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치명 옴므파탈의 매력
BBC 영드의 세계
by. Jacinta
영드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방송사로 BBC를 떠올린다. 물론 ITV, E4, Channel 4와 같은 다른 방송사도 있지만 인기 시리즈를 많이 배출한 BBC 드라마는 영드를 처음 접하거나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채널로 인식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로 다양한 소재와 장르, 출연배우들을 꼽을 수 있는데 톰 하디, 베네딕트 컴버배치, 톰 히들스턴, 이드리스 엘바, 킬리언 머피, 벤 위쇼 등 유명 배우가 출연한 드라마를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워낙 유명한 <셜록>을 비롯해 이들 배우가 출연한 드라마는 또 어떤 게 있는지 소개한다.
BBC One 더 나이트 매니저

첩보 소설로 유명한 존 르 카레의 소설을 원작으로 톰 히들스톤의 스파이 연기를 볼 수 있는 드라마.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군인 조나단 파인이 복수를 위해 악명 높은 범죄 조직에 침투하는 내용을 그린 드라마로 스페인의 아름다운 풍경과 매 에피소드마다 화보 같은 패션을 선보이는 톰 히들스턴의 매력이 어우러져 눈이 호강한다. 닥터 하우스로 유명한 휴 로리가 범죄 조직의 수장 리처드 로퍼 역으로 출연해 조나단과 팽팽한 긴장관계를 연출하며, 조나단의 조력자인 MI6 요원으로 올리비아 콜먼, 로퍼의 애인이자 남모를 비밀을 간직한 여인으로 엘리자베스 데비키가 출연했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은 덜 하지만 쫄깃한 긴장을 연출하는 드라마는 6부작 종영이 아쉬울 따름이다. 시즌 2 제작 논의가 보도된 바 있지만 그 어떤 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
BBC Two 런던 스파이

제목만 놓고 봤을 때 런던을 배경으로 하는 첩보 드라마로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런던 스파이>는 갑자기 사라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남자의 이야기로 가슴 아픈 사랑의 주인공 대니 역으로 벤 위쇼가 출연한다. 말도 없이 사라진, 혹은 죽었다고 알려진 연인이 뜻밖에도 스파이였다는 스토리를 벤 위쇼의 절제된 감성 연기와 서정적인 영상미로 연출한 드라마다. 역시 5부작 종영은 아쉽기만 하고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지만 더 이상의 시즌 논의는 없다. 한편 이 드라마는 묘한 공통점이 있는데 대니의 주변 인물로 출연한 배우들을 이번 주 개봉하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 볼 수 있다.
BBC One 루터

사이코패스는 수사물의 단골 소재이다. 이처럼 흥미롭지만 익숙한 소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루터>는 흥미로운 드라마다. <루터>는 다른 사람보다 공감 능력이 현저히 낮은 살인범 앨리스와 동물적인 직감이 뛰어난 형사 루터의 두뇌게임에서 시작한 드라마로 특유의 거칠고 어두운 분위기와 심리묘사가 중독을 부른다. 낡은 코드를 걸치고 있을 뿐인데도 멋있는 이드리스 엘바와 매력적인 악녀 루스 윌슨의 케미가 인상적이며 현재 네 번째 시즌까지 나왔다. 단 두 개의 에피소드로 방영된 시즌 4에서 이제 루터와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앨리스가 사진으로만 등장해 아쉬웠는데, 다행히 얼마 전 다섯 번째 시즌이 확정됐다.
BBC Two 피키 블라인더스

<덩케르크>에서 이름도 없는, 떨고 있는 병사 역으로 출연해 짠 내 나는 연기를 선보인 킬리언 머피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있다. 1차 세계대전 직후 토미 셸비를 주축으로 한 가족 범죄단 ‘피키 블라인더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현재 시즌 3까지 방영됐고, 시즌 5까지 차례로 방영될 <피키 블라인더스>는 스타일리시한 음악과 영상,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한다. 선 굵은 남성 드라마에 목말랐다면 드라마 속 나쁜 남자들의 이야기는 매력적일 것이다. 특히 킬리언 머피는 순정 마초 매력을 뽐내며 한 여자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킬리언 머피 말고도 반가운 얼굴이 등장하는데 비중은 크지 않아도 감독과의 친분으로 출연한 톰 하디가 유대인 사업가로 등장한다.
BBC One / FX 타부

<타부>는 영화 <로크>와 <피키 블라인더스>에 이은 톰 하디와 스티븐 나이트의 세 번째 작업이다. 보수적인 기독교 가치관이 지배하는 1800년대 초, 런던을 배경으로 아프리카로 떠났던 젊은 모험가가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거친 상남자 매력을 물씬 풍기는 톰 하디가 제임스 델레이니 역을 맡아 그의 목숨을 노리고 경계하는 세력의 위협에도 묵묵히 목표한 바를 향해가는 모습을 담았다. 첫 번째 시즌은 본격적인 모험을 떠나기까지 준비 과정이 주된 이야기였다면, 2018년 방영될 시즌 2는 신대륙을 찾아 나선 딜레이니의 모험과 도전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덩케르크>에서도 그랬지만 눈빛만으로도 모든 감정을 전달하는 톰 하디의 연기는 역시 나무랄 데 없다. 다만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를 선호하지 않는다면 힘들 수도 있다.
BBC Two 텅 빈 왕관(할로우 크라운)

런던 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드라마로 셰익스피어 작품을 원작으로 했다. 2012년 첫 시즌은 톰 히들스톤(헨리 5세 역), 벤 위쇼(리처드 2세 역), 제레미 아이언스(헨리 4세 역)가 출연하고 샘 멘데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나 2016년 후속편 <할로우 크라운: 장미의 전쟁>이 방송됐는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리처드 3세로 출연해 소름 돋는 연기를 선보였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좋아하고 영국 배우들을 좋아한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드라마다.
BBC America 더크 젠틀리의 전체론적 탐정 사무소

이제 셜록과 왓슨의 알콩달콩 투닥거림을 언제 볼지 기약할 수 없어 아쉽다면, 더글러스 애덤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화 같은 상상력이 돋보이는 <더크 젠틀리의 전체론적 탐정 사무소>는 어떨까. 어리바리한 미국 남자 일라이저 우드와 밉지 않은 괴짜 영국 남자 사무엘 바넷의 귀여운 케미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한 전개, 절대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가 흥미로운 드라마다. 비현실적인 살인사건 현장을 목격한 벨보이 토드가 수다스럽고 산만한 탐정 더크 젠틀리와 엮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앞서 소개한 드라마 중 가장 밝고 영국스러운 병맛미를 볼 수 있는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