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이 전부?

기대만큼 좋았던 <킬러의 보디가드>

 

by. 띵양

 

출처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TCO(주)더콘텐츠온

 

시놉시스

 

누구나 인정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한 번의 실수로 잘 나가던 보디가드에서 3류 보디가드로 전락한 ‘마이클 브라이스’(라이언 레이놀즈). 헤어진 전 여자친구가 부탁한 의뢰를 들어주면 다시 최고의 보디가드로 살게 해주겠다는 말에 넘어가 받은 의뢰인은 알고 보니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킬러 ‘다리우스 킨케이드’(사무엘 L. 잭슨)다. 심지어 그는 마이클을 27, 아니 28번이나 죽이려 한 원수 중의 원수. 독재자 ‘두코비치’(게리 올드만)의 만행을 폭로하기 위한 주요 증인인 다리우스를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하는 마이클과 수감 중인 아내를 석방시키기 위해 증언을 해야만 하는 다리우스의 불편한 동행.

 

B급 홍보의 진수, 그런데 이것이 먹혔다

 

출처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TCO(주)더콘텐츠온

 

홍보를 굉장한 B급 감성으로 했던 것이 오히려 잘 먹혔다. 신현희와 김루트의 ‘오빠야’와 콜라보레이션 한 트레일러는 신박했던 만큼 SNS상에서 폭풍과도 같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포스터는 기가 막혔다. 어쩜 이렇게도 완벽하게 B급 감성으로 제작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80년대 영화 포스터에서나 볼 법한 “세상 끝까지 당신을 지켜줄게!”라니. 애초에 진지할 마음이 단 1만큼도 없는 영화에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감독의 철학을 바랐다면 뭐… 단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이 있다면 포스터에는 <데드풀>과 <킹스맨>의 만남이라고 적혀있는 것 정도랄까? <킹스맨: 골든 서클>이 곧 개봉하니까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추후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이라면 오히려 ‘마블’의 ‘디씨’ 때려잡기로 느낄 것이다. (정확히는 ‘데드풀’과 ‘닉 퓨리’의 ‘고든 청장’ 때려잡기)

 

“니X럴!”이 먹여살린 만담 대잔치

 

출처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TCO(주)더콘텐츠온

 

이 영화의 백미는 ‘마이클’과 ‘다리우스’의 만담 대잔치다. 단, 라이언 레이놀즈가 ‘데드풀’에서처럼 하드하게 욕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접어두자. 물론 ‘데드풀’이 청불 판정을 받아서 마음 놓고 부모님 안부를 심심치 않게 묻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데드풀’, ‘반지닦ㅇ그린랜턴’, ‘웨이드 윌슨(지우고 싶은 기억인)’, ‘한니발 킹’을 떠올리면 라이언 레이놀즈가 연기했던 캐릭터들의 공통점이자 그의 강점은 욕보단 ‘쉬지 않는 얄미운 조동아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사무엘 L. 잭슨, 그는 누구인가. <어벤저스>에서야 카리스마 넘치고 난리 브루스를 추는 어벤저스들을 하나로 뭉치게 해주는 리더 중의 리더지만, 청불 영화에 나온 그의 캐릭터들을 기억해보면 입에 ‘마더 법규’를 달고 살았다. 갈라진 하이톤에 높낮이 차이가 심한 그의 목소리에 ‘마더 법규’를 장착하면 그렇게 찰질 수가 없다. ‘마더 법규’로 시작해서 ‘마더 법규’로 끝나는 문장들 사이에서 간혹 욕을 하지 않은 문장이 나오더라도 욕이 나온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욕과 만담이 오가는 영화가 <킬러의 보디가드>다. <무한도전>의 ‘하와 수’ 만담을 보는 기분이었달까. 라이언 레이놀즈가 정준하면 사무엘 L. 잭슨이 박명수… 둘 중 누구 하나라도 입을 여는 순간부터 웃음이 나오려 할 것이다.

