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따라 하고 싶은 영화 속 여배우 패션

 

by. Jacinta

 

어느새 성큼 다가온 가을,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이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한다. 이제 긴 팔 옷도 다시 꺼내야 할 것 같은 날씨에 어떤 옷을 입어야 될지 고민이라면, 영화 속 주인공들의 패션을 참조해 보는 것은 어떨까. 캐릭터를 구현하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이자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인 영화 속 의상은 탁월한 패션 센스로 시선을 끌며, 따라 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킬 때가 많다. 꼭 유명 브랜드가 아니어도 캐릭터의 개성을 드러내는 영화 속 주인공들의 센스 넘치는 패션 감각을 영화로 배우는 것도 좋겠다. 입을 옷이 없어서 고민되는 요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영화 속 패션을 소개한다.

 

 

화양연화 – 장만옥

 

<이미지: 굿타임엔터테인먼트>

 

가을은 유독 멜랑콜리한 감성의 멜로 영화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화양연화> 속 두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은 쓸쓸한 가을 감성과 잘 어울린다. 1960년대의 홍콩을 몽환적인 이미지로 그려낸 영화에서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고혹적인 섹시함과 우아함으로 치파오를 소화하는 장만옥이다.

치파오는 청나라에서 유래된 전통의상으로 1919년 신해혁명 이후 현대적인 느낌의 의복으로 개량되었다. 1920-30년대 유행했던 치파오는 1960년대 들어 영화처럼 민소매 형식으로 다시 등장했다. 몸의 굴곡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치파오는 소재와 디자인에 따라 섹시하거나 우아한 매력을 드러낼 수 있다. 영화 속 장만옥처럼 치파오에 롱 재킷을 걸쳐도 남들과 다른 가을 패션을 연출할 수 있다.

 

 

팩토리 걸 – 시에나 밀러

 

<이미지: 스폰지 / 메가박스>

 

앤디 워홀의 뮤즈이자 60년대 패션 아이콘, 에디 세즈윅. 깡마른 몸매에 블랙 타이즈, 기하학적인 원피스, 한 번도 뗀 적 없다고 전해지는 인조 눈썹과 스모키 메이크업, 커다란 귀걸이, 시크한 숏컷 헤어가 떠오르는 에디 세즈윅은 앤디 워홀을 만나면서 삶이 뒤바뀌었다. 부유한 명문가 자제에서 당시 유행했던 모즈 룩을 대표하는 패션 아이콘이 된 것이다. 앤디 워홀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짧은 시간에 대중적인 유명세를 얻었지만, 두 사람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약물 남용과 알코올 중독으로 28세의 젊은 나이에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영화 <팩토리 걸>은 퇴폐미와 순수함이 공존하는 자유로운 영혼, 에디 세즈윅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았다. 할리우드에서 옷 잘 입기로 유명한 시에나 밀러가 한 시대의 패션 아이콘을 완벽하게 재현해, 화려했지만 비극적으로 끝난 에디로 인생 연기를 펼친다. 비록 영화는 한껏 우울한 여운을 남기지만 영화 속 패션만큼은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다.

 

 

500일의 썸머 – 주이 디샤넬

 

<이미지: 피터팬픽쳐스 / (주)팝엔터테인먼트>

 

사랑과 이별의 솔직한 보고서 <500일의 썸머>.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남자 톰과 자유로운 영혼의 여자 썸머, 두 사람의 사랑과 이별의 여정을 가감 없이 담아내며 비현실적인 로맨스에 질린 사람들의 깊은 공감을 얻어냈다. 비록 두 남녀의 사랑은 엇갈렸지만 한눈에 톰을 사로잡은 썸머는 누가 봐도 매력적이다.

때와 분위기에 맞는 스타일링을 선보이는 썸머의 패션은 과하지 않다는 게 장점이다. 회사에서는 비서라는 직책에 어울리는 심플한 오피스룩을, 데이트를 할 때나 파티에 참석할 때는 사랑스러운 페미닌룩을 선보인다. 호프 하나핀 의상 감독은 복고적인 느낌을 주는 컬러와 코디로 주이 디샤넬의 신비로운 매력을 강조하는 페미닌룩을 완성했다.

