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소녀는 애나벨이 되었다
애나벨의 탄생!
by. 한마루

인형은 성장기 아이에게 친구 역할을 하며 아이가 자라는데 여러 영향을 미치곤 한다. 유년 시절 추억의 상징적 존재인 인형은 여러 영화에서 다양하게 쓰이는데 공포영화에서 인형의 역할은 남다르다. 아직도 회자되는 공포영화 시리즈 <사탄의 인형>, 제임스 완 감독의 2007년작 <데드 사일런스>와 2016년에 개봉한 <더 보이> 등 인형은 ‘악의 매개체’로 종종 사용되어왔다. 이는 어른보다 훨씬 순수한 아이의 사랑은 이용하기 쉬울뿐더러 그만큼 공포감도 배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영화에서 섬뜩한 공포를 조성하며 등장했던 인형, 그중 최근 가장 유명세를 얻고 있는 인형은 바로 ‘애나벨’일 것이다.
애나벨의 첫 등장 ! – 컨저링 (The Conjuring, 2013)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라는 포스터 문구와 달리 무서운 장면으로 가득했던 <컨저링>은 1971년, 미국 북동부에 위치한 로드 아일랜드의 해리스빌에 거주했던 페론 가족이 겪은 오싹한 실화에 바탕한 작품이다. 국내 개봉 당시 226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외화 공포물 역대 1위에 올랐을 만큼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쏘우>, <데드 사일런스>, <인시디어스>,<컨저링> 등 주로 ‘공포·스릴러’ 작품만을 연출해왔던 제임스 완 감독은 이 작품의 대성공 덕분에 대형 프랜차이즈 시리즈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의 연출까지 맡게 됐다.
어쨌든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컨저링>의 오프닝에서 시선을 끌었던 인형이 있었으니 그 이름이 바로 ‘애나벨’이다.

애나벨은 <컨저링>의 메인 이야기와 별개인 1968년의 ‘애나벨 케이스’에 등장했던 인형이다. 애나벨의 오싹한 존재감과 섬뜩한 비주얼은 순식간에 영화로 몰입시키면서 동시에 인형을 그들의 집에 보관한 워렌 부부의 딸에게도 기이한 일이 생기자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킨다. 이렇듯 맛보기로 보여주기에는 아쉬웠던 애나벨, 때문에 그 이야기만을 따로 떼어낸 단독 영화가 나오게 된 것이다.
<컨저링>의 1년전 ! – 애나벨 (Annabelle, 2014)

<애나벨>은 <컨저링>에서 워렌 부부가 ‘애나벨 케이스’를 해결하기 1년 전인 1967년을 시간적 배경으로 한다. 들어가는 집마다 불행을 가져온 무서운 인형, 그리고 하루에 한 번 신부가 와서 기도를 드릴만큼 워렌 부부가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셔두고 있던 위험한 인형 애나벨. 하지만 영화 속 ‘미아’와 ‘존’ 부부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남편 존은 그저 임신 중인 아내가 좋아하는 컬렉션을 채워주기 위해 이 인형을 선물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부부가 치러야 했던 대가는 너무나 컸다. ‘애나벨’ 때문에 충격적인 사건을 겪게 되는 ‘미아’의 불안감은 점점 두려움으로 변하면서 그녀를 잠식해갔다.
이처럼 <애나벨>은 <컨저링>에서 ‘애나벨’만 떨어져 나온 스핀오프 작품으로 전작에서 맛보기로 보여줬던 애나벨의 자세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특히 미아와 존 부부에게 애나벨이 오고 난 직후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는 ‘애나벨의 탄생’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인형의 저주에 관한 영화로 보는 것이 더 어울린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컨저링>만큼 뜨거운 반응은 이끌어내지 못했다.
애나벨: 인형의 주인(Annabelle: Creation, 2017)

앞서 2014년작 <애나벨>을 ‘애나벨의 탄생’으로 보기에 어려운 이유는 바로 이 작품 때문이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애나벨: 인형의 주인>은 어느 인형 장인이 ‘한정판’으로 제작한 인형에서 그 이야기가 시작된다. 안타까운 사고로 딸을 잃은 뒤, 딸을 다시 보기 위해 어떤 존재도 받아들이겠다고 기도했던 인형 장인 부부. 사랑하는 딸을 잃은 부모님의 심정이란 이렇듯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다 해보고 싶었겠지만 끔찍한 일을 초래하고 만다. 두 사람의 품으로 돌아온 존재는 그들의 딸이 아니었던 것이다. 교회의 도움을 받아 ‘그것’을 인형 속에 가둔 두 사람은 그것이 끝인 줄로 알았지만 12년이 지난 후 고아원 소녀들과 수녀가 그 집으로 들어오면서 다시 한번 끔찍한 일이 시작된다.

<인형의 주인>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과 비밀이 있는 집으로 들어온 소녀들이 하나둘씩 오싹한 일을 경험하며, 서서히 비밀의 실체를 알아가는 ‘하우스 호러’ 장르를 취하는데 할리우드 공포물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가족 코드’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형의 주인>은 북미 비평 매체 로튼토마토에서 토마토미터 100%를, 메타크리틱 평가 스코어는 71점으로 무척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자신이 연출했던 단편 영화 <라이트 아웃>을 동명의 장편으로 확장시키면서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라이트 아웃>의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이 다시 한번 ‘제작자’ 제임스 완과 손을 잡은 <인형의 주인>은 오는 8월 10일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