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미국 드라마를 정리하는 가장 큰 행사, 에미상(Emmy Awards) 후보가 현지 시각으로 지난주 목요일 오전 발표됐다. 올해도 역시나 HBO의 선전이 돋보이는 가운데, 넷플릭스의 괄목할 만한 성장, 아마존에 이은 훌루의 시상식 진출 등 주목할 만한 변화가 보인다. 후보 지명 개수를 살펴보면 <왕좌의 게임>이 제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HBO가 전년보다 많은 110건을, 넷플릭스가 91개 후보 지명을 받았다. 다큐멘터리 전문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리미티드 시리즈 작품상 후보 지명을 받았고, 넷플릭스와 아마존에 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훌루가 <시녀 이야기>를 앞세워 18개 후보 지명을 획득했다.
에미상 후보를 통해 그해 어떤 이슈가 중요한지도 살펴볼 수 있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더욱 뚜렷한 성격이 보인다. 최근 몇 년간 드라마와 코미디 포맷이 다양화되고, 다양한 매체로 즐기는 서비스가 TV의 영역으로 포함되고 있으며, 영화와 드라마 산업의 격차가 점차 줄어드는 현상이 잘 반영되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시민의 삶을 위기로 내모는 미국 사회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는 경향이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에 대한 평가와 이슈몰이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에미상 주요 부문 후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

드라마 시리즈 작품상
- 베터 콜 사울 (AMC)
- 하우스 오브 카드 (Netflix)
- 기묘한 이야기 (Netflix)
- 더 크라운 (Netflix)
- 핸드메이즈 테일 (Hulu)
- 디스 이즈 어스 (NBC)
- 웨스트월드 (HBO)
<왕좌의 게임>이 후보 자격이 되지 않아 어찌 됐든 한 자리가 비어버린 드라마 작품상 후보에는 넷플릭스 작품이 3편이나 이름을 올렸다. <하우스 오브 카드>뿐 아니라 신작 <기묘한 이야기>, <더 크라운>이 후보 지명을 받으며 HBO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가능성을 한번 더 입증했다. AMC는 <베터 콜 사울>을, HBO는 <왕겜> 대신 <웨스트월드>를 후보에 올렸다. 주목할 만한 작품은 <디스 이즈 어스>와 <핸드메이즈 테일>이다. <디스 이즈 어스>는 최근 몇 년 간 케이블과 스트리밍 서비스에 자리를 뺏긴 메이저 방송사가 배출한 첫 후보다. <핸드메이즈 테일>은 훌루 드라마 사상 첫 작품상 후보 지명을 받았다. 2017년 들어 방영한 드라마 중 가장 화제가 된 드라마라 수상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매체 전문가는 <기묘한 이야기>와 <더 크라운>, <디스 이즈 어스>의 삼파전을 점치고 있다.

