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있었던 최악의 순간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

 

by. Jacinta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텍사스와 카리브해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에 이어 열대폭풍에서 허리케인으로 발전한 ‘마리아’가 상륙해 추가 피해를 입혔고, 멕시코시티에서는 규모 7.1의 강진으로 200여 명이 사망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등 ‘불의 고리’로 불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자연재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미얀마에서는 무슬림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란으로 세계의 규탄을 받고 있다.

각종 재난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때때로 영화는 이러한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충격과 감동을 준 실화 사건을 옮긴 영화를 모아봤다.

 

 

1. 얼라이브 (Alive), 1993

 

<이미지: Buena Vista Pictures>

 

1972년 우루과이 대학 럭비팀 45명을 태운 비행기가 안데스 산맥에 추락했다. 16명의 생존자들은 혹독한 추위와 열악한 환경의 안데스 산맥에서 72일을 버티며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이들의 극적인 생존 비결은 죽은 동료의 얼어붙은 시신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용감하게 구조 요청에 나선 두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영화는 추락 8일 만에 수색 작업 중단이라는 라디오 뉴스를 들은 뒤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생존자들의 좌절과 갈등, 희망과 감동의 드라마를 담았다. 인육을 먹으며 생존했다는 이야기는 자극적인 호기심을 유발하지만,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과 선택은 흥미를 넘어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2. 타이타닉 (Titanic), 1997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1912년 4월 14일, 승객과 승무원 2200여 명을 태우고 뉴욕으로 향하던 타이타닉호가 빙산에 부딪혔다.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첫 출항에 나섰지만, 탈출하지 못한 1500여 명의 사람들과 차가운 북대서양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발생한 사고는 부족한 구명정과 이기적인 상류층, 통신 장비 미비와 대피 절차 부재라는 최악의 조건이 빚은 참사였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20세기 최악의 해난 사고를 실감 나게 재현하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했다. 2억 달러가 넘는 제작비를 들여 영화의 주된 배경 타이타닉호의 모형을 만들고 침몰하는 타이타닉호를 위해 어마어마한 물을 쏟아부었다. 거기에 비극적인 사건을 더욱 강조하는 신분 차이를 뛰어넘으며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의 애틋한 로맨스까지 더했다. 결과는 대박이다. 10억 달러 이상의 흥행을 기록하며 아카데미 시상식 11개 부문을 석권했다.

 

 

3. 플라이트 93 (United 93), 2006

 

<이미지: UIP 코리아>

 

2001년 9월 11일 전 세계 사람들은 보고도 믿기지 않는 충격적인 사건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비행 중이던 민항기가 납치되어 세계 금융의 중심인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미국 국방부 본부 펜타곤에 충돌한 것이다. 현재까지도 최악의 자살테러로 기억되는 이 날의 사건은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영향을 미쳤다.

<플라이트 93>은 9.11 테러를 최초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그날 납치된 4대의 민항기 중 펜실베니아 외곽에 추락한 네 번째 비행기 ‘UA93’의 긴박한 스토리를 담았다. 희생자 가족들의 인터뷰와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토대로 추락하기까지 91분간의 비행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영화는 가장 덜 알려진 사건을 재구성해 영문도 모른 채 희생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그날의 아픔을 추모한다.

 

 

4. 대지진 (Aftershock), 2010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1976년 7월 28일 3시 42분, 중국 허베이 성 당산에 7.8 규모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발생 23초 만에 도시 전체는 폐허가 됐고, 24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400개와 맞먹는 파괴력으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재해로 기록된 지진이다.

