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반한 두 사람의

두근두근 혹은 치명적인 로맨스

 

by. Jacitna

 

시간이 지날수록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영화 속 얘기 같다. 보는 순간 눈부신 후광이 비치며 순식간에 빠져들게 된다는 그런 경험은 언제쯤 할 수 있는 걸까.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순간이 찾아온다는데 아직까지도 그런 경험이 없다면 첫눈에 반한 남녀의 로맨스를 담은 영화로 대신 경험해보자. 물론 첫눈에 반한다고 두근두근 설렘과 해피엔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1. 세상 가장 풋풋한 로맨스: 플립

 

<이미지: 팝엔터테인먼트>

 

놀랍게도 7년 만에 개봉하는 영화 <플립>은 수년 동안 온라인 상에서 ‘인생 영화’로 거론되며 화제가 됐던 영화이다. 뒤늦게 정식 개봉하는 이 영화는 첫사랑의 풋풋함을 가득 담은 영화이다. 새로 이사 온 앞집 소년 ‘브라이스’에게 첫눈에 반한 7살 소녀 ‘줄리’. 이때부터 두 사람의 끈질긴 인연이 시작된다. 브라이스는 솔직한 줄리의 마음이 부담되면서도 은근히 신경 쓰이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두 사람의 각각 다른 시점이 교차하며 전개되는 영화는 두근거렸던 첫사랑의 기억을 소환할 것이다.

 

 

2. 처음 만난 사랑, 처음 만든 음악: 싱 스트리트

 

<이미지: 이수C&E>

 

존 카니 감독의 세 번째 음악 영화 <싱 스트리트>는 80년대 학창 시절로 돌아가 아련한 향수를 자극한다. 이번엔 소년의 첫사랑을 음악으로 담아냈다. 하교 길에 우연히 본 성숙한 매력의 ‘라피나’에게 한눈에 반한 ‘코너’.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밴드를 결성하고 함께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두 사람은 점차 가까워진다. 귓가를 풍성하게 하는 80년대 인기 브리티쉬 팝은 역시 믿고 보는 존 카니 영화답다. 두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 궁금해지는 열린 결말은 <싱 스트리트> 이후의 이야기를 듣고 싶게 한다.

 

 

3.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사랑: 노트북

 

<이미지: 퍼스트런 / 글뫼>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는 말을 믿으면서도 영원한 사랑을 꿈꾸고 싶다면 멜로 영화의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노트북>을 보자. 러브스토리를 들려주는 두 노인의 모습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열일곱 청춘에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노아’와 ‘앨리’, 두 남녀의 운명적인 사랑이야기이다. 풋풋한 첫사랑이 진실된 사랑으로 나아가기까지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오직 사랑으로 견디고 견딘다. 사실 뻔한 내용이기도 하나 사랑스러운 레이첼 맥아담스와 지고지순한 순정파 라이언 고슬링, 두 배우의 케미에 흠뻑 빠져든다.

 

 

4. 첫눈에 반한 짝사랑: 하트비트

 

<이미지: AT9>

 

<하트비트>는 감각적인 비주얼의 영상과 음악이 시선을 사로잡는 자비에 돌란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매력적인 남자에게 동시에 빠져든 두 남녀의 이야기로 자비에 돌란의 연기도 볼 수 있다. 파티에서 만난 ‘니콜라’에게 첫눈에 반해 열병 같은 사랑을 앓는 절친 남녀 ‘마리’와 ‘프랑시스’. 짝사랑의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한 세 남녀의 달콤 쌉싸름한 관계는 그의 영화 중 가장 말랑말랑하고 스타일리시하다.

