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출처 : 워너브라더스

<덩케르크>의 시사회 이후 따로 마련된 영화관에서 화상을 통한 크리스토퍼 놀란과의 질의응답이 진행됐고, 그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Q. 간단한 인사말씀

A. 한국에 있는 취재진들 모두 반갑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홍보를 하는 중이라 직접 찾아가지 못해 정말 미안하고, 이런 방식으로나마 함께 얘기할 수 있어 다행이다.

 

Q. 컨퍼런스 진행 소감 & 개봉을 앞둔 소감

A. 덩케르크를 만드는 과정은 오래 걸렸고, 오래전부터 만들고 싶었던 영화였다. 이 스토리는 영국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이야기로서, 만드는 과정은 힘들고 복잡했지만 재밌었고 성취감 역시 있었다. 이 영화를 세계의 관객에게 선보이고 그들의 생각이 어떤지 확인하는 이 순간이 가장 긴장된다. 하지만 동시에 선보일 수 있다는 흥분감 역시 든다.

 

Q. 첫 실화 작품으로 아는데, 이 소재를 택한 이유

A. 스토리텔링에 있어 일종의 갭을 찾고 있었다. 문화에 있어 내가 그려낼 수 있는 것을 찾고 있었고, 덩케르크 얘기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영화로는 선보인 적이 없었다. 덩케르크는 인류 역사에 있어 가장 훌륭한 스토리 중 하나이다. 때문에 (영화 작업의) 기회를 통해 현대의 관객에게 이 이야기를 최초로 들려드리고 싶었다.

 

Q. 영화가 세 가지 시간대로 이루어져 있는데, 교차 시간으로 인해 얻고자 했던 의도와 효과는? (마이데일리, 곽명동)

A. 이 이야기를 할 때 최대한 주관적이고, 몰입도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만들고 싶었다. 관객이 해변에 있는 군인으로, 스핏파이어의 조종사로, 바다에 떠다니는 작은 배의 갑판에 있는 선원으로 실제로 서 있는 기분을 들게 하고 싶었다. 서스펜스와 역동을 관객에게 선사하고 싶었고, 정치인 장군들이 지도를 보고 방에서 논의하는 걸 보여주기보다는 세 가지 시간대 교차를 통해 완전한 그림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이 실제 그 자리에 있는 느낌을 들게 하고 싶었다.

 

Q. 과거의 이야기인데다 전쟁터 이야기인데, 이 영화를 통해 현대의 관객에게 주구 싶은 메시지가 있었다면? (무비라이징 최재필)

A. 가장 중요했던 점은 바로 경험이다. 관객들에게 이 철수 작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훌륭한 경험을 함께 하도록 하고 싶었다. 덩케르크의 실화로부터 얻은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면 작은 집단의 사람들이 공동체로서, 개인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역경을 집단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Q. 공군들의 액션신이 가장 인상 깊었고, CG 사용을 안 하는 감독으로 유명한데 이번 덩케르크에서 그 CG 부족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

이 공중전을 표현할 때 과거에 본 적 없는 방식으로 보여주고 싶었고, 그를 위해 실제 전투기를 사용하고 실제 배우를 비행기에 태워 클로즈업 샷도 많이 찍었으며, 스핏파이어를 조종할 수 있는 파일럿을 찾아 촬영에 임했다. 아이맥스 카메라가 정말 크기 때문에, 밀실공포증에 걸릴 것만 같은 좁은 조종석 안에 넣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디자이너인 네이슨 크롤리와 함께 사전제작 당시 스핏파이어에 직접 탑승해 탑승감이 어떤지를 경험했고 아이맥스 촬영을 위한 특별한 렌즈 구성을 찾았다. 조종석에서 조종사의 모습이 실제로 어떻게 하면 정확히 보여줄 수 있는지 많은 고민을 했다.

 

Q. 놀란 감독의 작품이 나왔다 하면 아이맥스 예매 전쟁이 시작된다. 이번 영화 역시 아이맥스가 강세일 것 같은데, 한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넓은 화면, (특히나) 아이맥스를 즐기기 위해 집중해서 촬영한 장면이 있는지. (브릿지경제 김동민)

A. 전체 영화를 라지 포맷, 대부분 아이맥스로 촬영했고 아마 그렇게 촬영한 최초의 영화인 것 같다. 그렇게 한 이유는 현실 세상에 있는 관객의 몰입감을 향상시키기 위해서였다. 아이맥스를 통해 생생하게 느꼈으면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영국 공군과 독일 공군이 싸우는 장면이 그러했다. 실제 전투기에 들어가서 싸우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면 했고, 다른 예를 들어 보자면 구축함에 있을 때 어뢰의 공격을 받고 타격을 입어 배가 침몰하기 시작하거나 배가 침몰해 바다에 빠지는 장면도 아이맥스 포맷으로 촬영했기 때문에 생동감 있고 현실감 있게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라도 바라건대 한국 관객분들도 아이맥스로 보시길 원한다.

