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예전보다 부쩍 건강과 체형 관리에 신경 쓰게 되면서 명절 음식이 조심스럽다. 대체로 고열량의 튀김이나 전 요리가 많다 보니 평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먹어도 칼로리 섭취가 늘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계속해서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위에 무리를 주게 되어 소화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물론 민족 대명절 추석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명절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번 추석은 최대 열흘간의 긴 연휴를 보낼 수 있어 명절 음식 말고도 다른 음식을 즐길 여유가 충분하다. 명절 음식이 지겹고 부담스럽다면, 음식을 만든 이의 따뜻한 情을 느낄 수 있으면서 기름진 맛 대신 담백함으로 입맛을 돋우는 영화를 보자.

 

 

1.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겨울과 봄

 

<이미지: 영화사 진진>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 2부작으로 나온 ‘리틀 포레스트’는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도시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온 이치코의 자급자족의 농촌 생활을 사계절의 풍경에 담았다.

 

<이미지: 영화사 진진>

 

시내를 나가려면 한 시간 이상 소요되는 외딴 마을은 자연스럽게 인스턴트 제로의 삶이다. 거의 모든 음식은 직접 키우고 재배하는 작물에서 나온다. 이치코의 정성이 듬뿍 들어간 음식은 화려하진 않아도 정갈함에 입맛이 당긴다. 슬로우 라이프를 몸소 실천하며 살아가는 이치코와 그곳 주민들의 모습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전하며 각박한 도시의 삶에 지친 이들에게 힐링이 된다.

 

 

2. 런치박스

 

<이미지: 피터팬픽쳐스, 팝엔터테인먼트>

 

12억의 인도 인구 중 1200만이 넘는 사람이 몰린 대도시 뭄바이에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매일 아침 5천여 명의 도시락 배달원이 각 가정에서 보내는 도시락을 도심에 근무하는 남편에게 배달하는 것이다. ‘런치박스’는 인도의 독특한 생활문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다.

 

<이미지: 피터팬픽쳐스, 팝엔터테인먼트>

 

어느덧 시들해진 결혼생활에 변화를 주고자 평소보다 정성스럽게 도시락을 준비한 일라, 그런데 도시락이 잘못 전달됐다. 아내와 사별하고 곧 은퇴를 앞둔 평범한 회사원 사잔에게 배달된 것이다. 잘못 배달된 도시락을 계기로 각자 외로운 일상을 살아가던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다. 무뚝뚝하지만 매번 깨끗하게 도시락을 비우는 사잔은 자신을 냉대하기 바쁜 남편에게 지친 일라는 물론 타인과의 교류 없이 온전히 혼자였던 그의 일상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매일 먹는 평범한 도시락이 주는 잔잔한 여운과 감동을 보며 ‘런치박스’처럼 특별하지 않아도 닫힌 일상에 변화를 주는 계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3. 엘리제궁의 요리사

 

<이미지: 판씨네마>

 

90년대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의 개인 요리를 전담했던 요리사의 실화를 토대로 한 영화다. 당시 엘리제궁의 유일한 여성 요리사로 까다로운 입맛의 미테랑 대통령을 사로잡았으나 관료주의와 주변의 불편한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이미지: 판씨네마>

 

아무리 뛰어난 요리 실력이라도 실력 자랑만 뽐내는 음식은 입맛을 사로잡기 힘든 것일까. 송로버섯 농장을 운영하던 라보리는 대통령의 개인 요리사가 되어달라는 요청을 받고 입성한 궁에서 대통령이 가정식 요리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쟁쟁한 실력의 셰프가 정성은 기본, 화려한 기교로 수놓은 음식을 내놓았지만 대통령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한 것이다. 자신만의 확고한 요리 철학과 음식을 먹는 이의 마음까지 배려하는 라보리의 요리는 대통령뿐 아니라 관객의 마음도 홀린다.

 

 

4. 심야식당

 

<이미지: 엔케이컨텐츠>

 

자정에 문을 여는 특별한 곳, ‘심야식당’은 아베 야로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마츠오카 조지 감독의 작품이다. 2009년 드라마로 방영된 후 사람들의 인기를 끌면서 두 편의 극장판으로도 나왔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20~30여 분의 에피소드마다 심야식당의 주인 마스터와 그곳 손님들의 이야기가 음식을 매개로 펼쳐진다.

