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인디영화계를 품다

by. 겨울달

 

지난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아마존 스튜디오(이하 아마존)은 ‘최초’라는 기록을 세웠다. 바로 이들이 제작 지원한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가 작품상 후보가 되었기 때문. 이는 스트리밍 서비스 최초로 오리지널 콘텐츠가 오스카 후보가 된 것이다. 게다가 이날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각본상과 남우주연상도 수상하면서 영화계 안팎으로 ‘신흥강자’ 아마존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이미지: Amazon Studios>

‘프라임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체제작 콘텐츠를 제작한 지 몇 년 만에, 아마존은 다른 영화사나 방송 채널이 무시못할 정도의 성장을 보였다. 아마존은 초기부터 대형 스튜디오와 채널에서는 관심을 덜 가지는 인디 영화에 중심을 맞추고, 인디영화 창작자들과 함께 드라마를 공동 제작하는 ‘스튜디오’ 형태를 지향했다. 지금은 데이빗 E. 켈리(더 프랙티스), 에이미 셔먼-팔라디노(길모어 걸스), 매튜 와이너(매드 맨) 등 굵직한 히트 드라마를 써낸 작가들과 함께 하면서도, 영화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인디필름메이커들의 다음 작품 제작을 지원해주고 있다. 인디와이어가 정리한 목록을 보면, 유럽에서 시작해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감독들, 스튜디오 시스템 초창기부터 함께 해온 든든한 파트너, 그리고 최근 아카데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사람들까지 다양하다. 실력있는 창작자들과 아마존의 조우, 그리고 그 결과로 나오게 될 작품들에 대해 알아본다.

 

:: 레오 카락스, <아네트>

<퐁네프의 연인들>, <폴라 X> 등 명작과 화제작을 내놓았던 레오 카락스는 지금 첫 영어 영화 <아네트>를 준비중이다. 영화는 딸을 키우는 싱글 대디가 딸에게 독특한 음악적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되며 벌어지는 음악 영화다. <패터슨>으로 깊은 연기 내공을 선보인 아담 드라이버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다. 아직 여자주인공 2명을 더 캐스팅해야 하지만, 이 과정이 완료되는 대로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마존은 3월 중순 이 영화의 북미 배급권을 획득했다.

 

:: 루카 구아다니노, <서스페리아>

<어 비거 스플래쉬>, <아이 엠 러브>, 그리고 내년 오스카 작품상 유력 후보로 떠오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을 만들며 아트하우스 영화의 새로운 거장으로 떠오른 루카 구아다니노. 그의 차기작은 고전 호러영화 <서스페리아>의 리메이크다. 지난 가을 촬영에 들어갔고 현재 후반 작업중인 이 영화는 아마존에서 투자했고 전세계 배급권을 획득했다. 틸다 스윈튼, 클로이 그레이스 모리츠, 다코타 존슨이 출연한 이 영화는 가능하면 올해 개봉 예정인데, 선댄스에서 호평받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함께 홍보하면 두 영화 모두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 질 솔로웨이, <트랜스페어런트>, <아이 러브 딕>, <제목 미정 드라마 (텍사스 로데오)>

아마존이 지금처럼 이름있는 인디영화 창작자들과 작업하기 전, 꾸준하게 공동작업을 해왔던 영화/드라마 제작자는 질 솔로웨이였다. 솔로웨이는 <트랜스페어런트>로 에미 어워드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수상하며 아마존을 TV 분야에서 독특한 성격을 가진 스튜디오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현재 그녀는 <트랜스페어런트> 외에도 케빈 베이컨이 주연을 맡게 된 <아이 러브 딕>의 첫 시즌 방영을 준비하고 있고, 텍사스 로데오를 소재로 한 또다른 드라마 시리즈를 준비중이다. 아직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이 영화에 어떤 배우가 출연할지, 어떤 감독이 연출을 맡을지 정해지진 않았으나, 아마도 아마존에서는 이 드라마도 ‘팍팍’ 밀어주지 않을까?

 

:: 요르고스 란티모스, <제목 미정 드라마 (이란-콘트라 사건)>

<랍스터>로 독특한 작품 세계를 선보인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최근 아마존과 함께 드라마를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1985년 일어난 이란-콘트라 사건을 다룬 드라마 시리즈로, 이란에 무기를 판매한 것과 그 대금을 니카라과 반군 지원에 사용한 것으로 논란이 된 당시의 사건을 생생하게 다룬다.  <랍스터>에서 함께 작업한 콜린 패럴과 다시 호흡을 맞춘다. 란티모스는 드라마 에피소드 전체를 연출할 계획이다.

 

:: 니콜라스 윈딩 레픈, <투 올드 투 다이 영>

<네온 데몬> 배급 건으로 아마존과 첫 인연을 맺은 니콜라스 윈딩 레픈은 차기작으로 아마존과 함께 드라마 시리즈 <투 올드 투 다이 영>을 만든다. 한 청부살인업자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이유를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고, 마침내 적과 맞서는 사무라이가 되는 과정을 통해서 로스 앤젤레스 속 범죄 세계를 그려낸다. 며칠 전 <위플래시>의 마일즈 텔러가 중요 캐릭터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점점 작품의 형태가 드러나는 중이다. 윈딩 레픈은 각본을 공동 집필했으며, 모든 에피소드의 연출을 맡을 것으로 알려진다.

 

:: 베리 젠킨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생애 두 번째 장편영화 <문라이트>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쥐며 인디영화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베리 젠킨스. 그의 차기작은 영화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드라마 시리즈인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로 결정됐다. 콜슨 화이트헤드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노예로 일하던 소녀 ‘코라’가 농장에서 도망쳐 소문으로만 듣던 ‘지하철도’를 찾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베리 젠킨스는 <문라이트>를 함께 제작한 브래드 피트의 플랜 B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준비해 왔고, 최근 아마존에서 시리즈를 픽업했다.

 

:: 테리 길리엄, ??

테리 길리엄. <이미지: Sony Pictures Classics>

코미디 영화 <몬티 파이튼> 시리즈와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등을 연출한 테리 길리엄은  몇년 전 아마존과 작품 계약을 맺었다. 현재 그가 준비중인 <돈키호테를 죽인 사람>이 제작될 경우, 아마존은 북미 지역 배급을 담당하게 된다 (애초에는 전세계 배급권을 모두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 영화가 벌써 제작과 무산이 반복된 게 8번이라, 아마존이 과연 <돈키호테를 죽인 사람>의 제작에 어디까지 관여할 것인지는 의문으로 남아 있다.

 

출처: Indiewi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