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을

서늘하게 식혀줄

공포영화

 

by. jacinta

 

가만있어도 후텁지근한 여름이면 등골 서늘해지는 공포영화가 생각난다. 한때 공포영화는 제이-호러를 시작으로 아시아 공포영화가 인기를 끌었지만, 구태의연한 설정의 반복으로 관객의 외면을 불렀다. 최근 몇 년 사이 색다른 공포를 선사하는 해외 공포영화가 관심을 모으며 꾸준히 개봉하는 가운데 깜짝 흥행 돌풍을 일으키곤 한다. 올여름에도 <45미터>, <위시 어폰>, <애나벨: 인형의 주인> 등의 영화가 극장가를 시원하게 할 전망이지만, 더운 여름엔 안방에서 즐기는 서늘한 공포가 최고이다.

최근 3~4년 이내 선보인 영화 중 색다른 스타일과 참신한 소재, 긴장감 있는 연출로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을 소개한다.

 

1. 현실의 무게를 더한 공포영화

 

<이미지: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1)바바둑 (The Babadook, 2014)

2014년 최고의 공포영화라는 찬사를 받으며 세계 여러 영화제를 휩쓴 <바바둑>은 제니퍼 켄트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영화는 아들을 뺏으려는 악령 ‘바바둑’에 맞서는 엄마의 고군분투기로 스토리 자체는 익숙하게 보아온 이야기이다. <바바둑>이 호평을 받은 건 익숙한 설정을 뒤튼 캐릭터의 힘이 크다.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 뒤 홀로 아들(사무엘)을 키우는 워킹맘(아멜리아)의 고단한 현실이 악령과 맞물리며 숨 막히는 공포와 긴장을 선사한다. 특히 기존의 가치관에 반하는 영화 속 모성애는 차별화된 충격을 준다.

 

 

<이미지: 넷플릭스>

 

2)어둠의 여인 (Under the Shadow, 2016)

<어둠의 여인>은 우리에게 낯선 배경의 공포영화이다. 1980년대 후반 이란-이라크 전쟁을 배경으로 폭격을 피해 사람들이 떠난 아파트에 남은 모녀가 겪는 미스터리 현상을 그린 이야기이다. 사실 이 영화는 극적인 공포 효과는 없다. 8년째 지속되고 있는 끝없는 전쟁, 여성 억압적인 이란 사회를 반영한 현실적인 소재를 팽팽한 긴장을 자아내는 하우스 공포로 완성했다. 2016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세계 여러 영화제에 초청받아 호평받았다.

 

 

<이미지: 넷플릭스>

 

3)얼굴 없는 밤 (The Similars, 2015)

폭우가 쏟아지는 고립된 버스 정류장에 모여있는 사람들 사이로 기이한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고 공포와 광기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독특한 소재의 멕시코 스릴러 <얼굴 없는 밤>은 1960년대 멕시코의 어두운 역사를 담고 있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1968년 10월 2일, 틀라텔롤코 광장에서 있었던 끔찍한 학살사건이 벌어졌던 때와 맞물린다. 제3세계 국가 최초로 올림픽을 유치한 멕시코 정부는 시민과 학생들의 민주화 요구를 묵살하고 무참히 짓밟았다. 전해지는 이야기로 당시 1천여 명이 죽고 1만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감독은 이러한 역사적 아픔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기이한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저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2. 살벌한 코믹호러

 

<이미지: Lions Gate Entertainment>

 

4)더 보이스 (The Voices, 2014)

핑크색 작업복을 입고 해맑은 미소를 띈 채 개와 고양이와 나란히 서있는 라이언 레이놀즈, 포스터만 보면 귀여운 동물 영화 같지만 다시 보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그의 손에 들린 피 묻은 살벌한 톱은 이 영화의 분위기를 단번에 드러낸다. 그렇다. <더 보이스>는 코미디와 유혈 낭자 살인극이 만난 영화이다. <어느 예술가의 마지막 일주일>, <페리스폴리스>의 마르얀 사트라피 감독의 영화로 정신착란 증세를 겪는 순수 청년 제리가 의도치 않게 연쇄살인범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데드풀>과 격이 다른 똘끼를 만날 수 있다.

