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한마루
죄를 지었으면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권선징악의 이치임에도 꼭 그렇게 되지 않는다. 희생자가 있어도 가해자를 잡지 못한 강력 사건이 우리나라만 해도 약 4만 1천 건에 달할 정도로 세상에는 수많은 미제 사건이 존재한다. 이러한 현실에 [그것이 알고 싶다]나 [강력반 X-파일 끝까지 간다]처럼 여러 TV 프로그램은 미제 사건을 다루며 사건의 관심과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또한 마찬가지로 실제 있었던 사건을 스크린에 옮겨와 관객들의 관심을 얻으며 다시 한번 사건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킨다.
1. 살인의 추억 (Memories Of Murder, 2003)

지금의 봉준호 감독을 있게 한 대표작 <살인의 추억>은 미제 사건 실화 영화를 논할 때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소재로 했으며, 현장 검증을 하는 논두렁 신에서 선보인 2분여의 롱테이크는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명장면으로 꼽힌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
1986년 9월 19일 경기도 화성시에서 71세 노인이 살해된 채 발견되면서 시작된 사건이다. 그 후 1986년 2차례, 1987년 3차례, 1988년 2차례, 1990년과 1991년에 각각 한 차례씩 총 10회에 걸쳐 여성 10명이 강간 살해당한 끔찍한 살인 사건으로 모든 사건이 화성시 태안읍 반경 2Km 이내에서 발생했다. 안타깝게도 이 사건의 모든 공소시효는 지난 2006년 끝이 났다.
2. 블랙 달리아 (The Black Dahlia, 2006)

< 캐리>, <스카페이스>, <언터쳐블> 등 8·90년대를 주름잡았던 거장’브라이언 드 팔마’감독의 작품으로 스칼렛 요한슨, 조쉬 하트넷, 아론 에크하트, 힐러리 스웽크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각본부터 연출까지 굉장히 아쉬운 반응이 많았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연출작 중 가장 좋지 못한 평을 받은 영화로 남았다.
블랙 달리아 사건
비록 영화는 아쉬웠지만, 영화의 모티브가 된 블랙 달리아 사건은 충격적이다. 1946년 할리우드에서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상경했던 ‘블랙 달리아’란 별명의 소녀가 처참한 몰골의 시체로 발견되면서 시작된 사건이다. 약 100여 건의 모방 범죄가 이어지며, 3000여 명이 용의자로 체포됐지만 범인은 없었다. 이 중에서 60여 명의 사람이 자신이 진범이라고 자백했는데 단지 주목받고 싶었을 뿐 진범은 아니었다. 끝내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 사건은 20세기 최악의 살인사건으로 꼽힌다.
3. 조디악 (Zodiac, 2007)

스릴러의 거장 ‘데이빗 핀처’ 감독이 연출한 <조디악> 역시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연쇄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범인이 저지른 잔인한 살인 장면 등 자극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사건에 매달렸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담아내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조디악 킬러 연쇄 살인사건
1960년대 후반 북부 캘리포니아에서 수많은 살인을 저질렀던 살인마가 언론사에 보낸 조롱 편지에서 유래하여 그에게 ‘조디악’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조디악은 편지를 통해 자신이 총 37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했지만 수사당국은 오직 7명만 확인했다. 몇몇의 유력한 용의자가 지목되긴 했지만 그 누구도 조디악 킬러로 확실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4. 그놈 목소리 (Voice Of A Murderer)