중국의 스필버그 감독으로 불리는 펑 샤오강 감독이 연출을 맡은 <대지진>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았지만, 엇갈린 운명으로 32년간 헤어졌던 쌍둥이와 가족의 이야기를 진한 감동로 그린 드라마다. 개봉 당시 중국 내 흥행 스코어 1위를 기록하며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5. 더 임파서블 (The Impossible), 2012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2004년 동남아를 강타한 쓰나미는 30만 명의 인명 피해를 부른 최악의 재난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9.0 규모의 강진이 동남아 해안가를 강타한 것이다. 쓰나미가 발생하기 수시간 전부터 해안선이 낮아지기 시작했지만 쓰나미 감지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휴양지가 많은 태국을 중심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더 임파서블>은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기 위해 태국 리조트를 찾은 알바레즈 벨론 가족이 겪었던 감동 실화를 옮긴 영화다. 거대한 쓰나미에 흩어져 생사를 알 수 없던 가족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기적적으로 재회한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전달하며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나오미 왓츠는 캐릭터에 몰입한 열연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6. 33 (The 33), 2015

 

<이미지: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2010년 8월 5일 섭씨 32도, 습도 95%의 700미터 지하에 있는 칠레 산호세 광산이 붕괴됐다. 이 사고로 33명의 광부가 매몰되고, 칠레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발표하며 적극적인 구조 작업에 나섰다. 지하 700미터까지 드릴로 구멍을 내고 광부들과 쪽지로 교신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매몰된 지 69일 만에 전원 구조라는 기적을 이뤄냈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살 수 있다는 믿음으로 희망을 놓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안토니오 반데라스, 줄리엣 비노쉬의 열연으로 드라마틱한 감동을 전한다. 먼 칠레에서 온 기적의 실화를 그린 영화는 세월호 사건과 비교되며 국내 관객에게도 진한 감동을 줬다.

 

 

7. 127시간 (127Hours), 2010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2003년 4월, 26살 청년 아론 랠스톤은 나 홀로 등반에 나섰다. 즐거운 도보여행은 6일 만에 악몽으로 변한다. 유타주 블루 존 캐년의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 좁은 협곡을 오르던 중 추락해 바위에 팔이 끼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산악용 로프와 무딘 등산용 칼, 500ml의 물 한 병이 전부인 그는 바위에서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단단한 바위는 꿈쩍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고립되어 죽음의 문턱에 이른 남자의 이야기는 대니 보일 감독을 만나 생동감 넘치는 생존 드라마가 되었다. 뮤직비디오를 보듯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 드라마틱한 전개는 상상을 초월하는 생존 의지를 매력적으로 담아낸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주인공으로 완벽하게 몰입한 제임스 프랭코의 생애 최고의 연기는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 지명으로 이어졌다.

 

 

8. 에베레스트 (Everest), 2015

 

<이미지: 유니버설픽쳐스>

 

1953년 정상 등반에 성공한 후, 수많은 산악인이 에베레스트에 도전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상업 등반 사업이 활성화되기 시작해 상업 등반 회사의 원정대가 등장했다. 1996년 봄, 수많은 원정대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도착해 동시다발적으로 상업 등반에 나섰다. 결국 사고가 발생했다. 좋았던 날씨를 믿고 하산 타이밍을 놓친 원정대의 이기심과 사소한 안전 문제가 겹치면서 조난당한 것이다. 등반에 나섰던 33명 중 전문 산악인을 포함한 8명이 목숨을 잃었다.

영화는 당시 생존자가 쓴 책을 원작으로 그날에 이르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무분별한 등반 경쟁과 에베레스트의 혹독한 환경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제작진의 노력으로 탄생한 실감 나는 영상은 거대한 자연 앞에서 작은 존재일 수밖에 없는 인간을 새삼 깨닫게 한다.

