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에서 찾아본 <왕좌의 게임>의 인물들

 

by. 빈상자

 

오는 7월이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왕좌의 게임>이 돌아온다. 지난해보다 3개월 더 늦게, 3편 더 짧게 방영될 예정인 <왕좌의 게임>에 팬들은 이미 애가 닳았다. 그런데 팬들의 기다림을 달래줄 희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하버드 대학교에서 <왕좌의 게임>에 대한 강의가 개설된 것이다. 강의 제목은 ‘레알 왕좌의 게임: 현대 신화와 중세 모델(The Real Game of Thrones: From Modern Myths to Medieval Models)’이다.

 

# 다음 글은 <왕좌의 게임>의 시즌 6까지의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HBO>

 

원작자 조지 R.R. 마틴은 <왕좌의 게임>의 중심을 이루는 스타크가와 래니스터가의 대립이, 15세기 잉글랜드의 ‘장미전쟁’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것임을 여러 차례 직접 밝혔다. ‘장미전쟁’은 잉글랜드 북부의 요크가와 남부의 랭커스터가가 서로 권좌를 차지하기 위해 약 30년 동안 지속했던 전쟁이다. ‘장미전쟁’ 외에도 <왕좌의 게임> 속 인물들은 다양한 중세 역사 속 실제 인물들을 닮았는데, 그 사례들을 모아보았다.

 

 

<이미지: HBO>

 

① 세르세이와 마거릿 앙주(Margaret of Anjou)

남편과 세 아이를 잃은 비운의 여왕이자 강하고 독한 악녀의 이미지를 동시에 지닌 세르세이는 지난 시즌 6에서 킹스랜딩 내 반대세력들을 모두 정리하고, 래니스터가의 실세로 부상했다. 그런 세르세이는 잉글랜드 랭커스터가의 마거릿 앙주에 자주 비교된다.
마거릿은 남편인 헨리 6세가 정치적으로 무능력한데다 정신질환으로 헤매는 동안 실질적으로 랭커스터가의 장미전쟁을 이끌었다. 또한 아들 에드워드가 헨리 6세의 아이가 아니라는 소문에 시달렸는데, 그나마도 장미전쟁 도중 어린 아들을 잃어 드라마 속 세르세이의 운명과 꼭 닮았다.

 

 

<이미지: HBO>

 

② 네드 스타크와 리처드 요크 공(Richard Plantagenet, 3rd Duke of York)

네드는 로버트 왕이 사냥과 여색에 빠져있는 동안 ‘핸드(Hand of the King)’로서 실질적인 통치를 하다가 래니스터가에 의해 제거된 인물이다.
장미전쟁이 시작된 이유의 중심에는 마거릿 앙주와 리처드 요크 공의 대립이 있는데, 리처드는 ‘미친’ 헨리 6세를 대신하여 ‘호민관’으로 섭정을 하며 왕권을 노리다가 마거릿의 정적이 되었다. 마거릿의 실수라면 리처드의 목을 베어버리는 대신에 그를 아일랜드로 추방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리처드는 군사를 일으켜 랭커스터와의 전쟁을 시작하지만, 전투 도중 전사하고 네드처럼 목이 창 끝에 걸려 전시되는 수모를 당한다.

 

 

<이미지: HBO>

 

③ 대너리스와 엘리자베스 1세(Elizabeth I)

용 세 마리를 거느리고 불에도 타지 않는 인물을 실제 역사 속에서 찾기는 힘들겠지만, 용엄마 대너리스는 잉글랜드를 거의 반세기 동안 통치했던 엘리자베스 1세를 많이 닮았다.
대너리스처럼 자신의 가문의 마지막 후계자였던 엘리자베스는 경제적으로 곤궁했던 잉글랜드가 강력한 대영제국으로 탄생하게 되는 기반을 다졌다. 대너리스가 남편을 잃은 후 다시 결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처럼, 엘리자베스 또한 ‘짐은 국가와 결혼했다’며 평생 독신으로 국가 통치에만 전념했다. 대너리스처럼 엘리자베스에게는 막강한 군대가 있었으며, 대너리스가 야금야금 영토를 확장해 가듯, 엘리자베스는 본격적으로 북미 식민지를 개척해 나갔다. 대너리스가 불에 타지 않는 용엄마로 신화적인 이미지에 의지하고 있는 것처럼, 엘리자베스는 ‘동정녀 여왕(Virgin Queen)’이란 별칭으로 불리며 신성한 이미지와 그녀를 향한 컬트 문화를 만들었다.

 

 

<이미지: HBO>

 

④ 조프리 래니스터와 웨스트민스터의 에드워드(Edward of Westminster)

조프리가 정치적 야심이 강한 어머니 세르세이의 아들인 것처럼, 웨스트민스터의 에드워드는 랭커스터가의 장미 전쟁을 지휘한 마거릿 앙주의 아들이었다.
조프리하면 그의 포악한 치정과 가학적인 취미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한 이유로 조프리를 로마의 칼리굴라와 비교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여러 면에서 에드워드와 유사성이 많다. 밀라노공국의 대사는 “이제 13살밖에 안돼는 아이가 벌써부터 목을 자르고 전쟁을 일으키는 것만 얘기하고 있다”고 말하며 에드워드의 ‘싹수’를 일찌감치 알아봤다. 조프리 만큼 비극적이지는 않지만, 에드워드도 18세도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전투에서 목숨을 잃었다. 요절하는 덕분에 에드워드의 포악성은 미처 꽃(?)을 피우지 못했지만, 조프리를 보면 천만다행이라고 느끼는 게 꼭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이미지: HBO>

 

⑤ 테온 그레이조이와 클래런스 공작 조지 플랜태저넷(George Plantagenet, 1st Duke of Clarence)

스타크가에서 자랐으나 고향격인 윈터펠을 공격하고, 윈터펠의 아이들을 불태운 테온은 배신의 아이콘이다. 장미전쟁의 배신의 아이콘은 단연 조지 플랜태저넷이다.
조지 플랜태저넷은 요크가의 후손으로 처음엔 요크가를 지지했지만, 후에 웨스트민스터 에드워드의 왕권을 이어받는 거래를 성사하며 랭커스터가의 신발로 바꿔 신었다. 물론 이는, 테온처럼, 조지의 실수였다. 전투에서 패한 조지는 요크가에 붙잡혔고 반역죄로 와인에 수장되는 처벌을 받았다. 그래도, 테온이 당한 것을 생각하면, 비교적 낭만적이고 향기로운 처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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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브리엔과 잔 다르크(Joan of Arc)

비록 브리엔은 191cm의 거구이고 잔 다르크는 158cm 정도의 작은 체구를 가졌지만, 갑옷을 입은 여전사로서 전장을 누비고 다녔다는 점에서 브리엔은 잔 다르크를 많이 닮았다.
잔 다르크는 장미전쟁이 일어나기 바로 전에 있었던 백년 전쟁의 끝에서 프랑스를 구한 구국의 소녀였다. 브리엔이 자신의 칼을 ‘서약을 지키는 자’로 명명하고 충성을 신조로 여기는 만큼, 잔 다르크도 샤를 7세에 끝까지 충성했다. 비록 브리엔이 충성을 맹세했던 사람들의 운명이 지금까지는 좋지 않았으며, 잔 다르크와 같은 영웅으로 아직 일어나지는 못했지만, 산사를 만난 브리엔이 곧 전투에서 맹활약하며 스타크가를 권좌에 앉히는 영웅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적어도 산사는, 샤를 7세가 잔 다르크에게 그랬던 것처럼, 브리엔을 토사구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