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 얼마면 돼?
영화와 드라마 속 집값 알아보기
by. 빈상자
미국 영화와 드라마를 보다가 때때로 주인공의 집이 궁금할 때가 있다. 저 집 월세는 얼마나 될까? 사려면 얼마나 될까? 그것은 때론 한 번쯤은 저런 곳에 살아보고 싶다는 동경이기도 하고, 때론 단순한 호기심일 때도 있다. 전세가 없는 미국에서는 월세를 사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편인데, 꼭 집 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집 관리에 신경 쓰기 싫거나 한 곳에 묶여 사는 것이 싫어서 월세를 사는 부유층들도 꽤 된다. 그만큼 월세의 범위도 천차만별이다. 물론 집값의 범위도 천차만별이다.

영화와 드라마 속 집은 보통 캐릭터의 직업과 재정상황을 반영하지만,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다. 그 때문에 <프렌즈>에서 모니카가 살고 있는 아파트나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캐리의 아파트는 늘 의문이었다. 그래서 영화와 드라마 속 집에 살기 위해선 실제 월세나 집값이 얼마인지 알아보았다. 실제로 그 집에 들어가 살아보겠다는 입주자의 마음으로.
1.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리’의 반지하 방

월세: 56만원 ($500) / 배경: 보스턴
고향을 떠나 보스턴에 사는 리 챈들러(캐시 애플렉). 그는 아파트에서 배관과 전기를 고쳐주고, 변기도 뚫어주고, 청소도 하며,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그가 사는 곳은 작고 어두운 반지하 방이다. 그냥 반지하일 뿐만 아니라 천장은 낮고 거미줄은 곳곳에 있으며 내부 공사가 마무리가 되지 않은 듯, 벽과 목재 프레임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오죽하면 찾아온 형은 이건 방도 아니라며 마음 아파한다.
이 방은 리가 일하는 아파트에서 최저임금에 더해 제공해준 방이다. 보스턴 외곽 지역인 퀸시에서 방 하나 빌리는 월세는 대략 90만 원 선이다. 당연히 반지하는 가격이 더 떨어지고 리의 방처럼 상태가 심각하다면 아무리 월세가 비싼 보스턴이라도 60만 원 이상 받으면 도둑놈 소리가 절로 나올 것 같다.
2. <라라랜드> ‘미아’의 아파트

월세: 160만원 ($1,400) / 배경: 할리우드 (촬영지: 롱비치, 캘리포니아)
네바다의 시골 출신으로 할리우드 배우의 꿈을 꾸고 로스앤젤레스로 온 미아(엠마 스톤)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틈이 오디션을 보고 있다. 당연히 금전 상황이 넉넉하지 않을 그녀는 룸메이트들과 함께 아파트를 나눠 쓰고 있다. 미아가 사는 할리우드에서 방 4개 있는 아파트를 빌리려면 적어도 월 450만 원 이상은 각오해야 한다. 4명이 나누어도 적지 않은 금액이다. 영화처럼 넓은 화장실과 긴 복도를 갖고 있다면 5백만 원도 쉽게 넘길 것이다.
실제 미아의 아파트로 나오는 롱비치에 있는 스페인 풍의 핑크색 2층 아파트도 그리 만만한 편은 아니다. 월세가 160만 원인데 바다와 가까워 월세가 높은 지역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특별히 좋은 아파트라고 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방이 하나뿐이라 룸메이트도 없이 미아가 혼자서 감당하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도 젊은 연인들은 함께 살기 시작한다. 미아와 세바스찬처럼. 연애하는 이점 중의 하나인가 보다.
3. <빅뱅이론> ‘페니’의 아파트

월세: 192만원 ($1,700) / 배경: 패서디나, 캘리포니아
<빅뱅이론>의 네 명의 똑똑이들(샌님들) 레너드, 쉘던, 하워드, 그리고 라제쉬는 그들의 출신 학교인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칼텍)을 따라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10년째 살고 있다. 패서디나는 오랜 역사 덕분에 전통적이고 고즈넉한 건물들과 현대적인 쇼핑 거리와 어울려 있는 곳으로 로스앤젤레스에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동네다. 덕분에 인기도 좋은 이 동네에서 레너드와 쉘던이 같이 살았던 방과 같은 2개짜리 아파트를 구하려면 월 271만 원 정도는 예상해야 한다. 레너드와 쉘던이 나누어서 낼 것이기에 부담은 훨씬 줄어든다. 무엇보다 한 학기 학비가 5500만 원 정도인 사립대학 칼텍을 다녔던 그들에게 부담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들보다 시청자들의 의문은 항상 페니를 향해 있었다. 페니처럼 방 1개 아파트를 패서디나에서 찾으려면 월 190만 원정도는 예상해야 한다.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지만, 시즌 초기 오랫동안 페니는 미아와 마찬가지로 배우 지망생으로 치즈케이크 팩토리에서 일하는 식당 종업원이었다. 당시로서는 부담스러운 월세일 수밖에 없다. 만일 페니가 무리해서 그 아파트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레너드의 운명도 확 바뀌었을 텐데 말이다.
4. <하우스 오브 카드> ‘언더우드 부부’의 타운하우스