 

 

블루 발렌타인 – 미셸 윌리엄스

 

<이미지: 영화사 진진>

 

연애의 종착역, 결혼 이후를 현실적인 시선으로 그린 <블루 발렌타인>. 순정마초남 라이언 고슬링과 사랑스러운 매력의 미셸 윌리엄스가 꿈결 같은 연애 시절을 지나 서서히 권태에 접어드는 부부를 연기했다. 영화는 서로 다른 배경과 성격을 가진 남녀가 어긋나는 과정을 리얼하게 포착해 공감을 얻었다. 특히 주연을 맡은 두 배우는 극과 극의 모습으로 주인공의 심리를 전달했는데, 라이언 고슬링은 갈수록 적어지는 머리숱으로, 미셸 윌리엄스는 살찐 모습으로 변신해 삶의 열망을 잃은 부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전개되는 영화에서 비록 현실은 우울해도 행복했던 연애 시절은 사랑스럽기만 하다. 할리우드 여배우 치고는 아담한 편인 미셸 윌리엄스는 원피스와 데님 스커트에 부츠와 가죽 재킷을 매치하거나 체크무늬 셔츠와 점퍼로 빈티지 패션을 선보인다. 거기에 살짝 헝클어진 금발 헤어는 사랑에 빠진 신디의 러블리한 매력을 자연스럽게 완성한다.

 

 

어바웃 타임 – 레이첼 맥아담스

 

<이미지: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맥블리, 레이첼 맥아담스의 매력이 만개한 <어바웃 타임>. 모태솔로 청년 팀이 사랑에 빠진 여인 메리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 영화다. 연인과 가족 간의 사랑을 품은 영화는 빨간 머리 영국 남자 돔놀 글리슨을 보다 대중적으로 알리며, 레이첼 맥아담스의 대체 불가 사랑스러운 매력을 한껏 드러냈다.

헤어 길이에 상관없이 러블리룩을 완성하는 짧은 앞머리와 상큼한 미소는 기본, 보헤미안 스타일의 원피스와 블라우스에 다양한 재질의 니트를 매치하며 자연스러운 패션을 완성했다. 레이첼 맥아담스는 일부러 꾸미지 않은 편안한 스타일의 패션을 보여주더니 결혼식에서는 통념을 깨는 레드 원피스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갓 헬프 더 걸 – 에밀리 브라우닝 & 한나 머레이

 

<이미지: 찬란>

 

벨 앤 세바스찬의 감성에 한껏 취하게 되는 솜사탕 같은 영화 <갓 헬프 더 걸>. 스코틀랜드 출신의 포크 밴드 ‘벨 앤 세바스찬’의 리더 스튜어트 머독이 연출한 영화로 직접 작사, 작곡한 음악이 귀를 사로잡는다. 거식증을 앓는 주인공 이브가 몰래 병원을 빠져나와 제임스와 캐시를 만나면서 음악으로 회복하는 과정을 풋풋한 감성으로 담아냈다.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에 비해 스토리가 다소 아쉽다는 평가도 있지만, 젊은 배우들의 상큼한 매력과 서정적인 음악은 영화를 빛나게 한다.

특히 각기 다른 개성을 드러내는 배우들의 취향저격 패션은 이 영화의 볼거리 중 하나다. 스코틀랜드 스쿨룩부터 심플함과 화려함을 오가는 빈티지룩이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에밀리 브라우닝은 주로 기하학적인 패턴과 어두운 톤의 시크룩을, 한나 머레이는 소녀적인 감성의 러블리룩을 선보인다.

 

 

비긴 어게인 – 키이라 나이틀리

 

<이미지: 판씨네마>

 

<원스>에 이어 한국 관객을 사로잡은 존 카니 감독의 두 번째 음악영화. 키이라 나이틀리의 청아한 보컬과 감성적인 멜로디가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다. 멜로의 감성에 치우치지 않고 독립된 인격으로 성장하는 그레타의 이야기는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음악으로 성장한다는 비교적 단순한 스토리를 채우는 배우들의 호연과 서정적인 음악은 <비긴 어게인>의 일등공신이다. 특히 키이라 나이틀리는 직접 기타를 치고 노래하는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주며 다재다능한 매력을 뽐냈다.

숨은 노래 실력뿐 아니라 평소 센스 넘치는 패션 감각도 드러냈다. 자신만의 음악 세계에 몰두하는 그레타를 연기할 때는 주로 찢어진 청바지에 헐렁한 티셔츠를 매치하는 내추럴한 패션을, 달콤한 연애시절에는 스트라이프와 패턴이 들어간 빈티지 원피스의 여친룩을 보여준다. 이후 점차 독립적인 여성으로 변화하기 시작할 땐 시크한 분위기의 스타일링으로 의상만으로도 캐릭터의 심리를 드러낸다.

