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케르크’를 보는 내내
맘 졸이게 만들었던 그들은 누구?
by. Jacinta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1940년,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포위된 영국군과 연합군의 필사의 탈출을 담은 <덩케르크>는 전쟁의 참혹함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구성과 사운드로 극도의 서스펜스를 선사하는 영화이다. 106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과 흥분은 마치 그곳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올 만큼 압도적이다.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탈출의 현장에서 관객들은 저절로 젊은 군인들의 무사귀환을 바라게 되는데 그들은 케네스 브래너, 마크 라이런스, 톰 하디, 킬리언 머피와 같은 쟁쟁한 선배 배우 못지않은 연기와 존재감으로 사실적인 몰입감을 더한다. 모두들 무사하기를 염원하게 만드는 <덩케르크>의 젊은 주역들, 이미 유명한 해리 스타일스를 제외한다면 다소 생경하기도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궁금했던 그들이 누구였는지 살펴본다.
*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탈출하는 군인들
- 핀 화이트헤드 (Fionn Whitehead)

등장하자마자 죽기 살기로 달리고, 담을 넘고, 다시 또 달리던 군인 ‘토미’는 영화 내내 극강의 생존 본능을 보여준 인물이다. 깡마른 체구에 풋풋함이 채 가시지 않은 여린 외모의 토미는 유난히 눈길을 끌던 캐릭터이다. 반드시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집념이 만들어낸 생존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였다.

더 놀라운 것 토미 역을 맡은 배우 핀 화이트헤드이다. 그의 연기 경력은 불과 2년 남짓으로 2016년 TV 시리즈 <Him>으로 데뷔한 진짜 신인이다. 3부작 미니시리즈에 출연한 경력이 전부인 배우가 전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감독의 영화에 주인공으로 봐도 무방할 역을 맡은 것이다. 첫 영화에서 보여준 안정된 연기는 예술가 집안의 성장 환경과 일찌감치 연기 스쿨에서 다져온 실력이 바탕이 됐을 것이다. <덩케르크>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눈도장을 찍은 핀 화이트헤드의 다음 작품은 BBC 드라마<텅 빈 왕관>을 연출했던 리처드 이어 감독의 <더 칠드런 액트>로 엠마 톰슨, 스탠리 투치 등 연기파 배우들과 함께 맞췄다.
- 아뉴린 바나드 (Aneurin Barnard)

절제된 대사가 무척 인상적인 <덩케르크>에서 유난히 말 수 적은, 아니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군인이 있다.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전쟁터에서 생긴 밀실 공포로 괴로워하며 동료들을 겉돌기만 하는 군인 ‘깁슨’은 눈빛으로 모든 것을 말한다. 말이 없어도 너무 없어 어느 순간, 그의 정체에 의구심까지 든다.

전쟁의 두려움을 눈빛만으로도 충분하게 전했던 깁슨 역을 맡은 아뉴린 바나드는 <덩케르크>의 젊은 주역들 중에서 가장 연기 경력이 많은 배우이다. 2003년 성경을 토대로 한 드라마 <야곱의 사다리>에서 아역으로 시작해 TV와 영화를 오가며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왔다. 2011년 미니 드라이버와 출연한 영화 <헝키 도리>에 연기력을 인정받은 그는 TV 시리즈 <실라>와 <전쟁과 평화> 등 주로 영국에서 활동해왔다. <덩케르크>가 앞으로 그의 연기 활동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궁금한 가운데 다음 작품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개성 있는 매력을 선보인 프레야 메이버와 함께 한 <Dead in a Week: Or Your Money Back>이다.
- 해리 스타일스 (Harry Styles)

아마 <덩케르크>를 보기 전 가장 염려스러웠던 부분은 현재 잠정적으로 활동을 중단한 밴드 ‘원 디렉션’의 멤버 해리 스타일스였을 것이다. 그는 연기 경력이라고는 2012년 본인 역으로 출연한 시트콤 <아이칼리>가 전부로 이전까지 정식 연기를 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놀랍게도 영화가 공개되자 사람들의 우려는 쏙 들어갔다.

