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을 유럽 감성으로
물들이는 여배우 4인
by. Jacinta
대작들이 쏟아지는 여름 극장가, 먼저 기선을 잡은 ‘스파이더맨’에 이어 크리스토퍼 놀란, 류승완, 송강호 등 이름만 들어도 믿음이 가는 감독과 배우들의 작품이 줄줄이 선보일 예정이다. 이렇듯 치열한 대작 경쟁 틈바구니에서 규모는 작아도 높은 완성도와 독창적인 예술성으로 다양한 색깔의 영화를 원하는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영화들도 있기 마련이다. 특히 영국, 프랑스 등 유럽 특유의 감성을 내세운 영화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들 영화에서 눈에 띄는 연기와 개성 있는 마스크로 눈길을 끄는 여배우들을 소개한다.
폴라 비어 (Paula Beer)

클래식하고 잔잔한 흑백 영상 속에 1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과 프랑스, 두 남녀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그린 <프란츠>. 그동안 파격적인 소재와 도발적인 내용의 영화 작업을 주로 했던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변신으로 놀랍기도 했지만, 각각의 이유로 무거운 비밀을 짊어진 두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 속 이야기에 빠져드는데 충분했다. 특히 프랑스 남자 아드리앵을 만난 이후 점차 흔들리는 독일 여자 안나를 연기한 폴라 비어는 영화 내내 쉽게 가늠할 수 없는 표정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더욱 아련하게 흔들었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는 독일 배우 폴라 비어는 2010년 <폴 다이어리>로 데뷔해 지금까지 주로 독일에서 활동해온 배우이다. 독일 시인 오다 셰이퍼의 일기를 바탕에 둔 첫 영화에서 에스토니아 출신 무정부주의자 슈납스와 애틋하고 미묘한 관계를 형성하는 10대 소녀 오다를 연기한 폴라 비어는 첫 연기라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섬세한 감정 변화를 선보였다. 신분과 배경이 다른 남자에게 끌리는 ‘오다’와 ‘안나’의 애틋한 두 이야기는 어쩐지 묘하게 겹친다.
플로렌스 퓨 (Florence Pugh)

아마 <레이디 맥베스>를 보게 된다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대담한 여성을 목격할 것이다.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을 각색한 영화는 나이 든 남자와 결혼하고 갇혀 지내는 캐서린의 권태로운 일상에서 시작한다. 무겁게 짓누르는 침묵과 서늘하고 황량한 공기를 품은 영화는, 서서히 차오르는 캐서린의 섬뜩한 변화가 강렬한 충격을 안긴다. 이제 막 20대 초반에 진입한 플로렌스 퓨는 시종일관 모든 것을 리드하며 거부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스크린을 압도한다.

주목할만한 점은 플로렌스 퓨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평단을 사로잡은 이번 영화가 2014년 데뷔작 <폴링> 이후 두 번째 작품이라는 것이다. 사춘기 소녀의 성장기라는 익숙한 소재를 색다르게 표현한 영화 <폴링>에서 신비로운 외모와 매력적인 보이스를 가진 여학생들의 우상, 아비 역으로 출연해 관객들의 마음도 훔쳤던 플로렌스 퓨는 그때의 교복을 벗고, 한 남자에게 종속된 운명을 거부하는 누구보다 솔직하고 대담한 여성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또 어떤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을지 기대되는 배우이다.
아델 엑사르쇼폴로스 (Adele Exarchopoulos)

201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교도소장과 여죄수의 파격적인 멜로를 그린 <다운 바이 러브>. 교도소 실화 영화라는 이색적인 소재 말고도 눈길을 끄는 배우가 있는데 바로 2013년 <가장 따뜻한 색 블루>로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이다. 레아 세이두와 환상적인 연기 호흡으로 수많은 영화 팬들을 홀릭한 그녀는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국내에 제대로 소개된 적은 없었기에 <다운 바이 러브> 개봉 소식은 반갑다.

아델의 여러 작품 중 한국에서 정식으로 개봉하는 두 작품은 파격적인 멜로를 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첫 만남의 순간부터 이별까지 사랑의 모든 감정을 담아낸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사회 통념상 용인되기 어려운 사랑을 그린 <다운 바이 러브>, 이 두 영화에서 아델은 고유의 섬세한 감정 연기로 격렬한 사랑의 감정에 휩쓸리며 괴로워하는 여인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프레야 메이버 (Freya Mavor)

줄리언 반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유독 눈에 띄는 배우는 지금은 노년이 된 주인공들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배우이다. 그중에서도 겉으로는 상냥하지만 쉽게 마음을 속단할 수 없는 베로니카를 연기한 프레야 메이버는 단연 시선이 간다. 사랑스러운 주근깨와 시원한 미소로 스크린의 활기를 더하며 극 중에서 토미와 베로니카의 사연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게 한다.

프레야 메이버는 2011년 <스킨스> 시즌 5와 6에서 악역으로 시작해 영드 팬들에게는 잘 알려진 배우이다.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던 그녀는 2015년 <레이디 인 더 카>에서 이중적인 캐릭터와 감각적인 레트로 패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 작가이자 영화감독 세바스티안 자프리소의 동명 범죄 소설을 각색한 영화에서 직장 상사와 불륜을 즐기며 일탈을 꿈꾸던 데니 역을 맡아 섹시한 매력을 한껏 드러낸데 이어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는 주인공 토니의 마음을 애타게 하는 신비로운 매력의 첫사랑으로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