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 인물의 삶과 사랑,

예술을 담은 영화 7편

 

by. Jacinta

 

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것은 매력적인 작업이다. 예술가들의 작품은 시각적인 볼거리를 충족시키며, 보통 사람들보다 드라마틱한 예술가의 삶은 흥미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예술을 향한 순수한 열정과 섬세한 감성이 작품 못지않은 깊은 인상을 남긴 예술가의 삶은 일부러 가공하지 않아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된다. 특히 지금보다 더 보수적인 시대, 예술가들은 당대의 가치관에 반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여성 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좀 더 많은 희생과 고통을 수반했다. 오늘은 불합리한 여건과 고통 속에서도 작품에 더욱 몰두하며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들의 인생을 담은 영화를 소개해본다.

 

 

<이미지: 판씨네마>

 

빅 아이즈 (Big Eyes)

 

<빅 아이즈>는 독특한 화풍이 인상적인 마가렛 킨(Margaret D. H. Keane)의 숨겨진 실화를 그린 영화이다. 팀 버튼 감독이 영감을 받았다는 마가렛 킨의 작품은 슬픔과 음산함이 공존하는 큰 눈동자를 가진 인물의 초상화로 유명하다. 팝아트가 태동할 때 즈음 그녀의 작품은 상업적으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대중미술을 상업적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녀가 작품 활동을 주로 하던 1950~60년대는 여성, 특히 싱글맘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기엔 어려웠던 시기였다. 공원에서 그림을 그려주고 돈을 벌던 마가렛의 재능을 알아본 월터 킨은 적극적인 구애로 그녀와 결혼한 후 아내의 작품을 자신의 작품으로 소개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며 승승장구했다.
영화는 자신의 이름으로 대중 앞에 나설 수 없던 마가렛의 혼란과 고통, 이후 진실을 드러내기까지의 과정을 따뜻한 감성으로 풀어냈다. 철저한 고증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돋보이며, 마가렛 킨 역을 소화한 에이미 아담스는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미지: 퍼스트 런>

 

마리 크뢰이어 (Marie Kroye)

 

빌 어거스트 감독의 <마리 크뢰이어>는 19세기 덴마크를 대표하는 빛의 화가로 유명한 P.S. 크뢰이어의 아내 마리 크뢰이어의 굴곡진 삶을 담은 영화이다. P.S. 크뢰이어는 고흐, 고갱 등 동시대 인상주의 화가의 영향을 받은 낭만적인 분위기의 풍경화 및 그의 예술적 영감이자 원천인 아내 마리를 모델로 삼은 작품을 남겼다.
영화는 대중의 부러움과 관심을 받는 화가의 아내이자 뮤즈로 살아왔던 마리가 겪었던 고통에 주목한다. 16세 연상의 화가와 결혼하기 전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마리는 화가가 되고 싶어 했다. 작품 속에서는 다뤄지지 않지만 실제 그녀는 부모의 지원을 받아 그림을 배워 1888년 화가로 등단했다. 하지만 직설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남편의 재능과 그늘에 가려 예술가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예술가의 뮤즈로 머물고 만다. 남모를 고통과 불행했던 결혼 생활, 이후 홀로서기의 계기가 된 불륜 등 예술가로서의 삶보다 개인적인 불행에 집중해 조금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이미지: seeD>

 

마네의 제비꽃 여인: 베르트 모리조 (Berthe Moriso)

 

<마네의 제비꽃 여인: 베르트 모리조>는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19세기 말 인상파 최초의 여성화가, 베르트 모리조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프랑스의 유명 촬영감독인 카롤린느 샹페띠에의 첫 연출작으로 베르트 모리조가 사회적 편견에 굴하지 않고 화가의 삶에 안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그려냈다. 여전히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하지 못했던 시기, 베르트 모리조는 당대의 보수적인 방침에 따라 미술학교에 입학할 수 없었지만, 유복한 가정환경 덕분에 화가로서 꿈을 키울 수 있었다. 또한 화가의 길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결혼으로 귀결되는 여성의 삶에 안착하지 않았다.
영화는 베르트 모리조가 화가로 성장하는데 큰 영향을 주며 서로 예술적 교감을 주고받았던 에두아르 마네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보수적인 현실에 굴하지 않고 뚝심으로 나아가는 그녀의 삶에 주목한다.