 

 

매기스 플랜 – 그레타 거윅

 

<이미지: 오드>

 

아이는 갖고 싶지만 결혼은 원하지 않는다. 언뜻 쉽게 이해되지 않는 꿈을 꾸는 뉴요커 매기. 그레타 거윅은 자신만의 힙스터스러운 매력으로 엉뚱한 꿈에 빠진 매기를 완성했다. <매기스 플랜>은 엉뚱한 뉴요커 매기가 느닷없이 다가온 사랑에 빠졌다가 다시 자기 자신을 찾기까지, 보통 사람들은 쉽사리 발 들이기 어려운 로맨스의 여정을 유쾌하게 그린 영화다. 매기는 분명 사랑스럽지만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캐릭터다. 정해진 규칙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감성의 뉴요커를 연기하는데 타고난 그레타 거윅은 특유의 천진함과 유쾌함, 보기만 해도 시원한 미소로 화답한다.

여기에 패션도 빠질 수 없다. 체크 무니 패턴에 푹 빠지기라도 했는지 겹겹이 걸친 체크, 오렌지 색상의 니트 머플러와 갈색, 청록색, 회색의 두툼한 스타킹 등 확실히 매기의 패션은 오버스럽다. 잘못 매치하면 한없이 과한 스타일임에도 보통 사람과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매기이기에 오히려 독특한 개성을 부각하는데 한몫한다. 거기에 사랑스러운 미소가 더해져 차가운 뉴욕의 겨울을 따뜻한 감성으로 감싸 안는다.

 

 

 

라라랜드 – 엠마 스톤

 

<이미지: 판씨네마>

 

이제 <위플래쉬>보다 <라라랜드>가 먼저 생각나는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인생작. 압도적인 오프닝으로 시작해 영화 내내 매혹적인 영상과 음악으로 N차 관람의 아이콘이 되었다. 또한 이전부터 연기력은 알아줬지만 결정적인 한방이 부족해서 아쉬웠던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의 매력이 제대로 꽃 피운 영화다. 꿈의 도시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각자의 꿈을 가진 두 남녀의 애틋한 로맨스를 감미로운 선율의 멜로디와 현실적인 접근으로 풀어내며 공감을 얻었다. 거기에 고전 영화의 정취를 품은 매혹적인 영상까지 더해져 꿈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마법 같은 사랑에 푹 빠지게 한다.

배우 지망생 미아를 연기한 엠마 스톤의 화려한 패션은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로스앤젤레스의 풍경만큼이나 시선을 끈다. 엠마 스톤은 어떤 스타일이든 자신만의 상큼한 매력으로 소화한다. 꿈과 사랑에 빠진 미아를 표현할 땐 원색과 파스텔 색상의 의상으로, 평상시엔 차분하지만 포인트가 들어간 의상으로 사랑스러운 미아가 되었다. 엠마 스톤과 호흡을 맞춘 라이언 고슬링은 완벽한 슈트 핏과 빈티지 아이템을 매치해 멋스러움을 완성했다.

 

 

아토믹 블론드 – 샤를리즈 테론

 

<이미지: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지기 직전의 냉전 시대, 숨은 이중 첩자를 찾으려는 스파이 전쟁을 그린 영화다. 제작 단계부터 샤를리즈 테론의 몸을 아끼지 않은 액션 연기가 화제가 되었던 영화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타격 액션의 절정을 선보인다. 80년대 인기를 끌었던 팝 음악과 현란하고 감각적인 영상으로 압도하는데, 눈호강의 완성은 단연 로레인을 연기한 샤를리즈 테론이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액션은 물론 화보 같은 완벽한 패션으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너무 눈에 띄는 첩보 요원이라는 단점은 있지만, 상대방을 주눅 들게 하는 샤를리즈 테론의 카리스마라면 튀는 금발 헤어와 패션도 장점이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언제나 흐트러짐 없는 굵은 C컷의 금발 헤어, 소재에 상관없이 장신의 키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롱코트, 한때 인기를 끌었던 롱부츠, 언제 어디서 격투를 벌여야 할지도 모르는 요원임에도 포기하지 않는 짧은 치마, 그리고 이 모든 패션을 완성하는 선글라스까지. 진짜 첩보 요원에게는 곤란한 패션이겠지만, 어떤 격투든 포기를 모르는 로레인에게는 패션은 업무의 연장일지도. 어쨌든 이번 겨울을 위해 롱코트와 롱부츠를 장만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