드라마 시리즈 남우주연상
- 스털링 K. 브라운 (디스 이즈 어스)
- 앤서니 홉킨스 (웨스트월드)
- 밥 오덴커크 (베터 콜 사울)
- 매튜 리스 (아메리칸즈)
- 리브 슈라이버 (레이 도노반)
- 케빈 스페이시 (하우스 오브 카드)
- 마일로 벤티밀리아 (디스 이즈 어스)
드라마 시리즈 여우주연상
- 바이올라 데이비스 (하우 투 겟 어웨이 위드 머더)
- 클레어 포이 (더 크라운)
- 엘리자베스 모스 (핸드메이즈 테일)
- 케리 러셀 (아메리칸즈)
- 에반 레이첼 우드 (웨스트월드)
- 로빈 라이트 (하우스 오브 카드)
드라마 시리즈 남녀주연 부문은 작년 수상자인 라미 말렉과 타티아나 마슬라니가 후보 지명을 못 받은 가운데, 새로운 후보들이 등장했다. <웨스트월드>의 앤서니 홉킨스나 <디스 이즈 어스>의 스털링 K. 브라운의 지명은 예상했지만 마일로 벤티밀리아가 후보에 오를 거라 예상하진 못했다. 반면 여우주연 부문은 예상한 후보로 채워졌다. 새롭게 이름을 올린 클레어 포이, 엘리자베스 모스, 에반 레이첼 우드는 지난 한해 화제된 작품들의 메인 주연이다. 시상식이 3월을 열었다면 클레어 포이의 수상이 유력했겠지만, <핸드메이즈 테일> 방영 이후 엘리자베스 모스의 수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모스는 그동안 훌륭한 연기에 비해 상복이 없었던 편이라, 이번에는 과연 수상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드라마 시리즈 남우조연상
- 존 리스고 (더 크라운)
- 조나단 뱅크스 (베터 콜 사울)
- 맨디 파틴킨 (홈랜드)
- 마이클 켈리 (하우스 오브 카드)
- 데이빗 하버 (기묘한 이야기)
- 론 셰퍼스 존스 (디스 이즈 어스)
- 제프리 라이트 (웨스트월드)
드라마 시리즈 여우조연상
- 앤 다우드 (핸드메이즈 테일)
- 사미라 와일리 (핸드메이즈 테일)
- 우조 아두바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 밀리 바비 브라운 (기묘한 이야기)
- 크리시 멧츠 (디스 이즈 어스)
- 탠디 뉴튼 (웨스트월드)
남녀조연 부문도 지난해 수상자인 벤 멘델슨과 매기 스미스가 각각 부문 변경과 작품 종영으로 후보에서 빠졌고, 더불어 <왕좌의 게임> 배우들도 자격이 되지 않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 결과 남우조연 부문은 다양한 작품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펼친 중견 배우들이 포진해 있는데, 당장은 <더 크라운>의 윈스턴 처칠 역으로 골든글로브와 배우조합상을 수상한 존 리스고의 수상이 유력해 보인다. 여우조연 부문의 경우 우조 아두바를 제외한 모두가 처음으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웨스트월드> 탠디 뉴튼의 수상이 유력해 보이는 가운데, <기묘한 이야기>의 밀리 바비 브라운과 <디스 이즈 어스>의 크리시 멧츠도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코미디 작품상 부문
- 애틀란타 (FX)
- 블랙-이쉬 (ABC)
- 마스터 오브 제로 (Netflix)
- 모던 패밀리 (ABC)
- 실리콘 밸리 (HBO)
-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 (넷플릭스)
- 빕: 부통령이 필요해 (HBO)
드라마 부문이 급변을 겪은 것에 비해 코미디 부문은 변화가 거의 없다. 올해 새롭게 합류한 <애틀란타>를 제외하면 이미 수차례 후보에 오른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애틀란타>는 올해 골든 글로브와 피바디 어워드를 받으며 작품성은 제대로 보증받았다. 다만 제작자 겸 주연인 도널드 글로버가 요즘 할리우드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다 보니, 시즌 2는 생각보다 더 늦게 찾아올 것 같아 아쉽다. 전통의 강자 <빕>의 3연패가 예상되지만, 치열한 경쟁을 물리치고 올라온 <애틀란타>의 선전도 예상하고 있다.

