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로 지친 여름을 달래는

북유럽 배경 영화

 

by. Jacinta

 

 

연일 푹푹 찌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지구온난화에 따라 때 이른 불볕더위와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아열대성 기후로 변화하면서 높은 습도에 불쾌지수는 높아져만 간다. 고온다습한 여름 날씨 때문에 무기력하고 괴로운 요즘, 손 시리게 추운 겨울이 생각난다면 더위 걱정 없을 것 같은 북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는 것은 어떠할까. 물론 북유럽 배경 영화라고 해서 더위를 날리는 시원한 청량감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날씨와 다른 계절을 보는 것만 해도 남다른 피서가 될 수 있다.

 

 

렛 미인 – 판타지가 필요한 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

 

<이미지: 씨네그루(주)다우기술>

 

뱀파이어 장르물과 만난 핏빛 로맨스. 북유럽 영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일 것이다. 외로운 왕따 소년 오스칼 앞에 나타난 창백한 얼굴의 뱀파이어 소녀 이엘리의 매혹적인 이야기이다. 얼음처럼 차가운 눈으로 뒤덮인 스톡홀름의 서늘한 풍경 속에 누구와도 친구가 되지 못했던 소년, 소녀의 이야기는 우아하고 섬세하고 시적이다.

 

 

히어 애프터 – ①인간 본연의 폭력성을 돌아보다

 

<이미지: 엣나인필름>

 

북유럽 특유의 건조하고 절제된 감성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영화. 2년 전 마을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린 범죄를 저질렀던 소년이 복역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의 미묘한 변화를 담고 있다. 잔잔하고 사실적인 연출은 극적 긴장감을 자아내지 않지만 계속해서 외롭기만 한 소년의 심리를 집요한 시선으로 응시하며 소년을 향한 냉대의 시선을 돌아보게 한다.

 

 

더 헌트 – ②인간 본연의 폭력성을 돌아보다

 

<이미지: 엣나인필름>

 

공동체의 집단 본성을 여과 없이 드러낸 21세기 버전 마녀사냥. 사소한 거짓말에서 시작된 평범한 유치원 교사의 파괴된 삶은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각의 화두를 던진다. 섬세하고 치밀한 연기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매즈 미켈슨이 연기한 루카스는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이미 빈번하게 일어나는 낙인은 개인의 삶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북유럽의 차가운 풍경이 더해져 서늘한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다.

 

 

남과 여 – 낯선 도시에서의 끌림

 

<이미지: 쇼박스>

 

영화의 시작과 끝은 하얀 설원 속 풍경이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핀란드이다.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낯선 도시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두 남녀는 우연히 하룻밤을 보낸 뒤 묘한 끌림이 잔상처럼 남는다. 잠시의 일탈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은 격한 소용돌이에 휩싸이며 특별한 감정을 공유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들의 주무대는 핀란드가 아닌 서울이다. 낯선 곳에서 시작된 감정은 어떻게 보면 예고된 결말을 피할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북극의 연인들 – 운명적인 사랑

 

<이미지: 이미지 팩토리>

 

두 남녀의 시점에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애절하게 펼쳐지는 러브스토리. 계속해서 반복되는 우연과 필연으로 점철된 비극은 운명적인 사랑의 감정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드러낸다. 의붓남매의 사랑이라는 익숙한 소재에도 회화적인 연출과 집요한 반복은 뻔하기보다 애틋하고 먹먹하게 다가온다. 그 이유로 세상의 가장자리, 핀란드가 주는 차갑고 시린 공간감이 주요하지 않았을까. 가벼운 만남과 사랑이 일반적인 요즘 오토(Otto)와 안나(Anna)의 비극적인 사랑은 긴 여운을 남긴다.

 

 

마리 크뢰이어 – 홀로서기까지

 

<이미지: 퍼스트런>

 

19세기 덴마크를 대표하는 화가 P.S. 크뢰이어의 아내 마리 크뢰이어의 홀로서기를 그린 영화이다. 인상주의 화가의 뮤즈이자 아내로 부러움의 시선을 받았지만, 그 이면으로 화가의 꿈도 접은 채 무미건조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했다. 우연히 스웨덴 출신 음악가를 만나 새로운 사랑에 빠지면서 점차 자신만의 삶을 되찾아가는 여정이 북유럽의 아름다운 해변을 배경으로 그려진다. 예술가로서 삶보다 개인적인 불행에 집중한 영화는 아쉽기는 하지만 북유럽 풍경은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처럼 아름답기만 하다.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마냥 웃을 수 없는 파란만장 100년

 

<이미지: 영화사 빅>

 

요나스 요나손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기발한 설정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100세 생일을 맞아 요양원을 탈출해 뜻하지 않는 모험에 나선 노인의 현재와 과거가 오가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능청스럽게 웃긴다.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에 합류하게 된 노인의 희극 같은 지나온 삶은 가까이 파고들면 어딘가 안쓰럽기도 하다. 인생에서 얻는 게 있다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라는 단순한 진리는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

 

 

오슬로의 이상한 밤 – 노르웨이의 깊은 밤

 

<이미지: 이미지 팩토리>

 

쉽게 만나기 힘든 북유럽 영화 중 노르웨이 영화는 더욱 귀하다. 그래서 더욱 낯설고 신비로운 노르웨이의 풍경이 매력적인 <오슬로의 이상한 밤>. 40년 동안 같은 노선을 운행해 온 기관사 오드 호텐의 은퇴 하루 전, 하룻밤 소동극을 그린 영화이다. 은퇴 파티에서 꼬이기 시작한 늙은 기관사의 미로 같은 하룻밤 여정을 통해 삶과 죽음을 성찰한다. 과묵하고 무표정한 인물들은 이따금 웃음을 툭툭 던지고, 정지된 사진처럼 정적인 영상과 잔잔한 음악은 북유럽 정취에 끌리게 한다. 제목처럼 이상한 밤의 풍경에 매료되는 영화이다.

 

 

램스 – 진짜 아이슬란드를 만나다

 

<이미지: 미디어컨텐츠스토어>

 

TV나 영화 속에서 보던 아름다운 관광지 아이슬란드가 아닌 실제 아이슬란드의 삶을 만날 수 있는 영화. 소박하고 평온한 아이슬란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양을 지키기 위한 형제의 무뚝뚝한 코미디가 잔잔한 재미를 주며 끝에는 따뜻한 온기를 남긴다. 1년에 10편 남짓의 영화만 제작된다는 아이슬란드 영화 현실을 볼 때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영화로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 대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카모메 식당 – 일본 감성과 만난 따뜻한 북유럽

 

<이미지: 엔케이컨텐츠>

 

일본 특유의 따뜻하고 잔잔한 감성은 차가운 북유럽의 풍경에 따스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힐링 영화로 꼽히기도 하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 식당>은 핀란드 헬싱키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일본인 사치에와 주변 사람들의 일상을 그린다. 나름의 아픔을 안고 낯선 도시 헬싱키에서 온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혼자’가 대세인 요즘의 풍경과 무척 다르다. 그래서일까. 담백하고 정갈한 사치에의 식탁은 계속해서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