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여성 캐릭터 열전

 

by. Jacinta

 

최근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처음부터 참여한 미셸 로드리게즈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영화 속에 그려지는 여성 캐릭터에 아쉬움을 표시하며 시리즈 하차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셸 로드리게즈의 아쉬움은 비단 <분노의 질주>만이 아닐 것이다. 특히 많은 상업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는 남성 캐릭터를 보조하는 캐릭터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개봉한 <원더우먼>과 <악녀>는 남성 주도적인 영화의 흐름에 반하는 여성 캐릭터를 앞세워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앞으로 많은 영화에서 주도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길 바라며 솔직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자신의 삶을 이끄는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모아봤다. 소개할 영화는 현재 상영 중이거나 곧 개봉할 영화이다. (단,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끈다고 해서 반드시 해피엔딩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재꽃 – 하담 & 해별

<이미지: 딥 포커스>

 

이제야 평온한 삶에 안착한 하담과 달리 열한 살 소녀 해별을 둘러싼 환경은 가혹하다. 엄마는 떠났고 아빠라고 하는 사람은 그가 생부인지 확신조차 할 수 없다. 놀랍게도 어린 해별은 불분명한 인생에 주눅 들지 않는다. 하담은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해별에게 온기 어린 손을 내민다.

<재꽃>은 현재 한국 독립영화계에서 시네아스트로 주목받는 박석영 감독의 작품이다. <들꽃>, <스틸 플라워>에 이은 꽃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역시 사회 보호망에서 밀려난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전작에 모두 출연했던 하담은 이번 영화에서는 자신보다 훨씬 어린 소녀 해별의 보호자가 된다.

 

 

내 사랑 – 모드 루이스

<이미지: 오드>

 

나이브 화가 모드 루이스의 인생을 그린 <내 사랑>은 벌써부터 2018년 아카데미 후보로 거론되는 샐리 호킨스의 열연과 에단 호크의 연기 변신이 눈길을 사로잡는 영화이다. 드라마 <핑거 스미스>의 에이슬링 윌시 감독이 여성의 섬세한 시각으로 연출한 영화는 모드 루이스의 작품처럼 따뜻한 감동을 준다.

어릴 적부터 불편한 신체 때문에 가족의 냉대를 받아온 모드는 타고난 긍정적인 성격으로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고자 한다. 과감히 집을 나와 생선 장수 에버렛의 가정부로 들어가 어려움도 겪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 그녀가 유일하게 자신 있는 그림으로 에버렛과 차츰 가까워지며 사람들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한다. 영화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깊은 여운을 준다.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 – 스타

<이미지: 티캐스트>

 

10대 소녀 스타의 하루는 우울하다. 실질적인 가장이나 다름없다. 아버지는 술에 취해 스타를 학대하고 한참 어린 동생은 누나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트에서 우연히 만난 제이크의 제안을 따라 집을 떠났다. 길에서의 하루는 생각했던 만큼 달콤하지 않지만 스타는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나아간다.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의 칸 영화제 세 번째 수상작으로 미국을 횡단하며 낮에는 잡지를 팔고 밤에는 파티를 하는 자유로운 청춘의 모습을 여과 없이 담았다. 자연광과 핸드헬드로 담은 아름다운 영상과 유명 뮤지션이 참여한 사운드트랙이 관객을 황홀하게 만드는데, 영화의 주인공은 단연 사샤 레인이 연기한 ‘스타’이다. 플로리다 해변에서 우연히 캐스팅된 사샤 레인은 160여분의 러닝타임을 완벽하게 지배한다.

 

 

불온한 당신 – 바지씨

<이미지: 무브먼트>

 

이해와 배려보다 혐오의 프레임에 갇힌 사회에서 성소수자의 인권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불온한 당신>은 현재 ‘종북’이라는 새로운 낙인이 추가된 성소수자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한 다큐멘터리이다. 성소수자인 이영 감독이 연출한 <불온한 당신>은 보다 솔직하게 성소수자의 삶을 보여준다.