코미디 시리즈 남우주연상
- 앤서니 앤더슨 (블랙-이쉬)
- 아지즈 안사리 (마스터 오브 제로)
- 잭 갈리피아나키스 (배스킷츠)
- 도널드 글로버 (애틀랜타)
- 윌리엄 H. 메이시 (쉐임리스)
- 제프리 탬버 (트랜스페어런트)
코미디 시리즈 여우주연상
- 파멜라 애드론 (베터 씽즈)
- 트레이시 엘리스-로스 (블랙-이쉬)
- 줄리아 루이-드라이퓌스 (빕: 부통령이 필요해)
- 제인 폰다 (그레이스 앤 프랭키)
- 릴리 톰린 (그레이스 앤 프랭키)
- 앨리슨 재니 (맘)
- 엘리 켐퍼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
코미디 부문의 남녀주연상 또한 후보 변화가 거의 없다. 올해 새롭게 추가된 후보는 <애틀란타>의 도널드 글로버와 <베터 씽즈>의 파멜라 애드론 뿐. 두 작품 모두 비평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고, <애틀란타>는 골든 글로브도 수상했기 때문에 후보 지명은 예상 가능했다. 반면 수상자 예측은 쉽지 않다. 줄리아 루이 드라이퓌스는 올해도 상을 받아 여우주연상 6연속 수상 대기록을 세울 것 같지만, 남우주연상은 혼돈에 빠졌다. 전년도 수상자 제프리 탬버와 <아틀란타> 도널드 글로버의 경쟁으로 좁혀졌는데, 전문가들은 도널드 글로버의 수상을 점치고 있다. 다만 에미 어워드는 비평가뿐 아니라 업계 사람들도 투표하기 때문에 전문가 예측이 빗나갈 수도 있다.

코미디 시리즈 남우조연상
- 알렉 볼드윈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 루이 앤더슨 (배스킷츠)
- 타이 버렐 (모던 패밀리)
- 티터스 버지스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
- 토니 헤일 (빕: 부통령이 필요해)
- 맷 월쉬 (빕: 부통령이 필요해)
코미디 시리즈 여우조연상
- 바네사 베이어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 안나 클럼스키 (빕: 부통령이 필요해)
- 캐서린 한 (트랜스페어런트)
- 레슬리 존스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 주디스 라이트 (트랜스페어런트)
- 케이트 맥키넌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코미디 부문 남녀조연상은 후보 명단을 보는 순간부터 웃음이 터져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덕분에 최근 다시 전성기를 맞은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파워를 실감할 수 있기 때문. 알렉 볼드윈은 고정 크루가 아니면서도 잊을 만하면 한번씩 출연하다 보니 특별출연이 아닌 조연 연기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수상까지 유력해 보이니 트럼프가 참 큰 일을 하고 있다. 여우조연 부문은 작년 SNL 크루로서는 처음으로 케이트 맥키넌이 수상했는데, 올해는 맥키넌과 함께 바네사 베이어, 레슬리 존스까지 3명의 후보를 배출했다.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올해도 맥키넌의 수상이 유력하다.

리미티드 시리즈
- 빅 리틀 라이즈 (HBO)
- 파고 (FX)
- 퓨드: 베티 앤 조안 (FX)
- 더 나이트 오브 (HBO)
- 지니어스 (National Geographic)
뛰어난 작품성, 명확한 영향력으로 이제는 영화 배우들의 TV 프로젝트로 자리잡은 리미티드 시리즈 부문. 올해는 단골 후보작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아메리칸 크라임> 등이 빠진 자리를 새로운 작품이 채웠다. <빅 리틀 라이즈>는 리즈 위더스푼, 니콜 키드먼, 쉐일린 우들리, 로라 던 등 할리우드 주연급 여배우들의 불꽃튀는 연기 대결을 선보이며 화제를 낳으면서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빅 리틀 라이즈>가 상을 받지 못한다면 가장 유력한 후보는 <더 나이트 오브>로 보인다. 시청률은 <트루 디텍티브>만큼 나왔고, 리즈 아메드 & 존 터투로 두 배우의 연기도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무엇보다도 현재 미국 사회의 이슈인 이민자 문제, 인종 프로파일링, 사법 체계의 문제점 등을 두루 지적한 수작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TV 영화
- 블랙 미러: 샌주니페로 (Netflix)
- 돌리 파튼스 크리스마스 오브 매니 컬러스: 서클 오브 러브 (USA)
-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 (HBO)
- 셜록: 병상의 탐정 (PBS)
- 위저드 오브 라이스 (HBO)
리미티드 시리즈가 크게 흥하는 반면 TV 영화는 그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좋은 작품을 후보로 올리고 있다. 올해는 작년에 이어 <셜록> 시즌 4 에피소드 ‘병상의 탐정’이 단독 TV 영화로 후보 지명을 받았다. 그 외에 오프라 윈프리가 주연을 맡은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 로버트 드니로와 미쉘 파이퍼가 연기한 <위저드 오브 라이즈>가 후보 지명을 받았다. 넷플릭스로 자리를 옮긴 SF 시리즈 <블랙 미러> 또한 시리즈의 스타일과 완전히 다른 ‘산 주니페로’라는 에피소드로 이 부문 후보 지명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위저드 오브 라이즈>가 수상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는데, 에미 어워드에서 셜록이 사랑받는 편이라 결과는 나와 봐야 알 수 있겠다.