어쩌다 보니 함께 다니게 된 토미, 깁슨과 다른 생존 본능을 지닌 ‘알렉스’ 역을 맡아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에 생동감 넘치는 컬러감을 입힌 것이다. 그들 중에서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해리 스타일스는 앞으로도 연기에 도전할까? 일단은 지난 5월 발매한 첫 솔로 앨범 활동에 충실할 것으로 보인다.
2. 덩케르크로 향하는 전투기 조종사
- 잭 로우든 (Jack Lowden)

덩케르크로 향하는 스핏 파이어의 주인공들은 내내 마스크에 가리고, 조종석에 가린다. 아마 영화 속 등장인물 중 활동 반경에 가장 제약이 많은 인물로 그들은 오직 목소리와 눈빛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뿐이다. 그런 제약에도 계속해서 교신을 주고받는 두 사람의 모습에 시선이 가는데 그 이유로 적의 전투기만 없다면 눈부시게 환하고 아름다운 하늘과 바다라는 배경적 이점이 적용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스크로도 감출 수 없는 근사한 외모가 결정적이다. 익히 알고 있는 톰 하디는 물론 파리어와 교신을 주고받던 조종사 ‘콜린스’가 금발의 벽안을 환하게 드러내는 순간,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은 크게 밀려오는 안도감에 까맣게 잊게 된다.

바다로 추락하는 모습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애타게 지켜봐야 했던 콜린스를 맡은 배우는 최근 들어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잭 로우든이다. 2010년 TV 시리즈 <Being Victor>로 데뷔한 그는 2013년 영화 <고스트>로 알려지기 시작해 2016년 드라마 <전쟁과 평화>에서 폴 다노, 릴리 제임스와 함께 연기한 데 이어 <나는 부정한다>, <덩케르크> 등의 영화에 출연한 것이다. 앞으로 볼 수 있는 작품도 세 편이나 되는데 <로건>에서 붕대로 모습을 꽁꽁 감췄던 칼리반 역으로 인상을 남긴 스테판 머천트가 연출과 연기를 겸하고 드웨인 존슨, 레나 헤디가 출연한 코미디 <파이팅 위드 마이 패밀리>와 스릴러 영화 <Calibre>, 마고 로비가 엘리자베스 여왕으로 출연하는<메리 퀸 오브 스코츠>가 있다.
3.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향하는 청년
- 톰 글린-카니 (Tom Glynn-Carney)

전쟁과 먼 평화로운 부둣가, 중년 남자는 젊은 군인들을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직접 그가 나서기로 한다. 그런 아버지 곁을 묵묵히 도우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아들 ‘피터’. 영화 속 다른 인물처럼 크게 말은 없지만 다부진 턱선은 앳된 외모에도 믿음을 준다.

피터를 연기한 톰 글린-카니는 핀 화이트헤드와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가 자신의 첫 장편영화이다. 그전까지 TV 시리즈에 출연했던 그는 얼마 안 되는 활동에 공백기마저 있다. 2013년 장수 시리즈 <캐주얼티> 시즌 28에 데뷔하고서 몇 년의 시간이 지나 TV 시리즈 <The Last Post>와 <덩케르크>로 동시에 돌아온 것이다. 이제 22세의 그에게 연기 생활은 이제부터 시작일 것이다.
- 배리 케오간 (Barry Keoghan)

사실 조지는 배를 타지 않아도 됐다. 도슨 아저씨가 부탁한 짐만 실어주면 됐지만 선하고 순수한 청년 조지는 아저씨를 위해 나라를 위해 보트에 탑승한다. 어떤 상황이 기다리고 있을지 전혀 모르지만 그는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뿌듯하고 기쁘기만 하다.

우직한 청년 조지를 연기한 배리 케오간은 짧은 연기 생활에도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그만의 개성을 드러내 온 배우이다. 2011년 단편 영화 <Stand Up>과 TV 시리즈 <Fair City>로 데뷔한 그의 최근작은 <덩케르크>는 물론 유명 감독과 배우와의 작업이 눈에 띈다. 마이클 패스벤더가 주연을 맡은 <우리를 침범하는 것들>에 이어 요르고스 란티모스, 콜린 파렐, 니콜 키드먼과 호흡을 맞춘 <더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가 하반기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그의 차기작으로는 휴고 위빙 주연의 <블랙 47>과 실화 바탕 범죄 영화 <American Animals>에서 에반 피터스와 함께 연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