 

 

<이미지: 코리아픽처스>

 

프리다 (Frida)

 

끝없는 불행과 절망을 예술로 승화시킨 멕시코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 어느 누구보다 고통스러웠던 그녀의 삶은 이미 수많은 책으로 소개되었고, 영화화 작업은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멕시코에서의 인기로 할리우드에 진출했어도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셀마 헤이엑은 프리다 칼로의 강렬한 인생을 담은 영화 <프리다>로 연기 인생에 전환점을 맞았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던 프리다 칼로, 어린 시절 앓았던 소아마비로 평생 한쪽 다리를 절게 되었으며, 16세에 겪은 끔찍한 교통사고로 평생 32번에 걸친 외과수술을 받아야 했던 프리다의 삶을 더욱 절망으로 내몬 건 그녀의 남편 리베라였다. 스물한 살, 스물한 살 연상의 화가 디에라와 결혼한 프리다는 그의 끝없는 바람기와 유산으로 정신적인 고통마저 떠안아야 했다. 영화는 소녀시절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했던 프리다의 삶을 조명한다.

 

 

<이미지: 찬란>

 

까미유 끌로델 (Camille Claudel 1915)

 

비운의 예술가로 회자되는 까미유 끌로델의 삶은 1988년 이자벨 아자니가 주연을 맡은 동명 영화로 한 차례 선보인 적 있다. 그 당시 영화는 젊은 시절의 까미유가 로댕을 만나 파국에 이르는 과정이 중심이었다면, 줄리엣 비노쉬가 연기한 <까미유 끌로델>은 마치 그 후속편처럼 예술가의 삶에서 멀어진 채 피폐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로뎅의 제자이자 연인으로 잘 알려진 까미유 끌로델은 아내를 선택한 로댕과의 고통스러운 결별 후 절망과 슬픔을 견디기 위해 창작에 몰입했지만 보수적인 사회에서 여성 예술가로 활동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거기에 로댕을 향한 편집증적인 태도로 정신이상자로 몰려 정신병원에 수감되고, 남은 평생을 그곳에서 보내게 된다.
영화는 예술가로서 삶의 빛을 잃은 까미유 끌로델의 쓸쓸했던 삶의 일부분을 다룬다. 유일하게 남은 혈육 남동생 폴의 방문이 있던 3일간의 행적이 주된 이야기로 이미 예술가의 삶에서 멀어진 까미유의 일상은 그저 건조하고 삭막할 뿐이다. 한 예술가의 비참했던 말로가 씁쓸한 여운을 안긴다.

 

 

<이미지: 유니버설픽쳐스>

 

대니쉬 걸 (The Danish Girl)

 

톰 후퍼 감독의 <대니쉬 걸>에는 두 명의 화가가 등장한다. 풍경화가로서 명성을 쌓아가던 에이나르 베게너와 초상화를 주로 그렸던 게르다, 예술적 교감을 나누는 파트너이자 부부였던 두 사람의 인생은 무척이나 드라마틱했다. 게르다의 작품 모델을 대신해 여장을 하고 나선 에이나르는 이를 계기로 성적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 시작하고, 반면 남편을 모델로 한 게르다의 초상화는 점점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결국 릴리 엘베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초의 성전환 수술 트랜스젠더가 된 에이나르.
영화는 릴리 엘베의 삶을 다룬 데이비드 에버쇼프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에이나르와 게르다, 두 사람의 특별한 러브스토리와 변화하는 인생을 담아냈다. 진짜 여자가 된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에디 레드메인의 섬세한 연기와 화가로서는 성공했어도 인생의 한 부분을 상실한 여성의 절망과 괴로움을 절절한 연기로 표현한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연기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미지: 오드>

 

내 사랑 (Maudie, My Love)

 

<내 사랑>은 캐나다 노바스코샤 출신의 나이브 아트(Naive Art) 화가 모드 루이스의 인생을 그린 영화이다. 드라마 <핑거 스미스>로 한 번 호흡을 맞췄던 에이슬링 윌시 감독과 샐리 호킨스가 다시 만난 작품으로, 에단 호크가 지금까지와 다른 멜로 연기를 선보인 영화는 모드 루이스의 작품세계처럼 아름답고 따뜻하다. 영화는 선천적인 관절염으로 가족의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했던 모드 루이스가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생선장수 에버렛의 가정부로 들어가 살면서 재능의 꽃을 피우며 에버렛과 순수한 사랑을 나누는 과정을 담아냈다.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그림을 향한 순수한 열정으로 자신만의 재능을 꽃피운 모드 루이스의 삶은 소박함에도 따뜻한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