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띵양

 

할로윈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오래전부터 미국에서는 매년 10월 31일이 죽은 영혼과 악령이 산 사람들을 괴롭히기 위해 되살아나는 날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들을 저승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무서운 분장을 한 것이 지금의 할로윈이 되었다. 이번 주말,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특수 분장으로 관객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던 공포 영화를 보며 할로윈도 즐기고 귀신들도 쫓아내는 것은 어떨까?

 

1. 제인 도 (The Autopsy of Jane Doe), 2016 – 2017.08.23 국내 개봉

출처: 오퍼스픽쳐스

 

‘제인 도’는 신원미상의 여성 시체를 부검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 사건을 그려낸 공포 영화다. 폐쇄된 공간이 주는 긴장감과 시체에서 발견되는 끔찍한 흔적이 주는 시각적 공포와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음향효과가 잘 조화되어 호평을 받은 ‘제인 도’는 컴퓨터 그래픽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작품이다.

 

대개 영화에 등장하는 시체는 배우가 아닌 모형을 사용하기 마련이다. 숨을 쉴 때마다 움직이는 흉부를 비롯해 인간의 몸은 알게 모르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인 도’에서는 실제 배우가 시체를 연기했다. 신원미상의 시체를 연기한 올웬 캐서린 켈리는 요가로 수련한 호흡 방법으로 호흡을 조절하며 완벽한 시체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에서 사용된 컴퓨터 그래픽이라곤 올웬 캐서린 켈리의 몸에서 일어나는 작은 근육 경련들을 찾아 없애는 정도였다. 몇 개월을 거친 세밀한 작업이었지만, 올웬의 명연기로 보다 리얼한 공포를 관객들은 느낄 수 있었다. 올웬 캐서린 켈리에게 박수를!

 

 

2. 컨저링 2 (The Conjuring 2), 2016 – 2016.06.09 국내 개봉

출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컨저링 2’는 음향 효과만으로도 관객들의 오금을 저리게 한 ‘컨저링’의 속편이다. 긴장감 가득한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손이 박수 두 번 치고 사라지는 장면은 ‘컨저링’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하였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귀신 들린 집을 배경으로 한 ‘컨저링 2’는 여기에 ‘수녀 귀신’이라는 악령 캐릭터를 더해 공포에 실체를 입히며 관객들의 가슴을 철렁이게 했다.

 

‘컨저링 2’에는 수녀 귀신과 함께 등장한 다른 악령들도 있다. 그중 많은 관객들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예상했을 ‘모자 쓴 노인’은 그래픽이 아닌 실제 배우가 연기한 것이다. ‘그것’에서 에디의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노숙자와 ‘REC’의 8척 할머니 좀비를 연기한 하비에르 보텟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키가 2미터가 넘는 그는 각종 공포 영화에 출연해 기괴한 몸놀림을 보이는 캐릭터들을 직접 소화해낸 공포 영화계의 스타다. 제임스 완 감독은 하비에르 보텟이 뒤로 걸어가는 것을 슬로우 모션으로 촬영한 뒤, 편집과 되감기를 통해 이 장면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3. 캐빈 인 더 우즈 (The Cabin in the Woods), 2012 – 2012.06.28 국내 개봉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캐빈 인 더 우즈’는 상당히 독특한 소재로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전 세계의 악령과 괴생명체를 관리하며 그들에게 희생당한 피해자들을 고대신에게 공양하는 연구소가 존재한다는 설정은 참신하다 못해 어딘가 B급스럽지만, 틈새시장을 잘 공략해 흥행에 성공한 케이스다. 영화 후반부에 모습을 드러내는 수많은 존재들이 연구소 직원들을 몰살시키는 장면은 이 영화의 킬링 포인트다.

 

영화 속 악령과 괴물이 전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졌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분장 스태프 데이빗 르로이 앤더슨에 따르면, 비록 몇 초밖에 등장하지 않아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괴생명체들은 전부 특수분장을 한 배우들이라고 한다. ‘입이 갈라지는 발레리나’, ‘이빨이 가득 달린 얼굴’, 그리고 피를 뿜어대는 숨구멍으로 사람을 분사하는 인상 깊은 장면을 만들어낸 ‘인어남’이 그래픽이 아니라 실제 사람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4. 디센트 (The Decent), 2005 – 2007.07.05 국내 개봉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디센트’는 동굴 탐험을 떠난 친구들이 동굴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영화다. 닐 마샬 감독의 영화는 폐쇄된 공간이 주는 긴장감과 공포뿐 아니라 극 중 등장하는 괴생명체도 한몫 든든히 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크롤러들은 주인공 일행이 몇 시간 동안 탈출을 시도하다가 만난 식인괴물들로 인간과 흡사해 보이지만 거친 피부와 골룸과 비슷하게 구부정한 자세, 일그러진 표정이 특징이다.

 

크롤러들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폴 하이엣의 손에서 탄생했다. 여배우들은 촬영이 시작되고 나서야 직접 크롤러들을 마주할 수 있었는데, 영화에 출연한 배우 나탈리 멘도자는 그들을 보고 바지에 실례를 할 뻔했을 정도로 놀랐다고 했다. 크롤러들은 엄청난 분장 기술과 보철 몇 개, 어두컴컴한 동굴의 빛만으로 배우와 관객들에게 엄청난 공포를 선사했다. ‘디센트’를 볼 때 여벌의 속옷이나 기저귀를 가져가야 할 것 같다.