 

 

5. 누구나 꿈꾸던 그곳: 카페 소사이어티

 

<이미지: 찬란 / CGV 아트하우스>

 

우디 앨런 감독의 멜랑콜리한 로맨스 영화. 1930년대 할리우드의 화려한 사교계에 입성한, 뉴욕에서 온 순수 청년 ‘바비’는 그곳의 사람들과 다른 ‘보니’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열정적인 사랑은 씁쓸한 여운만을 남긴다. 살면서 한 번쯤 마주했을 사랑의 감정과 선택의 순간을 아련한 여운으로 담아낸 <카페 소사이어티>. 부드럽고 나른한 재즈 음악에 취하다 보면 두 남녀의 엇갈린 사랑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6. 사랑에 물들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이미지: 판씨네마>

 

옛말에 옷깃만 스쳐도 인인이라고 했다. 평범한 고등학생 ‘아델’은 우연히 길에서 스치고 지나간 대학생 ‘엠마’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엠마 역사 마찬가지이다. 스치듯 시작된 두 사람은 불같이 뜨거운 감정에 휩싸여 열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두 사람의 마법 같은 사랑은 눈부시게 매혹적이다. 그러면서도 무척 현실적이다. 레아 세이두와 아델 엑사르코풀로스, 두 여주인공의 앙상블 연기가 빛나는 영화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7.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리컨스트럭션

 

<이미지: 백두대간>

 

우리는 어느 순간, 어떻게 사랑에 빠질까. 사랑은 느닷없이 찾아와 처음 왔을 때처럼 아무런 예고 없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리컨스트럭션>은 잘 알고 있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사랑을 재구성한 영화이다. 사진작가 ‘알렉스’는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아메’에게 빠진다. 안타깝게도 두 사람에겐 이미 연인이 있다. 그럼에도 불꽃같은 하룻밤을 보낸 두 사람. 하지만 다음 날 모든 것이 뒤죽박죽 뒤바뀐다. 가슴 아픈 사랑의 기억이 떠오르며 씁쓸한 뒷맛을 안기는 영화이다.

 

 

8.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아가씨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숙희’는 사기꾼 백작의 사주로 귀족 아가씨 ‘히데코’의 하녀가 된다. 아가씨가 백작을 사랑하게 만드는 게 숙희의 진짜 일이지만 묘한 분위기의 아름다운 아가씨를 보는 순간 숙희의 마음은 흔들린다. 거액의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속고 속이는 그들의 이야기는 숙희와 히데코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황홀하다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놀라운 미장센과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빛난 <아가씨>는 박찬욱 감독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이고 재밌다.

 

 

9. 재앙일까, 사랑일까: 패신저스

 

<이미지: Columbia Pictures>

 

세상에서 가장 비싼 로맨스를 그린 <패신저스>. 초호화 우주선 아발론 호를 타고 잠들면 120년 후 개척 행성에 도착해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하지만 인생엔 언제나 뜻하지 않은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지구에서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엔지니어 ‘짐’은 프로그램 오류로 90년이나 일찍 깨어난다. 모든 이가 잠든 우주선은 거대한 망망대해와 마찬가지이다. 호화 우주선엔 모든 것이 있지만 무엇을 해도 깊은 고독과 외로움을 채울 수 없다. 좌절과 절망의 나날을 보내던 ‘짐’은 잠들어 있는 승객 ‘오로라’를 보고 강한 감정을 느낀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결국 오로라를 깨우기로 결심한다. 그의 선택은 사랑일까. 이기심일까.

 

 

10. 순식간에 찾아온 치명적인 사랑: 테레즈 라캥 & 박쥐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 판씨네마>

 

<테레즈 라캥>과 <박쥐>, 두 영화의 공통점은 에밀 졸라의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다. <테레즈 라캥>은 당시 할리우드 라이징 스타 엘리자베스 올슨과 오스카 아이삭이 치명적인 사랑에 빠진 ‘테레즈’와 ‘로랑’을 맡았고, <박쥐>는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와 얼짱 스타 출신 김옥빈이 ‘상현’과 ‘태주’를 연기했다. 원작에 충실하게 해석한 <테레즈 라캥>과 달리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영화의 주요 인상적인 부분을 취해 독특한 스타일의 영화로 완성됐다. 다른 스타일과 결말로 끝난 두 작품은 욕망을 억압당한 채 살아온 여주인공이 병약한 남편과 정반대 되는 남편의 친구와 치명적인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다. 보는 순간 넘어서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빠져드는 두 남녀의 이야기, 서로 비교해서 보면 색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