<너는 내 운명>, <내 사랑 내 곁에>를 연출한 박진표 감독의 2007년작 <그놈 목소리>는 이형호군 유괴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아이를 납치당한 부모 역할로 설경구, 김남주가 열연을 펼쳤고, 이 부부에게 끔찍한 악몽과도 같았던 ‘그놈 목소리’는 강동원이 연기했다.
이형호군 유괴 살해사건
1991년 1월 29일 서울 압구정동에서 유괴된 이형호군이 44일 후 한강 배수로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 비극적인 사건이다. 이 사건이 대중의 분노를 사게 된 것은 부검 결과, 이형호군이 유괴 직후에 살해당했다고 추정됨에도 사건 당시 범인들이 끊임없이 전화를 걸어와 형호군의 부모를 농락했다는 것이다. 15년간 수많은 경찰 병력이 투입되었지만, 치밀하게 계획적이었던 사건의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5. 아이들…(Children…, 2011)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영화화한 <아이들…>은 <리턴>을 연출한 이규만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사건과 관련된 여러 인물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는 아이를 잃은 부모의 슬픔과 사건을 이용해 출세하려는 이들의 모습을 교차해 보여준다. <살인의 추억>이나 <그놈 목소리>에 비해 과잉된 감정이 표출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대구 성서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
1991년 대구에 살던 다섯 명의 초등학생들이 개구리를 잡으러 간다고 집을 나선 뒤 영영 돌아오지 않은 사건이다. 실종된 지 11년이 지난 2002년 대구 와룡산의 골짜기에서 유골로 발견됐다. 특히 아이들의 옷이 찢어진 흔적이 있고 두개골에서 흉기에 의해 인위적으로 충격이 가해진 상처가 발견되며 타살임이 밝혀졌지만 범인은 아직까지 잡히지 않고 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 이영호군 유괴 살인사건과 더불어 국내 3대 미제사건으로 꼽히는 사건이다.
6. 64 파트 1 (64: Part 1, 2016) & 64 파트 2 (64: Part 2, 2016)

개봉관에 걸리지 못하고 바로 IPTV로 직행한 일본 영화 <64파트 1 & 2>는 1989년에 발생한 7살 소녀의 유괴 살인사건을 옮긴 영화다. 사건이 발생한 후 14년이 지나고 공소시효 만료까지 단 1년 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14년 전 사건과 유사한 유괴 사건이 또다시 발생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가는 이야기다. 제40회 일본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총 9개 부문의 우수상을 수상하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7. 반드시 잡는다 (The Chase, 2017)
2017년 또 다른 ‘미제 사건’ 영화 <반드시 잡는다>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작은 마을에서 30년 전 발생했던 살인 사건과 꼭 닮은 사건이 발생하자 동네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노인 ‘심덕수'(백윤식)와 전직 형사 ‘박평달'(성동일)이 힘을 합쳐 범인을 쫓는 이야기다. <공모자들>, <기술자들>을 연출한 김홍선 감독의 신작으로 백윤식, 성동일뿐 아니라 천호진, 배종옥, 조달환 등 연기파 배우들이 합류해 무게감을 자랑한다.
영화의 중심에 위치할 두 베테랑 배우의 합은 과연?

박평달(성동일) – 30년 전 미제 사건의 범인을 끈질기게 쫓아온 전직 형사. 새롭게 발생한 사건만큼은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심덕수와는 성격부터 전혀 다르지만 공동의 목표를 갖고 힘을 합치게 될 두 사람의 호흡이 기대된다.
심덕수(백윤식) – 꼬장꼬장한 성격의 건물주로 동네에서는 ‘스크루지’로 불리기도 하지만 속정은 깊은 인물이다. 어쩌다 보니 살인사건에 휘말려 30년 전 동네에서 발생한 사건과 닮아 있음을 알게 되고, 특유의 ‘촉’으로 전직 형사 박평달이 범인을 쫓는데 도움을 준다.
‘실화’ 바탕의 작품이 아닌 ‘웹툰’ 원작의 작품 <반드시 잡는다>

<반드시 잡는다>는 앞서 소개한 6편의 영화와 다르다. 영화 <끝까지 간다>로 센세이션한 반응을 일으켰던 제작사가 선보이는 두 번째 범죄 프로젝트로 2010년 다음에서 연재된 웹툰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를 원작으로 하는 픽션이다. 참고로 이 웹툰은 2010년에 KBS에서 드라마 스페셜로 제작되기도 했다. 캐릭터 설정에서 웹툰과 차이가 있다면 두 ‘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웹툰과 달리 영화에서는 한 명의 연령대가 대폭 젊어졌다는 것 정도.
실화 영화와 다른 쾌감이 기대되는 픽션 영화

실제 있었던 미제 사건을 그린 영화는 해당 사건의 범인이 아직까지 잡히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남는다. 하지만 <반드시 잡는다>는 픽션 영화이기에 ‘끝끝내 잡지 못한 안타까움’이 아닌, 드디어 잡아낸다는 쾌감을 기대하게 된다. 과연 제작사의 전작이었던 <끝까지 간다>처럼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씻어내는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까? <반드시 잡는다>는 오는 11월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