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튼 토마토가 영화 흥행에 미치는 영향력?

‘그런 것 없다’

by. 겨울달

 

로튼 토마토의 ‘토마토미터’는 티켓 파워가 있을까? 대형 스튜디오와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자를 중심으로 로튼 토마토 시스템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올여름 박스오피스가 17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거두면서 이런 주장에 더 힘이 실렸다. 할리우드 베테랑 제작자 브랫 레트너는 한 인터뷰에서 제작자들은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할 때 ‘토마토미터’를 근거로 한다고 여기며, 지수로 환산되는 새로운 경향 때문에 진정한 영화 비평이 사라졌다고 개탄한 적이 있다.

 

출처: 파라마운트

스튜디오와 제작자들은 그동안 잘못된 생각을 한 것일까. 12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로튼 토마토 지수가 흥행에 미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사우스캘리포니아 대학교 엔터테인먼트 기술 센터의 데이터 분석 팀장인 이베스 버퀴스트는 블로그에 최근 연구에서 발견한 몇 가지 사실을 공개했다.

 

1. 토마토미터는 실제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2017년 개봉 영화의 로튼 토마토 지수와 박스오피스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토마토미터는 실제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영향력의 방향 또한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다. 흥행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첫 주 흥행 성적’에 로튼 토마토의 영향력은 이보다 훨씬 적다. 분석 대상을 2000년 이후 개봉한 영화로 확대해도 이런 경향에는 변함이 없다. 이는 ‘로튼 토마토 때문에 영화가 망했다’라는 주장과 반대된다.

 

2. 비평가들은 블록버스터 평가에 인색하지 않다

로튼 토마토 비평가들이 블록버스터를 엄격한 잣대로 평가한다는 스튜디오의 주장도 연구 결과와 배치된다. 최근 5년 간 전 세계 3억 달러 이상 수익을 올린 영화의 로튼 토마토 스코어를 보면, 2013년에는 73점대, 2014~2016년에는 72점대 머무른 반면 2016년에는 77.5점까지 상승했다. 블록버스터를 후하게 평가한 비평가들이 많았음에도 흥행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출처: 유니버설픽쳐스코리아

올해 박스 오피스가 최악을 면치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버퀴스트는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1. 관객들이 똑똑해졌다.

영화를 좋아하고 ‘전문가’ 수준으로 비평하는 ‘무비고어’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도 어떤 영화가 ‘나쁜지(bad)’ 판단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로튼 토마토에 기록된 관객 스코어와 전문가 평가의 차이가 거의 없다. 영화가 성공하면 할수록 비평가와 관객의 평가 차이는 더욱 좁아진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2. 할리우드 산업 하향세

최근 5년 간 제작비와 흥행 수익의 상관관계를 비교하면, 제작비를 많이 투입한 영화의 흥행세가 둔화되고 있다. 북미보다 그 외 지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는 속설도 예전만 못하다. 간단하면서도 암울한 이유다. 할리우드 산업 자체가 소비자들과 괴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시스템은 검증된 ‘흥행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고, 자본을 투자할수록 흥행한다는 잘못된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특히 CGI 사용이 늘면서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높아졌는데,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지 의문이다.

 

출처: 디즈니

버퀴스트는 스튜디오들이 리스크 분석을 게을리하고, 대신 눈에 보이는 평가 매체인 로튼 토마토에 책임을 떠넘긴다고 주장한다.

분석에 따르면, 1억 달러 이상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의 로튼 토마토 미터와 관객 평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후해지는데, 흥행 성적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결국 영화에 투입된 자본이 흥행과 연결되는 과정에서 로튼 토마토 대신 다른 변수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숨은 변수’는 결국 ‘작품의 질’이라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작품의 질’을 명확하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영화가 어디에서 어떻게 이야기와 캐릭터를 혁신적으로 만드는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는 척도로 볼 수 있다 .

흔히 영화는 사회를 반영한다고 한다. 사회 구성원인 ‘관객’의 요구와 의견을 반영한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최근의 실패작들은 이 말을 간과했을 경우 나타나는 결과일 것이다. 소비자는 빠른 학습과 타인과의 교류로 변화하고 있는 반면, 제작사와 스튜디오는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며 ‘지금까지 해온 것’을 되풀이하고 있다. ‘원작을 존중하라’, ‘세상의 변화를 반영하라’는 관객의 요구를 묵살하고, 30년 전과 별반 차이 없는 블록버스터를 양산한다면, 앞으로도 박스오피스는 장밋빛 결과를 보장하지 않을 것이다.

이베스 버퀴스트의 연구의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medium.com/@ybergquist/cognitive-hollywood-part-1-data-shows-box-office-economics-in-turmoil-411a4b22f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