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에드만 (Toni Erdmann) 낯설게 다가온 감정의 소용돌이

 

by. jacinta

 

<이미지: 그린나래미디어>

 

독일에서 온 독특한 영화 <토니 에드만 (Toni Erdmann)>은 직설화법의 정공법을 벗어난 영화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시놉은 간단하다. 일에 매달려 사는 딸과 다시 가까워지고 한편으로는 딸이 잊고 있는 인생의 여유를 알려주고 싶은, 조금 남다른 가치관을 가진 아빠의 이야기이다. 2시간 40여 분이라는 긴 시간 속에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던 부녀가 충돌하는 에피소드는 분명 예고편 이상의 드라마를 담고 있다. 때문에 예고편을 보고 별난 아빠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기대하고 간다면 분명 예상치 못한 당혹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명확하게 어떤 주제의 이야기를 끌고 가기보다 느닷없이 마주치는 상황들이 쌓이고 쌓여 감정을 끌어내는 영화는 남다른 가치관을 지닌 아빠만큼이나 낯설기도 하지만 코끝 진하게 다가오는 감동의 여운을 준다.

 

(내용 스포 있음)

 

<이미지: 그린나래미디어>

 

토니 에드만이 되기까지

 

고령의 어머니와도 살벌한 농담을 주고받는 남자, 빈프리트. 그는 움직임이 버거워질 정도로 늙은 개를 두고 안락사를 권하는 노모에게 ‘어머니가 늙었다고 안락사 시키지 않을 거라는’ 말로 받아치는 사람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별난 사람으로 인식되는 그는 생일을 앞당겨 보내기 위해 전 부인(아마도 이혼) 집에 찾아온 딸이 가족들과 대화할 틈도 없이 전화 업무에 바쁘자 의기 소심해져 돌아간다.
얼마 후 그의 개가 죽자 딸이 있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로 향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토니 에드만이 아니었다. 그저 딸을 보고 싶어하는 아버지로 찾아갔던 그는 딸이 속한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중대한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딸을 곤란하게 만들기만 할 뿐이다.
모처럼 만난 딸과 어색해진 관계로 헤어진 그는 이왕 다른 거, 확실하게 달라 보이기로 결정하고, 그렇게 토니 에드만이 됐다.

 

 

<이미지: 그린나래미디어>

 

이제껏 본 적 없던 캐릭터

 

딸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관객에도 낯선 캐릭터, 토니 에드만. 그가 괴짜가 되었다고 해서 유려한 화법으로 사람들을 당황시키진 않는다. 그는 뜬금없는 말을 늘어놓으며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어색한 상황을 연출한다.(만약 이 영화가 지루하고 당황스럽다면 익숙하지 않은 캐릭터가 빚어내는 에피소드 때문일지도) 여기저기서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그는 정형화되지 않은, 기묘한 간극을 연출하는 인물이다. 사회적인 지위와 체면을 중요하게 여기며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지 않은 딸의 주변 사람들에게 괴짜도 아닌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계속해서 당황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나는 아빠를 두고 딸 이네스는 피하지 않는다. 자신의 일상으로 끌어들여 좋든 싫든 마주해야 하는 일상의 민낯을 보여준다. 이네스가 토니 에드만에게 보여준 일상은 지금까지 쌓아올린 사회적 성공을 유지하기 위해, 더 뻗어 나가기 위한 허울뿐인 필연적인 과정들이다.

 

 

<이미지: 그린나래미디어>

 

신박하게 좋았던 순간

 

관습을 따르지 않은 남자, 토니 에드만은 사회적 성공을 위해 달려온 딸에게 미묘한 변화를 가져온다. 이네스가 지금껏 유지해왔던 견고한 틀이 무너지게 된 계기는 사내 분위기 통합을 위해 이네스가 마련한 자신의 생일파티였다. 사람들이 오기 전, 화려한 원피스를 낑낑거리며 입던 이네스는 (포크로 지퍼를 끌어올리는 신박한 장면을 연출) 겨우 입은 원피스를 벗어버리기로 하지만, 벗는 것조차 힘든 원피스를 두고 안간힘을 쓸 때 하필이면 초인종이 울린다. 간신히 옷을 벗은 이네스는 그대로 현관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고 알몸의 상태에서 자유로움을 느낀다. 사회적 지위와 장소를 고려해 선택한 원피스를 벗고 좀 더 편한 옷으로 갈아입으려던 이네스는 아예 모든 것을 내려놓고서야 그동안 자신을 속박했던 것에서 해방감을 느낀 것이다.

 

 

<이미지: 그린나래미디어>

 

최고의 순간

 

이네스는 그날의 생일파티를 나체 파티로 급변경하는 모험을 감행한다. 이네스의 행동은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고 그녀의 비서와 사장만이 참석하는 기이한 광경이 펼쳐진다. 알몸의 세 사람이 어색어색하던 순간, 다시 초인종이 울리고 온몸이 털로 뒤덮인 정체가 등장한다. (사장님 비명 연기 압권) 수상한 정체는 불가리아 민속의상을 빌려 입은 그녀의 아버지였다. 당황스러운 광경에 머뭇거리던 그는 이내 조용히 아파트를 나서고 이네스는 이내 쫓아가기 시작한다. 그 순간, 감정의 소용돌이는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 없을 것이다.

 

 

<이미지: 그린나래미디어>

 

이네스가 되다

 

할머니의 장례식에서 아버지를 만난 이네스는 더 이상 전화기를 붙들고 있지 않다. 평생 살아온 이가 지겹다며 갖고 다니는 뻐드렁니 형태의 의치를 끼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녀를 쫓아다녔던 토니 에드만은 지겨운 설교나 뻔한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네스의 답답한 일상을 흔들고 결국 변화시켰다. 이네스의 삶은 여전히 성공을 위해 놓여있지만 그녀 자신을 잃게 할 정도로 잡아두지 않을 거라는 것, 영화의 마지막은 그런 느낌이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낯설긴 해도 신파가 아니었다는 것, 생각의 공간을 두고 전개했다는 것이 좋았다.

 

 

<이미지: 그린나래미디어>

 

할리우드 리메이크, 잭 니콜슨&크리스틴 위그

 

낯선 화법임에도 감정을 요동치게 만들었던 <토니 에드만>은 지난 2월 할리우드 리메이크가 확정됐다. 괴짜 아버지에 잭 니콜슨이 워커 홀릭 딸으로 <고스트 버스터즈>의 크리스틴 위그가 캐스팅됐다. 아직 감독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캐스팅은 이보다 좋을 수 없다는 생각이. 잭 니콜슨이 괴짜 아버지라니, 그가 연기할 토니 에드만도 벌써부터 무척 기대된다. 마렌 아데 감독이 참여한다고 해 원작의 정서를 훼손하지 않은 할리우드 리메이크를 바람. 리메이크는 부디 좀 더 짧은 러닝타임으로 억지감동 넣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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