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와 넷플릭스의 결별과 그 파장

by. 겨울달

 

<이미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디즈니,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 론칭

지난 8일(현지 시각), 디즈니는 2019년부터 넷플릭스에 영화 공급을 중단하고 자체적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디즈니는 미국 메이저리그 베이스볼(MLB)이 설립한 스트리밍 전문 기업 BAMTech의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며 지분을 75%까지 늘렸다. 월트 디즈니의 최고경영자 밥 아이거는 서명을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 론칭의 의의를 밝혔다.

“이번 인수와 우리가 계획하는 OTT 서비스는 자사 콘텐츠 유통 방식의 전략적 변화이자 새로운 성장전략입니다. 우리는 발전된 기술이 주는 기회를 이용하여 디즈니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키워나갈 것입니다.”

디즈니는 2018년 초 자사 스포츠 채널 ESPN 브랜드의 스포츠 콘텐츠를 공급하는 서비스를 먼저 실시하고, 2019년에 디즈니 전체 브랜드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론칭할 예정이다. 현재 스트리밍 서비스는 디즈니와 ESPN에서 직접 구입하거나 앱스토어 또는 허가받은 Pay TV 서비스를 통해 구입 가능하게끔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새 서비스는 일단 미국 내에서만 해당되며, 2019년 극장에서 개봉하는 디즈니/픽사 영화는 이 서비스에서 독점적으로 제공한다. 2019년 개봉을 앞둔 <토이 스토리 4>와 <겨울왕국 2>, 실사영화 <라이온 킹> 등 다수의 작품이 이에 해당한다. 그 외에도 지금까지 개봉했던 디즈니/픽사 영화와 디즈니 계열 어린이 케이블 채널의 콘텐츠 또한 공급될 예정이다.

 

우리 회사 콘텐츠는 우리 회사 서비스에서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 론칭은 최근 미국 영상 미디어 업계의 경향과 일치한다. 이미 HBO의 HBO Go, CBS의 CBS All Access가 자사의 영상 콘텐츠를 독점으로 유통하고 있으며, 케이블채널 FX와 AMC가 광고를 없앤 스트리밍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지금까지 넷플릭스나 아마존, 훌루 등 제 3자 서비스를 통해 자사의 콘텐츠를 유통시켜온 스튜디오와 채널이 모두 직접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나선 것이다. 디즈니는 다른 업체들보다 더 다양한 형태와 장르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 자사의 라이브러리를 이용한 직접 서비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오히려 지금 발표한 것이 늦은 감도 있다.

반면 지금까지 디즈니의 풍부한 라이브러리를 공급해왔던 넷플릭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서비스 론칭의 타격이 클 것이다. 당장은 수급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던 극장 개봉 애니메이션과 어린이 콘텐츠를 공급받지 못할 것이다. 디즈니 새 서비스의 라이브러리가 확대되면 마블 스튜디오 영화와 루카스필름의 <스타워즈> 시리즈, 마블 텔레비전의 TV 시리즈 또한 독점 공급할 가능성이 크다. 보도에 따르면 마블 영화와 <스타워즈> 시리즈도 독점 공급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이 작품들이 디즈니의 살림을 책임지는 큰 자산인 만큼 포함될 가능성은 높다.

 

<이미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백전백승 전략인가

이에 대응하는 넷플릭스의 전략도 흥미롭다. 지난 7일(현지시각) 넷플릭스는 코믹스 출판사 밀러월드(Millarworld)를 인수했다. 마블 <어벤져스>, <시빌 워>의 스토리를 쓴 코믹스 작가 마크 밀러(Mark Miller)가 설립한 출판사로 이곳에서 발행한 <킹스맨>, <킥 애스>, <원티드> 등이 영화화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넷플릭스가 창사 이래 첫 기업 인수합병 대상을 기술 기업이 아닌 콘텐츠 기업으로 삼은 것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한 IP(Intellectual Property) 확보를 위해서일 것이다. 결국 넷플릭스는 서비스 라이브러리가 축소되는 현 상황을 오리지널 콘텐츠의 더 많은 제작과 유통으로 타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략이 넷플릭스가 겪을 위기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넷플릭스는 작년에 이미 오리지널 콘텐츠의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은 콘텐츠 라이선스 비용으로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는 것을 막고 영구적인 콘텐츠를 확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실제로 <옥자>, <기묘한 이야기>, <루머의 루머의 루머> 등 화제가 되는 작품을 제작 및 공급하면서 넷플릭스의 인지도나 영향력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면서 200만 달러 이상의 부채가 발생해 과연 언제까지 이 전략을 지속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또 다른 문제는 넷플릭스와 함께 콘텐츠를 제작하는 제작사들이 배타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디즈니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독점적으로 공급할 오리지널 프로그램도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경우 자사 서비스와 경쟁할 타사의 서비스에 오리지널 콘텐츠를 계속 공급할 것인가도 문제가 된다. 미국 지상파 방송에서는 경쟁 채널의 콘텐츠를 공급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업자가 한정적인 TV 환경과 달리 스트리밍 서비스는 최근 몇 년 간 그 사업자가 점점 늘고 있다. 경쟁이 격화되면서 어떤 콘텐츠를 확보하느냐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과연 이들이 ‘남 좋은 일’을 언제까지 지속할지 주목할 만하다.

 

결국은 콘텐츠, 결국은 IP

<이미지: HBO>

이런 움직임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이득이 될까? 단순하게 소비자가 써야 할 ‘비용’만 놓고 보면, 이득은 아니다. 내가 보고싶은 콘텐츠를 각각 서로 다른 스트리밍 업체가 공급한다면, 소비자는 콘텐츠를 보기 위해 모든 서비스를 다 이용해야 한다. 당장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보기 위해 넷플릭스를, <왕좌의 게임>을 보기 위해 HBO Go를, <워킹데드>를 보기 위해 AMC가 제공할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하면, 한 달에 우리나라 돈으로 4~5만원 정도를 구독료로만 쓰게 될지도 모른다. 한 달 구독료로 10만원을 쓸 날도 도래할 수 있다.

꽤 많은 지출에 부담을 느낄 소비자들은 각자의 니즈를 가장 잘 충족해줄 만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택해서 구독할 것이다. 소비자의 확보를 위해서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가장 격렬한 경쟁을 펼칠 것이며, 이를 위해서 ‘남들보다 나은’ 콘텐츠와 서비스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콘텐츠를 확보하고 제작하는 업체들에게는 자사의 콘텐츠에 관심을 보일 만한 플랫폼이 늘어나는 셈이고, 콘텐츠 IP를 보유하고 활용하는 제작사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결국 콘텐츠 IP의 생산과 확보가 비즈니스 경쟁력이 된 지금의 경향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