구매가: 9억3230만원 ($824,900) / 배경: 워싱턴DC (촬영지: 볼티모어)
프랜시스와 클레어 언더우드가 백악관으로 입성하기 전에 살던 사저는 워싱턴 DC의 타운하우스다. 실제 촬영한 집은 메릴랜드주의 볼티모어에 있는데, 마침 매물이 나와 있다! 광고에서는 ‘하우스 오브 카드’의 ‘그 집’ 임을 어필 중이다. 빅토리아 양식의 이 타운하우스는 무려 1880년에 지어졌다. 가격은 9억 3천만 원. 미국 대통령의 사저치고는 소박한 가격이라고나 할까. 다만 드라마처럼 워싱턴 DC에 있었다면 여기에 3~4억 정도는 더 낼 각오는 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그게 언더우드 부부에게 문제가 될 리는 없다. 워싱턴 DC의 이 집은 이 부유한 부부의 유일한 집도 아니니까.
5. <모던패밀리> ‘필’과 ‘클레어’의 집

구매가: 30억 ($272만) / 배경: 로스앤젤레스
<모던 패밀리>의 필과 클레어는 (보통의 미국 자녀들 답지 않게) 성인이 된 후에도 완전한 독립하지 않는 두 딸을 포함 3명의 자녀들과 살고 있다. 클레어는 이제는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 (바지) 사장이 되었지만, 오랫동안 부동산 중개인인 필의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클레어 아버지의 현대적인 양식의 고급 주택과 달리 부부의 집은 다소 평범한 중산층 집처럼 보이기는 해도, 실제로는 집값이 꽤 나간다. 30억 원! 그들의 집이 부유한 젊은 층이 선호하는 웨스트우드에 있는 까닭이다. 바로 옆집이 반값인 15억 원인 것만 보아도 동네에서도 비싼 축에 든다. 항상 덜렁거리는 데다 때론 모자라 보이기도 하는 필이 언제 돈을 벌었을까 싶을 정도다. 혹시 실제로는 클레어가 집주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6. <빅 리틀 라이즈> ‘매들린’의 집

구매가: 167억원 ($1480만) / 배경: 몬테레이, 캘리포니아 (촬영지: 말리부)
미드 <빅 리틀 라이즈> 세 주인공들의 몬테레이 집들은 모두 캘리포니아 드림의 완성체를 보는 듯하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와 가까운 몬테레이는 성공한 IT기업인들과 예술가들이 많이 사는 부촌이다. 매들린(리즈 위더스푼), 셀레스트(니콜 키드먼), 레나타(로라 던) 중에 실제 몬테레이에 있는 집은 셀레스트의 집뿐이었는데 가격이 68억 원인 집이다. 니콜 키드먼의 집인 데다 잘 생긴 젊은 남편 덕분인지 집의 후광이 제일 빛나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말리부에 있는 레나타의 집은 140억 원, 그리고 매들린의 집은 무려 167억 원에 이르면서 배를 훌쩍 넘는다. 이쯤 되면 매들린이 무엇 때문에 레나타와 셀레스트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는지 의아해진다.
7. <녹터널 애니멀스> ‘수잔’의 집

구매가: 1,130억원 ($1억) / 배경: 말리부, 로스앤젤레스
제프 쿤의 ‘강아지’가 뒷마당에 무심히 놓여있던 수잔의 집 역시 말리부에 있다. 수잔 혼자 살기엔 너무 크고 너무 어두운 집이다. 수잔의 집은 유명한 건축가 스캇 미첼이 디자인한 집으로 ‘말리부 하우스’라고 불리며 집 자체가 미술작품으로 취급받는다. 그래서 가격은 1,130억 원. 고급 미술 딜러인 수잔에게 잘 어울리긴 해도 여전히 ‘부모님 뭐하시노?’라고 묻고 싶은 재력이다.
하지만 우리 같은 서민들도 이곳에서 화려한 한 달을 지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이 집은 단돈 9억 원 정도만 내면 한 달간 대여도 가능하다. 하지만 가급적 뒷마당의 ‘강아지’는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 ‘Orange’ 버전이 몇 년 전 크리스티에서 660억 원에 팔린 비싼 몸이다. 손상하면 3대가 아니라, 자자손손 대대로 이 집의 종이 되어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