 

 

9. 하트 오브 더 씨 (In the Heart of the Sea), 2015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석유와 전구가 없던 시절, 고래 기름은 도시를 밝히는 중요한 자원이었다. 미국 동부 연안의 낸터킷 섬은 고래 기름 산업의 중심으로 원양 포경선을 소유한 선주 가문들은 부와 명성을 쌓았다. 1819년 여름, 낸터킷 섬에서 항해에 오른 포경선 에식스호는 난폭하기로 유명한 향유고래의 공격으로 침몰하고, 겨우 21명의 선원들만 살아남았다. 이들은 세 개의 보트에 나눠 탄 후 육지를 찾아 나서지만, 망망대해에서 식량은 떨어져 가고 최악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하트 오브 더 씨>는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 모티브가 된 실화를 다룬 너새니얼 필브릭의 동명 논픽션을 기반으로 론 하워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94일 동안 망망대해를 표류했던 선원들의 절망과 고통, 생존을 위한 사투에 초점을 맞춘 휴먼 드라마에 가까운 영화다.

 

 

10. 더 웨이브 (The Wave), 2015

 

<이미지: 팝엔터테인먼트>

 

<겨울왕국>의 배경으로 알려진 노르웨이 피오르드는 웅장하고 이국적인 풍경과 달리 1905년 이래 세 차례의 산사태와 쓰나미가 발생한 곳이다. 빙하와 침식으로 만들어진 길고 좁은 해수면은 언제든지 재난이 발생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1905년에는 해변가 마을 ‘로엔’에 산사태가 발생했고, 1934년에는 또 다른 곳에서 산사태와 쓰나미가 발생해 마을 하나가 완전히 사라지기도 했다. 2년 후 또다시 산사태와 쓰나미가 발생했고 수십 명이 죽고 수백 명이 부상당했다.

<더 웨이브>는 북유럽을 덮친 재난을 소재로 어마어마한 속도의 산사태와 초대형 쓰나미의 위기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는 가족의 이야기다. 현실적인 시선으로 그린 재난 영화로 할리우드 스타일을 기대한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현재도 계속해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에서 자연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11. 딥워터 호라이즌 (Deepwater Horizon), 2016

 

<이미지: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안전불감증은 치명적인 사고를 부른다. 미국 최악의 환경 재난으로 기록된 딥워터 호라이즌호 폭발사건은 일정과 비용을 이유로 안전검사를 무시해 일어난 참사다. 2010년 4월 20일, 루지애나주 앞바다 멕시코만 석유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호는 무리한 작업으로 거대한 폭발과 함께 화염에 휩싸였다. 폭발 당시 아파트 24층 높이의 불기둥이 치솟았으며, 11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틀 동안 불길이 이어지며 침몰했는데 막대한 손해는 끝나지 않았다. 87일 동안 원유가 유출되어 해양 생태계는 물론 인접 지역 주민과 국가들까지 후속 피해를 입혔다.

명백한 인재가 분명한 사건을 다룬 영화는 충실하게 그날의 이야기를 재현한다.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직원과 이를 무시하는 사측의 대립을 천천히 고조시킨다. 인간의 탐욕과 오만이 부른 최악의 사고와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탈출 과정이 대비되며 볼거리 이상의 생각거리를 남긴다.

 

 

12.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Sully), 2016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아무리 작은 새라도 항공기 버드 스트라이크는 위험하다. 시속 370km의 비행기와 0.9kg의 새가 충돌하면 비행기가 받는 충격은 4800kg 수준이며, 엔진 터빈 등에 휩쓸려 들어갈 경우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09년 1월 15일, 155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운 여객기가 이륙하자마자 새떼와 충돌하면서 엔진 추진력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때 설렌버거 기장은 공항으로 회항을 포기하고 가까운 허드슨강에 비상착수를 결정했다. 결국 기적 같은 결과를 낳았다. 탑승객 전원이 무사히 구조된 것이다.

‘허드슨 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사건의 주역인 설렌버거 기장의 자서전을 토대로 한 영화다. 당시 언론은 설리 기장을 영웅으로 칭송했지만, 정부와 항공사는 기장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했다. 영화는 설렌버거 기장의 내면을 파고들며 155명의 목숨을 책임져야 했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모습을 반복한다. 이러한 실화에서 흔히 예상되는 영웅화를 피하고, 시민들과 관계기관의 침착한 대응과 협조로 이루어낸 기적을 보여주며 더욱 잔잔한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