 

촐랑거리는 영화를 잡아준 영웅

 

출처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TCO(주)더콘텐츠온

 

영화에 출연한 모두가 열연했지만, 특히 게리 올드만이 이 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미안해요 엘렉트라에로디 영, 셀마 헤이엑! 당신들도 잘했지만…) 돌+I 두 명이 치고받다가 우정을 과시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가 될 수도 있었는데, 게리 올드만이 영화의 무게중심을 잘 잡아줬다. 연기력 낭비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인체에서 허리가 가장 중요하듯이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 중요한 것이라 게리 올드만의 캐스팅은 좋은 전략이었다. <다크나이트> ‘고든 청장’때문에 게리 올드만은 선한 이미지가 강하지만, <레옹>을 본 사람이라면, 게리 올드만이 광기 어린 악인 연기를 얼마나 잘하는지 기억할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 혼을 끌어모은 악인 연기까지는 아니었지만, 묵직하게 날리는 대사가 그의 클래스를 입증했다. 특히 영화가 끝날 즈음 언성을 높이던 장면은 ‘역시 게리 올드만’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다들 뛰어났다. 단지 셀마 헤이엑은 내가 잘 모르는 배우고 에로디 영은 무게감이 조금 덜했다고 개인적으로 느꼈을 뿐.

 

‘주연’인 만담을 살린 ‘조연’ 액션

 

출처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TCO(주)더콘텐츠온

 

킬러와 보디가드가 주인공인 영화에 액션이 없을 리가 있나. 긴박감 넘치는 추격 장면도 좋고 총격 액션도 좋았다. 다만 사무엘 엘 잭슨이 이 세상 솜씨가 아닌 것 마냥 강하다. 처음에 핸디캡이라도 주려는 듯 총알 한 두 방 맞아주고 나선, 악당들의 뚝배기를 전부 부수고 다닌다(참고로 뚝배기는 머리다). 흔히 말하는 ‘먼치킨’ 캐릭터인데, ‘먼치킨’ 영화라면 학을 떼는 사람도 이 영화를 즐겁게 볼 수 있는 이유는 액션이 영화의 핵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의 대부분은 <데드풀>의 쿠키영상에서 언급된 조합이 실제로 성사가 되었고, 입담과 구성진 욕 한 사발 섞인 만담을 기대하면서 영화를 보러 가지 않을까? 이 영화의 액션은 진짜 맛있는 피클 같은 느낌이다. 맛있으면 정말 기분 좋고 입안도 개운하게 만들어주지만, 없다면 김치라도 먹으면 되는 그런 느낌… <킬러의 보디가드>에서 메인 디쉬는 욕, 욕, 그리고 만담이다.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아쉬움

 

출처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TCO(주)더콘텐츠온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런 류의 영화에서 굳이 감독의 철학과 메시지, 개연성과 같은 것을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웠던 부분은 아무래도 개연성이다. 스토리 상 둘은 틈만 나면 서로를 죽이려 드는 원수지간이다. 한쪽은 재미로 28번 정도 상대를 죽이려 한 것이지만 어쨌든. 직업 특성도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사람을 죽이는 킬러와 그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보디가드. 그런 둘이 가까워지는 이유가 너무나도 불분명하다. 같이 산전수전 겪은 군대 동기들끼리 친해진다고는 하지만, 이 둘은 애초에 원수지간일뿐더러 심지어 자신의 직업 경력을 망쳐버린 결정적인 사건을 저지른 상대와 친해진다는 것이 푸닥거리 몇 번 하고 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웃으면서 영화를 보고 나와선 들었던 생각이 ‘그런데 어쩌다 저 둘이 저렇게 친해진 거지?’였다. 정말 어쩌다 친해지게 된 것일까… 결정적인 조각 하나가 빠진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결론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영화의 핵심은 액션이나 스토리가 아니다. 철저히 만담과 시원한 욕, 그리고 라이언 레이놀즈와 사무엘 L. 잭슨의 케미다. 꽤나 진지한 영화들이 물 밀리듯 극장에 들어오는 지금, 가볍게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화인 것은 분명하다. 더운 여름 스프라이트 샤워보다는 욕 한 바가지 들이키는 게 더 시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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