리미티드 시리즈 / TV 영화 남우주연
- 리즈 아메드 (더 나이트 오브)
- 베네딕트 컴버배치 (셜록: 병상의 탐정)
- 로버트 드니로 (위자드 오브 라이스)
- 유안 맥그리거 (파고)
- 제프리 러쉬 (지니어스)
- 존 터투로 (더 나이트 오브)
리미티드 시리즈 / TV 영화 여우주연
- 캐리 쿤 (파고)
- 펠리시티 허프만 (아메리칸 크라임)
- 니콜 키드먼 (빅 리틀 라이즈)
- 제시카 랭 (퓨드: 베티 앤 조안)
- 수잔 서랜든 (퓨드: 베티 앤 조안)
- 리즈 위더스푼 (빅 리틀 라이즈)
리미티드 시리즈/TV 영화 후보의 면면만 보면, 소위 ‘연기신’이라 불릴 만한 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TV 시상식이 아니라 골든 글로브나 아카데미 어워드의 후보 명단 같기도 하다. 남우주연상은 <위저드 오브 라이즈>의 로버트 드니로와 <더 나이트 오브>의 리즈 아메드의 2파전으로 굳혀지고 있다. 에미상 투표자들이 노장 배우와 젊은 실력파 배우의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기대된다. 반면 여우주연 수상자는 니콜 키드먼으로 거의 확정된 상황. 쟁쟁한 여배우들의 연기를 볼 수 있었던 <빅 리틀 라이즈>에서 셀레스티는 가장 강렬한 캐릭터였고, 이를 연기한 니콜 키드먼도 대단했다. 올해 아카데미 어워드 후보 지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서, 꾸준히 작품을 고르고 열심히 연기해온 결실을 이번에 제대로 얻을 것 같다.

리미티드 시리즈 / TV 영화 남우조연
- 빌 캠프 (더 나이트 오브)
- 알프레드 몰리나 (퓨드: 베티 앤 조안)
-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빅 리틀 라이스)
- 데이빗 드웰리스 (파고)
- 스탠리 투치 (퓨드: 베티 앤 조안)
- 마이클 케네스 윌리엄스 (더 나이트 오브)
리미티드 시리즈 / TV 영화 여우조연
- 주디 데이비스 (퓨드: 베티 앤 조안)
- 로라 던 (빅 리틀 라이스)
- 재키 호프만 (퓨드: 베티 앤 조안)
- 레지나 킹 (아메리칸 크라임)
- 미쉘 파이퍼 (위자드 오브 라이스)
- 쉐일린 우들리 (빅 리틀 라이스)
남녀조연 목록 또한 A급 명배우와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활동하는 실력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남우조연 부문은 <더 나이트 오브>와 <퓨드: 베티 앤 조안>이 각각 2명씩 후보에 올렸으나, 현재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배우는 <빅 리틀 라이즈>의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다. 좋은 남편과 나쁜 남자를 오가는 캐릭터의 양면성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우조연 또한 <빅 리틀 라이즈>의 로라 던이 프론트러너다. 드라마가 방영된 2월부터 니콜 키드먼,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로라 던의 연기를 극찬하는 매체가 많았던 만큼, 시상식에서도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 예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