 목표로 한다. 오락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FOX의 시도는 절반의 성공으로 만족해야 할듯하다. 비록 잭 바우어는 없지만 <24> 팬들의 추억을 자극해 시청률을 모으려 했던 <24: 레거시 (24: Legacy)>는 방송 후 아쉬움이 컸던 드라마이다. 아무리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온데도 ’24’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 한 잭 바우어의 그림자가 느껴질 수밖에 없던 것이다. 분명 코린 히긴스는 열심히 하지만 중량감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FOX의 기대작이 <24: 레거시>였던 까닭에 <A.P.B>는 딱히 기대도 안 했던 드라마였다. 하지만 의외로 선전하며 오락적인 재미를 주며 <24: 레거시>의 아쉬움을 달래줬다. 부유한 사업가가 불행한 사건을 계기로 경찰을 지원한다는 내용으로 어찌 보면 허무맹랑하기도 하지만 각종 범죄가 횡횡하는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의 불안을 엿볼 수 있기도 하고, 온갖 최첨단 기술이 등장하는 수사극은 이전 CSI 시리즈와 다른 재미를 선보인다. 거기에 거만했던 기업가 기드온으로 출연한 저스틴 커크의 잘생김 매력도 실컷 감상할 수 있다.

 

 

<이미지: CBS>

 

::: CBS, 한숨 푹푹에서 희망을 찾다
CBS에서 최근 선보인 드라마는 총체적 난국이다.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는 드라마는 괜찮지만 신작은 영 아니올시다를 반복하고 있는 CBS. 그들은 과거 그들에게 인기를 안겨줬던 드라마의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즉 이제는 식상한 방식의 드라마를 계속해서 선보이는 것이다. 식상함의 포문을 연 <랜섬 (Ransom)>은 인질 협상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 범죄를 해결한다는 내용인데 확실한 개성도 없고 어정쩡한 포지션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이후 과거 덴젤 워싱턴과 에단 호크 주연의 동명 영화를 리부트 한 <트레이닝 데이 (Training Day)>를 선보였지만 이 역시 개연성 없는 전개와 구멍 송송 뚫린 내용으로 CBS의 안목을 느끼게 했다. (참고로 드라마는 빌 팩스턴의 유작이기도 하다) CBS의 수습불가 상황은 캐서린 헤이글 주연의 <다우트 (Doubt)>에서 터졌다. 살인자일지도 모르는 자신의 고객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일 중독자 변호사가 주인공인 드라마는 방영 2회 만에 편성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당했다. 캐릭터의 표면적인 고민만 담고 작위적인 설정으로 흘려보낸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이다.
새해 들어 선보인 드라마 모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CBS의 희망은 <굿 와이프> 스핀 오프 시리즈로 다이앤 록하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굿 파이트 (The Good Fight)>였다. 완전한 신작으로 보기엔 스핀 오프라는 한계가 있지만 리부트든 신작이든 내용 없는 드라마만 선보였던 CBS가 선보인 드라마 중에서 군계일학으로 평가하고 싶은 드라마이다. 은퇴를 준비하던 록하트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은퇴가 미뤄지고 새로운 법률사무소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록하트뿐 아니라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가 가세해 극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이 드라마를 보면 CBS에서 선보인 신작들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스토리와 캐릭터가 부재한 채, 오직 속도전으로 내달리던 드라마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맥가이버….)
2017년 남은 기간 CBS는 지금까지의 실수를 만회하고 <굿 파이트> 같은 완성도 있는 드라마를 선보일까.