아마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단연 ‘바지씨’ 일 것이다. ‘바지씨’는 과거 여성 성소수자를 가리킨 은어로 남성적인 매력을 풍기는 이들을 지칭한다. 1945년생 ‘이묵’은 성소수자라는 제대로 된 개념과 단어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평생을 여자를 사랑한 남자로 살아왔다. 여전히 가슴에 천을 두르고 남자로 살아가는 70대 ‘바지씨’ 이묵의 삶은 성소수자들을 불온한 존재로 규정짓는 사회의 낙인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하늘이 기다려 – 소냐 & 멜라니

<이미지: UGC Distribution>

 

평범한 여학생 소냐는 IS 조직에 가담해 테러를 계획했다는 혐의로 붙잡혀 보호관찰을 받고, 멜라니는 SNS에서 알게 된 남자에게 위로를 받으며 서서히 IS의 문화에 빠져든다. IS는 프랑스 중산층의 부족할 것 없는 환경에서 자라온 10대 소녀의 예민하고 불안한 심리를 교묘히 이용한다. 거기에 구원의 명분까지 제시하며 삶의 의미를 찾고 싶은 10대 소녀를 완벽하게 현혹시킨다.

스스로 무장단체 IS를 선택한 10대 소녀들의 이야기로 IS가 어떻게 10대를 포섭하고 그들을 믿게 하는지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이다. 몇 년 전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있었고, 현재도 되풀이되고 있다. 영화는 두 소녀와 아이를 잃은 가족을 통해 맹목적인 믿음이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하는지 말하며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

 

 

레이디 맥베스 – 캐서린

<이미지: 씨네룩스>

 

19세기 영국, 열일곱 캐서린은 늙은 지주에게 팔린 거나 마찬가지인 결혼을 한다. 이후 캐서린의 모든 삶은 남편에게 종속돼 아무런 자유를 누릴 수 없다. 당시 많은 여성들의 삶은 캐서린의 삶처럼 잔혹했을 것이다. 캐서린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굴복당하지 않는다. 우연히 하인 세바스찬과 묘한 쾌감을 경험한 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기로 한다.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소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이 직접 작품성과 주연을 맡은 배우를 극찬해 영화 팬들에게 더욱 화제가 된 영화로 해외 반응 역시 호평 일색이다. 원작을 재해석한 결말과 감독의 철저한 계산 하에 탄생한 엄격한 영상 등 탄탄한 연출로 숨 막히는 긴장을 선사한다.

 

 

넬리 – 넬리 아르캉

<이미지: 노바엔터테인먼트>

 

5년 동안 매춘에 종사한 자전적 경험을 녹아낸 소설 <창녀>로 베스트셀러 작가에 오르고 문단의 주목을 받은 ‘넬리 아르캉’의 짧았던 삶을 담은 영화이다. 두 번째 소설 <미친 여자>까지 출판하며 승승장구했지만 2009년 36세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넬리 아르캉의 파격적인 삶을 그린 실화 영화 <넬리>는 세계 여러 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한 첫 소설 ‘창녀’는 성매매 경험을 단순히 나열하는 책이 아니다. 때론 거부감이 들 정도로 성적 쾌락과 인간의 욕망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더 나아가 성매매가 쉽게 이루어지는 사회를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섹스노동자’라는 명칭을 창안한 넬리 아르캉의 삶을 그린 영화는 8월 중 개봉할 예정이다.

 

 

아토믹 블론드 – 로레인

<이미지: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존 윅> 시리즈의 데이빗 레이치 감독이 이번엔 여성 비밀요원의 액션 세계를 영화로 담았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여전사 ‘퓨리오사’로 출연해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였던 샤를리즈 테론이 MI6 요원 ‘로레인’ 역을 맡아 그녀만의 걸크러쉬 매력을 보여줄 전망이다. 수많은 여성 팬을 거느린 제임스 맥어보이는 MI6 베를린 지부장 ‘퍼시벌’ 역을 맡았으며, 할리우드의 차세대 배우로 자리 잡은 소피아 부텔라는 프랑스 스파이 ‘라살’ 역을 맡아 샤를리즈 테론과 묘한 관계를 이룬다.

영화를 위해 종합격투기 기술 자격증까지 취득했다는 샤를리즈 테론. 차가운 암살자로 돌아온 테론의 뜨거운 복수와 응징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