 

 

<이미지: Dark Sky Films>

 

5)데스가즘 (Deathgasm, 2015)

메탈과 유머, 핏빛 고어가 만난 영화.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녹아든 <데스가즘>은 우연히 악마를 소환하는 노래를 연주한 메탈 밴드가 악마에게 조종당해 좀비로 변한 사람들을 구하려는 내용이다. B급 감성의 고어와 유머를 좋아한다면, 살점 뜯겨 나가는 살육 파티를 즐길 수 있다면, 그리고 헤비메탈을 좋아한다면 80여분의 시간은 아깝지 않을 것이다.

 

 

3. 한정된 공간과 인물

<이미지: A24>

 

6)그린 룸 (Green Room, 2015)

살인사건을 목격한 인디밴드의 목숨 건 탈출을 그린 하드코어 스릴러 영화. 데뷔작 <블루 루인>으로 비평가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제레미 솔니에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으로 ‘엑스맨’ 시리즈에서 자비에 교수로 유명한 패트릭 스튜어트와 2016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안톤 옐친의 출연작이다. 특히 패트릭 스튜어트는 살기 어린 눈빛의 악역을 맡아 서늘한 공포를 선사한다. 폐쇄된 공간이 주는 압박과 긴장은 킬링타임 스릴러 영화로 손색없다.

 

 

<이미지: Drafthouse Films>

 

7)비밀스러운 초대 (The Invitation, 2015)

데뷔작 <걸파이트>로 호평받은 캐린 쿠사마 감독의 스릴러 영화. 시각적인 충격을 주는 공포 대신 계속해서 엄습해오는 긴장과 미스터리가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아들이 죽고 아내와 이혼한 남자가 어느 날 전 아내의 수상한 파티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남자의 불안한 의심과 미심쩍은 사람들의 행동은 <겟 아웃>의 설정과 언뜻 비슷하다. 시체스 영화제에서 오피셜 판타스틱-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4. 관습을 탈피한 공포영화

<이미지: A24>

 

8)더 위치 (The Witch, 2015)

<23 아이덴티티>로 국내 팬들을 사로잡은 안야 테일러 조이의 첫 영화 데뷔작이다. 세일럼 마녀재판을 소재로 연이어 발생한 기이한 사건 때문에 점차 광기에 사로잡히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더 위치>는 로버트 에거스의 첫 장편영화 연출작이라는 게 놀라울 정도로 꼼꼼한 역사 고증과 아름다운 영상미, 시각 효과가 매혹적인 작품이다. 깜짝 놀라게 하는 공포 효과는 없지만 서서히 광기 어린 모습으로 변해가는 사람들이 섬뜩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미지: 콘텐츠게이트>

 

9)팔로우 (It Follows, 2014)

오직 내 눈에만 보이는 공포가 쫓아오는 저주라는 독특한 설정의 공포영화이다. 오직 한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공포는 급하게 쫓아오지 않는다. 느릿한 호흡으로 서서히 조여들며 숨 막히는 긴장을 조성한다. 청춘 로맨스 <아메리칸 슬립오버>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데뷔한 데이빗 로버트 미첼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팔로우>는 감독의 어린 시절의 악몽에서 착안된 영화이다. 스산한 공포를 배가시키는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음악과 초현실적인 비주얼이 기괴한 긴장을 연출한다. 2015년 북미 개봉 당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5. 현실적인 공포

<이미지: 콘텐츠판다 / 위드라이언픽쳐스>

 

10)가위: 수면마비의 기억 (The Nightmare, 2015)

무의식의 세계 ‘꿈’, 그중에서도 ‘가위’는 듣기만 해도 공포스럽다. 아마 경험해봤다면 몸을 뜻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주는 공포감이 어떠한 것인지 알 것이다. <가위: 수면마비의 기억>은 그러한 공포의 순간을 탐험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여기에서 소개되는 사례는 허구가 아닌 실제 경험담이다. 다큐멘터리 <룸 237>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로드니 에스처 감독의 작품으로 가위눌림에 시달리면 8명의 꿈을 재연했다.

 

 

<이미지: Sony Pictures Home>

 

11)소름 (Creep, 2014)

단 2명만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 영화. 쉽게 돈을 벌 생각에 미심쩍은 구인광고를 찾아간 주인공이 한적한 산골 마을로 떠나 알 수 없는 고용주와 얽혀 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1인칭 핸드헬드 영상은 페이크 다큐에서 볼법한 사실적인 생생함을 전달하고, 이상한 행동으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남자의 행동은 주인공과 관객을 긴장시킨다. 처음부터 조성된 꺼림칙한 분위기는 끝까지 이어지며 소름 끼치는 긴장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