 

 

<이미지: HBO>

 

::: HBO, 올해도 승승장구 예감
<더 나이트 오브>, <웨스트월드>, <인시큐어> 등으로 비평과 흥행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온 HBO는 <빅 리틀 라이즈>로 2017년에도 성공을 이어갈 기세이다. 장 마크 발레 감독이 연출을 맡은 기대작 <빅 리틀 라이즈 (Big Little Lies)>는 리안 모리아티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겉보기에 작지막 평화로운 마을에 일어난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몬터레이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리즈 위더스푼, 니콜 키드먼, 쉐일린 우들리의 연기 앙상블과 극의 미스터리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장 마크 발레 감독의 세련된 연출이 더해진 드라마는 작년 이 시기에 방영한 <바이널>보다 시청률이 50% 가까이 높은 것으로 작품의 흥행성을 증명했다. 이 분위기를 끝까지 이어간다면, <왕좌의 게임> 없이도 올해도 HBO의 천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미지: CW/FREEFROM>

 

::: CW & Freeform, 10대를 파고들다
하이틴 드라마가 주로 강세인 CW와 Freeform는 올 초 하이틴을 목표로 한 드라마를 선보였고, 그 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Freeform에서 먼저 선보인 <비욘드 (Beyond)>는 초자연적 현상이 결합된 미스터리 드라마이다. 불의의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소년이 12년이 지나 비범한 능력을 가진 청년이 되어 깨어난다는 이야기로 일단 시작은 좋았다. 신선했던 첫 회에 비해 갈수록 지지부진한 전개는 아쉬웠지만 다음 시즌은 확정됐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악역으로 진심 밉다는 생각만 드는 노란 재킷 남자가 던진 떡밥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제 CW 하이틴 드라마는 믿고 봐도 되는 걸까. <리버데일 (Riverdale)>은 자칫 유치함으로 빠질 수 있는 내용의 드라마인데도 유치함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서 흥미로운 드라마이다. 작은 소도시에서 발생한 의문의 살인사건과 어른보다 관찰력이 풍부한 10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10대들의 세상은 어른들의 세상만큼이나 복잡다단하고 미묘하다. 그 시절은 질투와 시기로 가득 찰 것 같지만 의외로 어른보다 빨리 화해할 줄도 아는 영리한 이들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따라간다. 넷플릭스에서 5화까지 공개됐다.

 

 

<이미지: NBC>

 

::: NBC, 시도에 비해 아쉬운
지난 가을 <디스 이즈 어스>는 NBC를 웃음 짓게 했다. 예상을 훨씬 웃도는 대박으로 시즌 중반 2, 3 시즌을 확정했다. <타임리스>와 <굿 플레이스>도 대박은 아니지만 평균치 이상은 해낸 드라마였다. 시카고 시리즈를 비롯해 나름 튼튼한 라인업을 갖고 있는 NBC는 올겨울 새로운(?) 모험을 했다.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원작으로 한 판타지 드라마 <에메랄드 시티 (Emerald City)>와 코믹스에 오피스 코미디를 더한 <파워리스 (Powerless)>를 선보인 것이다.
제2의 <왕좌의 게임>을 노린듯한 <에메랄드 시티>는 드라마의 완성도와 스케일에 투자를 했다는 것이 보이지만 아쉽게도 이렇다 할 매력이 아직까진 없다. <왕자의 게임>을 노리기엔 스토리는 가볍고 그렇다고 상콤 상콤한 판타지 드라마가 되기엔 캐릭터들이 그리 사랑스럽지 않다. 일단은 도로시가 마법의 땅 오즈로 가게 된 과정부터 뚝뚝 끊기는 개연성이 아쉽다. 비주얼은 환상인데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부족해 아쉬운 드라마이다. 한편 <파워리스>는 바네사 허진스의 사랑스러운 미소 빼고는 매력을 느낄 수 없는 드라마이다. 바네사 허진스가 연기하는 에밀리 1인 활약극에 가까워 오피스물에서 기대하는 상충되는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화학 작용을 볼 수 없다. 게다가 웃기려고 하는데 웃기지도 않다. 애쓴다는 느낌만 강할 뿐이다.

 

그외에도 새롭게 선보인 드라마는 많으며 (모두 다 볼 수 없음이 안타까운) 이후에도 새로운 드라마들은 계속해서 시청자와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네 번째 마블 히어로 <아이언 피스트>를 공개할 예정이며, 영화 <테이큰>의 프리퀄 드라마 NBC <테이큰>, 제시카 랭과 수잔 서랜든 주연의 FX <퓨드 (Feud)>,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ABC <타임 애프터 타임> 등의 드라마가 3월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