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감독 다른 생명,

테마로 보는 ‘괴물’ vs ‘옥자

 

by. 레드써니

 

 

6월 29일(목) 넷플릭스와 극장에서 동시 공개되는 <옥자>는 믿고 보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자 슈퍼 캐스팅으로 일찍이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온라인 스트리밍과 극장 동시 상영이라는 넷플릭스의 전략은 국내 영화 생태계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3대 멀티플렉스에서 상영 거부를 결정해 이와 관련 연일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논쟁과는 별개로 <옥자>는 거대 존재를 소재로 한 작품이자 개봉 전 뜨거운 이슈 등 봉준호 감독의 전작 <괴물>과 여러모로 닮은 점이 있다. <옥자> 개봉 전 같은 감독의 다른 두 영화 <옥자>와 <괴물>을 테마별로 이야기해본다.

 

 

<이미지: 넷플릭스>

 

테마1. 새로운 도전 [봉준호]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살인의 추억> 이후 차기작으로 그의 세 번째 작품이고, <옥자>는 <설국열차> 차기작으로 여섯 번째 장편 영화이다. <괴물>과 <옥자>는 거대 존재를 소재로 같은 감독이라는 작품 외에는 공통점은 없지만, 영화 외적으로 본다면 봉준호의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두 작품은 묘하게 연결된다.

 

 

<이미지: 청어람 / 쇼박스>

 

<살인의 추억>으로 역대급 한국영화를 완성한 봉준호의 차기작은 당연히 큰 관심을 받았는데 그의 선택은 엉뚱하게도 한국형 괴수 영화 <괴물>이었다. 탄생 배경도 독특하다. 봉준호 감독은 고등학교 때 잠실대교로 올라가던 시커먼 물체를 봤던 기억을 떠올라 나중에 감독이 되면 이 경험을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넘어야 할 산은 많았다. 먼저 100억대의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부담감과 한국에서 드문 ‘괴물’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것이다. 여러모로 ‘무’에서 시작해야 하는 촬영에도 봉준호는 도전했고 결과적으로 칸에서부터 시작된 극찬과 자신의 필모그래피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과 비평 모두 대성공을 거둔다.

 

 

<이미지: 넷플릭스>

 

옥자>는 우선 <괴물>에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자신의 전작 <설국열차>를 제작하면서 얻었던 글로벌 프로젝트를 경험한 노하우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감독에게 새로 주어진 도전은 작품 제작에 관련된 것보다는 상영 방식이다. 그의 작품 중 역대 최대 제작비 5,000만 달러로 추정되는 <옥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극장 개봉(한국,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과 동시에 스트리밍으로도 서비스되는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연출에 일체 간섭이 없음은 물론 최종 편집, 캐스팅까지 전권을 위임하며 작가의 창작을 존중했던 넷플릭스의 제작 방식이 만족스러웠다고 밝혔다.

 

 

<이미지: 청어람 / 쇼박스>
<이미지: 넷플릭스>

 

테마2. 의도치 않은/의도했던 그들의 [탄생]

 

두 작품의 제목은 모두 영화 속 생명체를 지칭하며, 정상적인 환경에서 탄생한 것이 아닌 인간의 욕심과 과오로 탄생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맥팔랜드 사건을 모티브로 한 <괴물>은 미군의 지시로 화학폐기물을 한강에 방류하면서 변종 괴물이 탄생되었다. <옥자>는 미란도 주식회사에서 인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전자 조작으로 슈퍼피그를 탄생시켰다. <괴물>은 의도치 않은 탄생, <옥자>는 의도한 탄생, 그 차이가 영화의 분위기를 다르게 한다. 영화에서는 두 존재를 죽이기 위해 전력을 다하지만 목적이 다르다. <괴물>은 사회 문제와 공포 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옥자>는 기업의 이익을 위해 나선다.

