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마스던, 시원한 한방이 필요해

 

by. 겨울달

 

영화에서도 이런 캐스팅은 하기 어려울 것 같은 HBO 드라마 <웨스트월드>.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복잡하게 전개되는 와중에도 묵묵히 자기 갈 길을 가는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돌로레스를 사랑하는 총잡이, ‘테디 플러드‘다. 돌로레스를 향한 무한한 애정 외에는 특별한 점 없어 보이는 테디. 그 역할을 맡은 배우는 바로 제임스 마스던(James Marsden),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았지만 웬일인지 존재감은 한없이 없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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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데뷔 후 무대, TV, 영화를 오가며 다양한 작품을 했던 제임스 마스던. 2000년 개봉한 <엑스맨>에서 스콧 서머스/사이클롭스 역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때부터였을까, 코믹스의 주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이리저리 치이면서 “존재감 없는 캐릭터, 존재감 없는 배우”로 남게 된다. <엑스맨>에서 캐릭터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싶었는데 <엑스맨2>에서는 납치된 후 극 후반부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고, <엑스맨3>에서는 애인을 잃고 완전히 폐인이 되어 버렸다. 캐릭터 때문이지 않을까 싶지만, 원작에서 사이클롭스의 위치는 물론이고, 올해 개봉한 <엑스맨: 아포칼립스>에서 어린 사이클롭스가 극 중에 존재감이 충만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 문제는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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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마스던이 영화 속에서 실연 받거나 버림받은, 또는 다른 남자 주인공에게 밀려버린 역사는 나무위키에도 친절하게 기록되어 있다. <노트북>에서는 완벽한 조건을 갖춘 남자이지만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약혼녀를 떠나보냈다. <엑스맨>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연출한 <슈퍼맨 리턴즈>에서 그의 캐릭터 리처드 화이트는 여자친구 로이스 레인이 슈퍼맨을 좋아하는 걸 지켜봐야 했다. <마법에 걸린 사랑>에서는 심지어 왕자님인데도 동화 속 연인 지젤을 현실세계의 애 딸린 변호사에게 빼앗겼다. 이쯤 되면 지금 출연 중인 <웨스트월드>에서 사랑하는 돌로레스가 다른 남자와 먼 길을 떠난 게 캐릭터 설정인지 배우의 설정인지 의심하게 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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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제임스 마스던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실연당하는 역할만 맡은 것은 아니다. 그의 첫 장편영화 주연 데뷔작 <인터스테이트>의 캐릭터 닐은 첫눈에 반한 그녀, 린과 꿈이 아닌 현실에서 다시 만난다. 로맨틱 코미디 <27번의 결혼 리허설>에서는 그의 배우 인생 처음으로(!) 여자 주인공과 해피엔딩을 맞는다. 시트콤 <30 락>에서는 그의 캐릭터 크리스와 주인공 리즈 레몬이 가정을 꾸리고 알콩달콩 잘 사는 걸로 끝난다. 하지만 이 정도가 그 작품들 중 대표적인 작품이라는 것이 문제. <30 락>은 드라마 자체는 인기가 많았지만 그의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존재감이 없었고, 앞에 언급한 두 영화는 작품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평가받지만 그렇게 유명하진 않다. 그러니 캐릭터가 존재감이 없거나, 영화가 존재감이 없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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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눈이 영롱한 미국 스타일 미남. 노래도 춤도 연기도 다 되는 팔방미인. 곧 연기 경력 30년이 되는 베테랑 배우이지만 아직 보여줄 것이 더 많이 남아 있는 제임스 마스던. 지금 맡고 있는 캐릭터들도 좋지만 제발 제대로 된 ‘한 방’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가 이제는 ‘서브남주 전문 배우’로만 남지 않을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