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이번 여름 북미 박스오피스는 10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 같은 사정은 국내도 마찬가지다. 천만 관객을 기록한 ‘택시운전사’를 제외하면 기대작들의 화력은 예상치를 밑돌았다. 관객들이 예전보다 극장을 덜 찾는 까닭은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주문형 비디오(VOD) 시장의 성장 때문이 아닐까. 일부러 시간을 낼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볼 수 있는 VOD는 서비스를 강화하며, 바쁘고 지갑 열기 부담스러운 현대인들을 사로잡았다. 또한 넷플릭스, 왓챠플레이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세하면서 영화관이 아닌 곳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영화관 밖의 총성 없는 경쟁은 각종 화제작들의 VOD 출시일을 앞당기고, 마케팅 비용이 부담스러운 영화의 선택을 받으며 디지털 개봉이라는 시장을 탄생시켰다. 특히 애니메이션, 성인영화, 예술영화처럼 마니아층이 뚜렷하지만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영화들이 극장 상영 대신 디지털 개봉으로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VOD로 바로 직행한 영화 중에서 청불 등급을 받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모아봤다.

 

 

 

1. 레이디스 나잇 Rough Night

 

<이미지: 콜롬비아 픽처스>

 

지난 6월 북미에서 개봉한 19금 코미디 영화. 대학 동창의 결혼 전 처녀파티를 즐기려 마이애미로 떠난 다섯 명의 대학 동창생이 겪는 하룻밤의 해프닝을 담았다. 스칼렛 요한슨, 케이트 맥키넌 등 입담 좋은 배우들이 대학 시절 절친으로 출연하고 데미 무어가 의외의 모습으로 깜짝 등장한다. 맥주 한 캔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킬링타임 영화로 무리 없으나, 다만 미국식 유머를 선호하지 않는다면 황당한 상황의 연속과 끝 모를 수다에 보는 내내 지칠 수도 있다.

 

 

 

2. 소시지 파티 Sausage Party

 

<이미지: 콜롬비아 픽처스>

 

북미에서 역대 R등급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성인 애니메이션. 코미디언 출신 배우 세스 로건이 각본과 제작을, ‘토마스와 친구들’을 연출한 그렉 티어넌 감독이 콘래드 버논과 공동 연출을 맡았다. 저예산 애니메이션임에도 세스 로건을 비롯해 크리스틴 위그, 조나 힐, 빌 하더, 제임스 프랭크 등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대형마트 식품 코너를 채우는 각종 식재료들의 이야기로 귀여운 그림과 상반되는 잔혹한 묘사, 노골적인 음담패설로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3. 졸업반 The Senior Class

 

<이미지: (주)콘텐츠판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 애니메이션. 졸업을 앞둔 모범생이자 퀸카 여학생의 텐프로 이중생활이 교내에 구설수로 퍼지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사실적인 그림체와 리얼한 스토리로 청춘의 방황과 갈등을 묘사했다. 성인용 애니메이션답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이 등장하지만, 현실을 반영한 인물들의 이야기는 눈요기 이상의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4. 로우 Raw

 

<이미지: 포커스 월드>

 

카니발리즘을 소재로 했지만 특유의 불쾌함이 덜하다. 이제 갓 수의대학에 입학한 채식주의자 저스틴이 혹독한 신고식을 겪으며 식인 본능을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자극적인 내용임에도 시각적인 충격을 가하지 않고, 주인공의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춰 서서히 파고드는 긴장이 대단한 영화다. 카니발리즘이라는 소재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억압된 본능과 사회적 강요에 질문을 던지며 고통스러운 성장을 담아냈다. 그동안 불편한 소재 때문에 이러한 영화를 회피했다면 프랑스에서 온 ‘로우’는 도전해볼 만한 영화가 될 것이다.

 

 

 

5. 그린 인페르노 The Green Inferno

 

<이미지: 코리아스크린>

 

고어 마니아라면 친숙한 일라이 로스 감독의 문제작이다. 무차별 벌목과 소수부족의 위협을 막기 위해 정글로 떠난 사람들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아마존 정글에 사는 부족에게 잡히면서 끔찍한 경험을 하는 이야기다. 앞서 ‘로우’와 달리 중반 이후부터 잔혹한 묘사가 이어지는데, 해외 상영 당시 관객이 졸도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디테일한 묘사는 분명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나 환경파괴, 인간의 오만함을 담아낸 메시지는 긍정적인 평을 받기도 했다.

 

 

 

6. 인히어런트 바이스 Inherent Vice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천재 감독이라 불리는 폴 토마스 앤더스 감독의 영화. 지금껏 한 번도 영화화된 적 없는 토마스 핀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전 여자친구의 실종사건을 조사하는 히피 탐정의 이야기다. 호아킨 피닉스, 리즈 위더스푼, 조쉬 브롤린, 베네치오 델 토로, 캐서린 워터스톤, 오웬 윌슨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음에도 모호한 내러티브로 불호의 반응이 좀 더 많은 편이다. 탐정물에서 경험할 수 있는 미스터리와 재미를 기대한다면 실망이겠지만, 마치 미로에 갇힌 듯한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질감의 영상과 의외의 익살스러움이 혼재되어 새로운 영화적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7. 블랙버드 Una

 

<이미지: 싸이더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블랙버드’는 작품성을 인정받은 연극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15년 전 자신의 삶을 망가뜨린 중년 남성 레이를 찾은 우나, 두 사람은 사랑의 도피를 시도했던 사이다. 중년 남성과 십대 소녀의 사랑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배우들의 호연과 정적인 연출로 담아냈다. 과거의 상처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해답을 찾으려는 우나의 고통스러운 여정을 통해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자행될 수 있는 폭력의 폐해를 은연중에 드러낸다.

 

 

 

8. 사랑에 빠진 여자 United States of Love

 

<이미지: (주)풍경소리>

 

90년대 폴란드를 배경으로 금지된 욕망에 빠진 여인들의 이야기다. 신부를 짝사랑하는 아가타, 이웃집 젊은 여자를 짝사랑하는 레나타, 제자의 아버지와 불륜관계를 맺다가 버림받은 레나타의 언니.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공산주의가 붕괴되면서 자유의 바람이 불어오던 시기, 외로움과 공허함에 빠져 가질 수 없는 대상을 꿈꾸는 여인들의 가혹한 현실을 무미건조한 시선의 카메라가 뒤쫓는다.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작품이다.

 

 

 

9. 스윙어: 금지된 사랑 Swinger

 

<이미지: 컨텐츠플러스>

 

북유럽의 자유로운 성문화를 소재로 한 영화. 섹스는 허용하되 사랑은 금지된 사교클럽에서 젊은 여성을 짝사랑하는 중년 남성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덴마크 개봉 당시 스와핑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켰으며,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북유럽의 개방적인 성문화를 엿볼 수 있다.

 

 

 

10. 다운 바이 러브 Down by Love

 

<이미지: 판씨네마>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가 열연한 파격 실화 로맨스. 가정이 있는 유부남 교도소장과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하며 수감 생활 중인 여죄수가 제어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지면서 위태로운 결말로 향하는 과정을 섬세한 영상 언어로 담아낸 영화다. 사랑에 빠진 두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환상적인 연기 호흡으로 선보인 배우들의 열연이 강렬하게 사로잡는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실제 교도소에서 촬영하고 수감자들을 캐스팅하는 등 실화만큼이나 파격적인 시도로 영화의 몰입감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