 

<이미지: 엔케이컨텐츠>

 

늦은 밤 심야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먹고 간 음식은 항상 사연이 있다. 두 편의 극장판에는 나폴리탄 스파게티, 참마를 얹은 밥, 카레라이스, 불고기 정식, 볶음 우동과 메밀국수,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까지 6개의 요리와 손님들의 사연이 나온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와 이를 치유하는 마스터의 요리는 허기는 기본, 마음까지 채우는 특별한 마력이 있다. 게다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 마스터의 레시피는 따라 하고 싶은 충동까지 일으킨다.

 

 

5. 초콜릿 로맨스

 

<이미지: Pan Europeenne>

 

매주 일요일 밤마다 많은 시청자들에게 힐링이 되었던 ‘효리네 민박’에서 아이유는 ‘아이유병’이라는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오물오물 밥 먹는 모습부터 어색한 걸음걸이, 남다른 패션 감각, 그리고 유별난 초콜릿 사랑까지. 특히 가까이하기엔 칼로리가 부담스러운 초콜릿을 수시로 즐기는 아이유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초콜릿 생각에 군침이 돈다. 영화에서도 초콜릿은 달콤한 매력으로 시선을 빼앗는다.

 

<이미지: Pan Europeenne>

 

‘초콜릿 로맨스’는 유명하거나 훈남훈녀의 배우가 출연하지 않아도 초콜릿처럼 달콤한 사랑스러움을 전하는 영화다. 정서장애가 있는 두 남녀가 초콜릿을 매개로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담았다. 뛰어난 실력에도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것을 못 견뎌하는 안젤리크와 사소한 일에도 바짝 긴장하는 성격의 장 르네, 두 사람이 서로의 결핍을 채우며 다가서는 과정은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의 매력, 그 자체다.

 

 

6. 아메리칸 초밥왕

 

<이미지: 무브먼트 픽쳐스, THE 픽쳐스>

 

다양한 빛깔의 스시는 보고만 있어도 먹음직스럽다. 10명 내외의 손님만 받을 수 있는 작은 규모에도 미슐랭가이드가 인정한 스시 장인의 이야기를 담은 ‘스시 장인: 지로의 꿈’은 맛과 감동을 전하는 다큐멘터리다. 보는 내내 감탄하게 되는 장인 정신과 먹음직스러운 스시의 향연은 스시의 매력을 집약적으로 전한다. 지로 할아버지처럼 영화 속에서 스시 장인을 꿈꾸는 셰프는 누가 있을까?

 

<이미지: 무브먼트 픽쳐스, THE 픽쳐스>

 

‘아메리칸 초밥왕’은 초밥의 매력에 빠진 멕시코계 여성이 초밥 셰프가 되기 위한 쉽지 않은 과정을 그린 영화다. 미국 사회에서 상대적인 약자일 수밖에 없는 미혼모 후아나가 인종과 성차별을 극복하고 오직 실력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요리 초밥 셰프에 도전하는 과정은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초밥이 생각나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당연하다.

 

 

7. 마션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추석 음식은 다이어트의 적이다. 이 말에 누군가는 항변하고 싶을지 모른다. 매일 먹는 음식도 아니고 일 년에 단 두 번 있는 명절에 마음껏 먹지도 못하냐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 음식의 의미를 잊고 음식의 가치를 숫자로 매기기 시작한 것일까. 매일매일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특별한 날에는 보다 뜻깊은 의미를 담아 특별한 음식을 공유할 수 있는 게 음식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여기 먹거리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깨달은 남자가 있다. 화성을 탐사하던 중 모래폭풍을 만나 홀로 화성에 남겨진 마크 와트니. 어떤 생명도 자라지 않을 것 같은 척박한 땅에서 극적으로 생존한 마크는 남은 식량과 비밀 병기로 화성에서 감자 키우기에 도전한다. 오직 생존을 위해 투정 부릴 여유가 없었던 그의 입장에서 음식을 칼로리로 구분하는 행태는 울컥하게 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