 

 

<이미지: 청어람 / 쇼박스>
<이미지: 넷플릭스>

 

테마3. 목적은 다르지만 끝까지 달리는 [주인공]

 

두 영화의 주인공은 언뜻 보기에 평범한 인물이지만, 그들의 삶을 보면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에 가깝다. <괴물>의 주인공은 한강에서 매점을 하고 있는 ‘강두'(송강호)이고, <옥자>는 강원도 산골에서 할아버지와 살고 있는 소녀 ‘미자'(안서현)이다. 두 사람 모두 영화 속 거대 존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강에 나타난 괴물은 ‘강두’의 딸 ‘현서'(고아성)를 납치했고, ‘미자’는 산골에서 함께 살던 친구 ‘옥자’를 갑자기 빼앗겼다. 이후 거대 존재에 대한 그들의 선택은 다르다. ‘강두’는 ‘괴물’을 죽이기 위해 달려가고, ‘미자’는 ‘옥자’를 살리기 위해 달려간다.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은 소중한 존재를 구하기 위해 달려가지만 주위 누구도 그들의 절박한 희망을 지켜주지 못한다. 오히려 포기하라고, 굴복하라고 압박한다. 영화에서 거대한 것은 두 거대 생명체보다 사회 시스템이다. 영화는 거대 시스템에서 억압받고 외면받는 소수의 저항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테마4. 박수와 논쟁의 [칸]

<괴물>과 <옥자>는 둘 다 칸 국제영화제 진출했다. <괴물>은 2006 칸 국제영화제 감독 주간에, <옥자>는 2017 칸 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받았다. 둘 다 봉준호 감독의 칸과 관련된 필모그래피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진다. <괴물>은 봉준호 감독 ‘최초’의 칸 국제영화제 진출작이고, <옥자>는 봉준호 감독의 첫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다. (봉준호 감독은 <괴물>, <마더>, <도쿄>, <옥자> 네 작품으로 칸의 초대를 받았다)

 

 

<이미지: 청어람 / 쇼박스>

 

다만 칸에서의 온도는 많이 달랐다. <괴물>은 칸 국제영화제 감독 주간 초청되어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이제는 봉준호 감독의 대표적인 포즈로 자리 잡은 ‘어퍼컷’도 여기서 탄생되었다. 봉준호 감독의 포즈는 국내 개봉 당시 마케팅 포인트로 잡혔고 개봉 전 큰 기대감을 조성했다.

 

 

<이미지: 넷플릭스>

 

<옥자>는 공식 경쟁에 초청받았음에도 논쟁에 휩싸였다. 프랑스 현지에서 극장 상영 없이 스트리밍 플랫폼 작품이 칸에 초청됐다는 사실은 프랑스 극장협회의 반발을 샀다. 스트리밍 논쟁에 이어 기자시사회 중 기술적인 문제로 상영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졌을 때도 앞서 논쟁과 결부해 이슈를 낳았다. 결국 칸 국제영화제는 앞으로 프랑스 극장 개봉을 전제로 하는 작품만 경쟁부문에 출품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봉준호 감독은 이에 대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진짜 논쟁은 영화 속에 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히기도 하였다.

 

 

<이미지: 청어람 / 쇼박스 / 넷플릭스>

 

테마 마지막, 두 작품에 대한 관전 혹은 기대 포인트

 

<괴물>은 한국영화 최초의 괴수영화라고 할 수 없으나, 한국영화에서 사회적 문제를 결합한 괴물의 존재는 당시로는 상당히 신선하고 큰 도전이었다. 우선 CG 특수효과 전문 웨타 디지털의 기술로 탄생한 괴물은 역동적이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선보이며 놀라운 기술적 성과를 보여줬는데, <괴물>의 진정한 의미는 기술적 성과를 넘어서는 데 있다. 괴물과 인간의 대결이 아닌 괴물이 탄생한 사회 부조리와 갈등에 대한 풍자를 담은 <괴물>은 공감대와 흥미를 유발하며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갖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옥자>는 전작 <괴물>처럼 거대한 존재의 탄생 속에 이를 둘러싼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넷플릭스가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 <옥자>는 <설국열차>에 이은 글로벌 프로젝트이다. (정확히는 <설국열차>의 제작사 모호 필름과 오퍼스 픽쳐스는 한국, <옥자>의 제작사 넷플릭스, 플랜 B 등은 전부 외국이다) 틸다 스윈튼, 폴 다노, 스티븐 연, 릴리 콜린스, 제이크 질렌할 등 유명 할리우드 배우가 출연한 <옥자>는 <설국열차>의 캐스팅 파워를 뛰어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칸과 언론시사회에서 공개된 반응을 종합했을 때 슈퍼피그 ‘옥자’ 의 CG가 뛰어나며, 어린 ‘미자’의 액션 씬이 훌륭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괴물>이 풍자극이라면 <옥자>는 현대판 우화 같다는 분위기도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