 

Q. 이번 역시 음악이 굉장히 인상적인데, 한스 짐머의 차가운 소리를 통해 구현하고 싶었던 특별한 포인트가 있는지 궁금하다. (아이즈 박희아)

A. 영화와 음악을 즐기셨다니 기분이 좋다. 차가움과 음악을 연관 지어 생각해준 것에 매우 감사하다. 왜냐하면 나와 한스가 원하는 것이 음악을 통해 영화의 서스펜스와 강렬함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사실 영화의 스토리에는 감정이 많이 들어간다. 따라서 음악은 오로지 냉철함, 객관성, 서스펜스, 아드레날린 등을 발산시킬 수 있기를 원했다. 시계의 똑딱거리는 소리를 녹음해 영화에 반영했는데 이 소리를 통해 배우들의 연기에 시네마적인 표현이 가능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Q. 촬영도 훌륭했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사운드 디자인이 훌륭했다. 시계 소리 등의 효과음도 굉장히 돋보였지만 한스 짐머의 음악이 뒤를 탄탄히 뒷받침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어떤 악기를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려 했는지 궁금하다. (아시아경제 이종길)

A. 굉장히 오래 걸리고, 관여를 많이한 과정이었다. 여러 가지 트랙을 들었고 다양한 접근 방식을 사용했다. 리듬 트랙의 경우 가장 중요했던 것이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사용했던 것이다. 한스와 그의 팀이 굉장히 좋은 프로그램을 썼고, 신시사이저 프로그래밍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 독특한 음향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한스의 스튜디오에 가서 가장 먼저 했던 작업이 시계의 똑딱거리는 소리였는데, 실제와 거의 동일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사실 다양한 방법, 다양한 음역대 구상을 통해 전자음으로 만들어낸 소리다.

 

Q. 데뷔 후 첫 실화 작품이고, 보통 미래를 다루시는데, 이번에는 과거의 이야기를 다뤘다. 미래에 대해 제작할 때 컨텐츠 제작 방식과, 과거의 아날로그의 제작 방식이 다를 거 같은데 가장 중요하게 두는 포인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적 주제나 제작 방식의 포인트가 무엇인지.

A. 사실 다른 작품들과 전혀 다를 게 없었다. 인터스텔라와 같이 미래에 관련한 영화를 만들 당시, 굉장히 아날로그적 접근을 했다. 보편적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각적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고, 그 때문에 아날로그적 접근을 했으며 과거 장면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덩케르크의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져있다 생각하지 않고 그곳에 있다는 현장감을 주고 싶었기 때문에 동일한 방법론으로 접근했다. 인터스텔라 또한 카메라로 실제 현장에서 촬영하려 했고 CG는 최소화하려고 했다. 궁극적으로 한 영화는 미래, 한 영화는 과거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시간을 초월한 방법론은 동일하다.

 

Q. 현대 관객들은 전통적인 극장보다 인터넷, TV 등의 다양한 방식의 접근을 즐기는 것 같다. 고전적 방식의 영화관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거기 적합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 사실 영화를 집에서 즐기고 다양한 기계로 즐기는 것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전에도 DVD, 비디오, 등이 있지 않았는가. 영화를 보는 방식은 다양해졌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라 믿고 싶은 건, 영화의 매력이란 극장에서 봤을 때 최대치가 된다는 것이다. 극장에서 즐기는 영화만의 매력이 다른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생각한다. 특히나 덩케르크 같은 영화는 영화적인 경험에 있어 아주 매력적인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극장에서 영상을 보고 체험하는 것, 같이 보는 관객들과 함께 공명하는 것 등이 TV나 스트리밍과는 다른 차별점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극장에서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내가 가장 선호하고, 앞으로도 추구하고 싶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Q. 옛 전쟁이 배경이다 보니, 스핏파이어 폭격기 같은 요즘 영화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소품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런 것들을 조달하고 촬영할 때 재밌는 일, 어려웠던 일 혹은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다면? (군사전문지 월간 플랜툰 홍희범?)

A. 우리가 시도하려 했던 것은 최대한 많이 실제의 소품을 조달하려 했던 점이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영국의 구축함을 다시 구축하는 것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존재하는 구축함 중 물에 뜰 수 있는 것이 없어 엔진도 없는 빈티지 구축함을 구해 겉을 작업한 뒤 당시 영국 구축함처럼 보이게끔 하기 위해 노력했고, 물리적으로 봤을 때 어려운 과제였다. 전투기, 스핏파이어 같은 경우 다른 사람이 소유하고 있던 전투기였는데, 톰 하디가 연기했던 인물의 실제 모델이 소유하고 있던 전투기였다. 매우 조심히 다루고 유지 보수도 부지런히 해야 했지만, 직접 활용할 수 있었다는 게 매우 좋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또한 우리가 실제 구입한 전투기가 있다. 스핏파이어와 크기도 비슷한 루마니아의 전투기였고 조종석이 두 개 있어 날개 쪽에 아이맥스 카메라 부착한 뒤 앞에는 배우, 뒤쪽 칸에 실제 파일럿을 배치시켜 촬영을 했다. 이와 같은 공중 전투기 촬영은 굉장히 오래 꿈꿔왔던 일이었고, 이번에 실제로 해낼 수 있었다.

 

Q. 스토리텔러로서 경험하는 영화에서 어떤 도전의식이 드는지, 영화적으로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어떤 흥미를 느끼시는지 궁금하다.

어떤 스토리텔러에게도 해당하는 얘기지만, 관객의 흥미와 관심을 유지하는 것이 도전과제이다. 덩케르크의 경우는 어려운 점이 서스펜스와 강렬함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 서스펜스를 ‘관객에게 피로감을 주거나 흥미를 잃게 하지 않으면서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가’가 과 핵심과제였다. 전투씬 촬영을 할 때 어떤 식의 긴장감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었는데 이를 위해 많은 고전 영화를 참고했다. 레퍼런스를 했던 영화들 중 하나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였다. 우리가 찾고자 하는 서스펜스는 관객의 눈이 영화 스크린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그런 유의 것이었고, 결론적으로 도전과제는 관객들이 그런 서스펜스에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계속해서 (바라건대) 즐거운 몰입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것이 내 도전과제이다.

 

Q. 인사 한 마디

A. 영화를 보러 와주셔서 감사하고, 이러한 방식의 인터뷰에 응해주어 감사하다. 또한 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끔 하기 위해 노력해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