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가 처음인 에디터 J의

내 사랑 & T2: 트레인스포팅 그리고 영화제 후기

 

by. Jacinta

 

 

그동안 에디터 J는 고향인 부산에서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만 다녔었다. 주류 영화에서 벗어난 영화 보기를 즐기면서도 막상 지리적인 거리감에 선뜻 나서지 못했던 전주국제영화제, 게으른 에디터 J가 올해 처음으로 전주에 다녀오게 된 계기는 바로 국내 개봉 소식을 알 수 없는 <T2: 트레인스포팅> 상영 소식이었다.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로 단련된 예매 신공을 발휘해 온라인 예매에 성공! 지난 주말 드디어 부푼 설렘을 안고 전주로 출발, 상영 5회차가 모두 매진됐다는 <T2: 트레인스포팅>과 곧 개봉 예정이라고 하는 <내 사랑>까지 두 편의 영화를 보고 왔다.

 

 

 

본격적인 영화 감상에 앞서 처음 가본 전주국제영화제의 인상은 부산과 다른 풍경이라는 것. 일단 영화제 자체의 열기는 부산이 조금 더 높다고 할 수 있지만, 영화제와 관광을 한 번에 즐기기에 전주는 최적의 장소였다. 우선 도보로 이동 가능한 지리적 편리함은 지하철과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부산의 풍경에 비하면 영화제를 즐기기에 최적의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다. 그 외 모든 것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곳으로 상영관 주변으로는 쇼핑 및 음식점이 즐비해 있고, 도보로 충분히 이동 가능한 거리에 전주의 최고 관광지 한옥마을과 전동성당이 위치해 있다. 또한 최근 전주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는 객리단길까지!
전주국제영화제는 쉽게 접하기 힘든 다양한 독립영화와 관광을 지도를 헤매며 찾을 필요 없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올해 처음으로 전주국제영화제의 신선한 매력을 깨달은 에디터 J는 아마 다음 해 봄에도 전주를 찾게 될듯하다.

 

 

<이미지: AUD>

 

내 사랑 Maudie, 2016

<내 사랑>은 지난해 밴쿠버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던 영화이다. <아가씨>의 원작인 세라 워터스의 동명 소설을 드라마로 각색한 <핑거 스미스>를 연출한 여성 감독 에이슬링 윌시와 샐리 호킨스가 다시 만난 작품이기도 하다. 캐나다의 유명한 화가 모디 루이스(Maude Lewis)의 삶과 사랑을 담은 영화로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 따뜻한 감성이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줄거리) 선천적으로 타고난 관절염 때문에 가족의 사랑을 제대로 받아본 적 없는 주인공 모디 루이스는 연이은 좌절과 불행에도 굴하지 않으며 자신의 인생을 끈기 있게 개척해 나간다. 모디는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숙모의 집을 벗어나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에도 아랑곳 없이 고아 출신의 생선 장수 에버렛 루이스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가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이미지: AUD>

 

몸이 불편한 누군가의 삶을 그린 작품은 대개 마음의 불편함을 자극하기 마련이다. 주변으로부터 배척받는 주인공의 고단한 일상과 버티기 위해, 혹은 이겨내기 위해 애쓰는 주인공의 모습이 교차하며 전개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영화 <내 사랑>은 그런 틀은 유지하되 영화가 전달하는 분위기는 무척 다르다.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맺지 못했던 모디와 에버렛, 두 사람의 관계는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낸다. 비록 두 사람이 처한 현실은 유쾌하지 않지만, 영화 속 실제 주인공 모디가 상상력으로 그려냈던 수많은 그림처럼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묻어난 대사에 계속해서 웃게 되는 영화이다.
영화 내내 불편한 걸음걸이와 굽은 몸으로 쉽지 않은 연기를 선보인 샐리 호킨스의 열연과 기존의 지적인 로맨티스트에서 거칠고 투박하지만 은근한 츤데레 에버렛으로 돌아온 에단 호크의 연기 변신은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이기도 하다.
끝으로 영화의 엔딩 크레딧은 후에 등장할 쿠키 영상이 없어도 상영관을 나서지 못하게 하는 숨은 매력으로 영화는 끝까지 관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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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Sony Pictures>

 

T2: 트레인스포팅 2 T2: Trainspotting 2, 2017

최근 과거 유명작들의 속편 바람이 거세다. SF 호러의 걸작으로 꼽히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은 새로운 A.I. 월터(마이클 패스벤더)와 리플리를 잇는 새로운 여전사 다니엘스(캐서린 워터스톤)가 주축으로 등장하는 <에이리언: 커버넌트>로 곧 관객과 만날 예정이며, 컬트 미드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트윈픽스>는 무려 27만에 시즌 3이 제작되어 오는 17일 개막하는 칸 영화제에서 가장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그 외에도 감독은 다르지만 <쥬라기공원>, <블레이드 러너 2049> 등이 있다.
그리고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오랜 마니아층을 확보한 대니 보일 감독의 <T2: 트레인스포팅>이 가장 먼저 국내 관객에 선보이기로 해 영화제 개막 전부터 화제가 되었다.

 

 

<이미지: Sony Pictures>

 

(줄거리) <T2: 트레인스포팅>은 친구들의 돈을 들고 튀었던 마크가 20년 만에 고향 에든버러로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20년 만의 귀향, 당연히 마크는 처음부터 환영받지 못한다. 스퍼드의 자살 시도를 방해한 마크는 만나자마자 원망 섞인 소리를 들어야 했고, 20년 전 돈을 갚아주러 간 사이먼(식보이)도 환영의 인사보다 주먹으로 마크를 맞이한다. 그리고 마크만 돌아온 게 아니다.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벡비는 계속해서 가석방 신청이 거절되자 손수 탈옥을 계획한다. 결국 20년 만에 그때 그 주인공들이 에든버러에 모이게 된다.
20년 전 리즈 시절 미모와 광기를 뽐내던 그들에게서 이제 자연스럽게 중년의 향기가 느껴진다. 미친 듯이 질주하고 폭주하던 젊음은 깊어진 주름과 늘어진 살에 묻혔는데 그들이 살아가는 현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20년 전 거침없이 심박수를 끌어올리던 스피드도 음악도 덜하지만 다시 만난 그들은 여전히 과거의 기억에 머물러 있다. 대니 보일 감독은 이제는 스피드가 덜한 네 주인공의 변함없는 현실을 넘치는 섹스와 마약 대신 위트 있는 대사와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풀어내며 세월의 깊이를 전달한다.
즉, <T2: 트레인스포팅>은 여전히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으로 흥분시키는 영화가 아니다. 그 당시 막힘없이 거리를 질주하는 마크와 친구들에게 열광했던 우리는 어떤 모습인지 돌아보게 하는 영화이다. 우리도 그들처럼 여전히 방황하고 있는 것일까.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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