 

 

5. 헬레이저 (Hellraiser), 1987 – 1988.07.28 국내 개봉

출처: Film Futures

 

‘헬레이저’를 안 본 사람이라도 극 중 등장하는 세노바이트의 모습은 한 번쯤 봤을 것이다. 퍼즐 박스를 풀면 열리는 지옥문으로 등장하는 지옥의 수도사인 그들은 절정의 쾌락과 고통을 동일시하는 집단이다. 얼굴에 대침이 잔뜩 박혀 있는 핀헤드는 끔찍한 외형을 가진 세노바이트들 중 한 명일뿐이다. 터질듯한 배에 있는 상처를 자기 손으로 헤집는 버터볼, 얼굴이 없는 채터러, 그리고 곤충같이 생긴 엔지니어는 모두 100만 달러의 예산 안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디자이너 밥 킨과 헬레이저 분장팀은 세노바이트들을 디자인하면서 스스로 작동하는 퍼즐 박스와 펄떡펄떡 뛰는 심장 모형도 만들어야 했다. 주인공 프랭크가 피부가 벗겨진 시체에서 부활하게 한 매개체인 심장은 튜브 몇 개와 풀, 그리고 콘돔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너무나도 사실적인 특수분장 덕에, ‘헬레이저’는 30년이 지난 지금 보더라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만드는 영화다. 꿈에 나올까 무서운 얼굴들이다 정말.

 

 

6. 플라이 (The Fly), 1986 – 1988.08.13 국내 개봉

출처: Brooksfilms

 

‘플라이’는 과학자인 세스 브런들이 자신이 발명한 기술로 인해 끔찍한 괴물로 변하는 비극적인 이야기다. 스토리도 훌륭했지만, ‘플라이’는 오스카상을 수상한 특수 효과팀 크리스 왈라스의 노고가 없었다면 비극적인 감정과 여운이 덜 했을 것이다. 크리스의 손에서 태어난 브런들라이(주인공 브런들의 이름과 파리를 뜻하는 fly를 합친 말)는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끔찍한 괴생명체 중 하나다.

 

브런들이 파리 괴물로 변신하는 장면은 장장 3개월 동안 촬영되었으며 총 8단계로 나누어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말인즉슨, 파리로 변해가는 인간을 표현한 모형을 8개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최종 단계의 모형은 허물이 벗겨지듯 무너지는 인간의 신체를 표현해야 했기에 가능한 비대칭적이고 일그러진 모습으로 제작되어야 했다. 이 징그럽고 끔찍한 파리 괴물 덕에 ‘플라이’는 미학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기념비적인 공포 영화로 남게 되었다.

 

 

7. 폴터가이스트 (Poltergeist), 1982 – 1991.06.01 국내 개봉

출처: Metro Goldwyn-Mayer

 

‘폴터가이스트’는 영화 초반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안도케 한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가족들과 ‘폴터가이스트’를 같이 볼 생각은 접어두는 것이 좋다. ‘폴터가이스트’는 한 가정집에서 일어나는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보여주며 집을 안락한 공간이 아닌 공포의 공간으로 한순간에 뒤바꾼다. 웰메이드 공포영화로 손꼽히지만, 출연 배우들의 잇따른 죽음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원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진두지휘 아래 ‘폴터가이스트’에는 한 번 보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 끔찍한 장면이 탄생했다. 그것도 컴퓨터 그래픽 없이 말이다. 극 중 초심리학자로 등장하는 마티는 거울을 통해 얼굴의 살이 전부 녹아내리는 환상을 보게 된다. 피부가 녹아내리면서 세면대에 살점이 뚝뚝 떨어지고 피가 흥건하게 남는 이 장면을 위해서 스티븐 스필버그는 미리 제작된 흉상 밑에 쪼그려 앉아 손으로 직접 흉상 얼굴 부분의 피부를 긁어냈다고 한다. 스필버그의 열연 덕에 이 장면은 단 한 테이크로 촬영을 마쳤다는 여담이 있다.

 

 

8. 괴물 (The Thing), 1982 – 1983.12.25 국내 개봉

출처: Universal Pictures

 

‘괴물’은 1982년 6월 함께 개봉한 ‘E.T’와는 전혀 다른 외계인의 이미지를 관객들에게 심어준 영화다. 2주 먼저 개봉했던 ‘E.T’에서 가슴 따뜻한 감동을 느낀 관객들은 남극을 탐사하는 탐사팀이 끔찍하게 생긴 외계 생명체에게 공격당하고 잡아먹힌다는 내용의 ‘괴물’을 보며 외계인에 대한 인식을 바꿨을 것이다.

 

이펙트 디자이너 롭 보틴은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 괴물들을 구현하기 위해 휴식도 반납하며 작업했다고 한다. 그가 만들어낸 괴물들은 수많은 촉수들을 가지고 있으며 숙주의 얼굴과 함께 뚝뚝 떨어지는 살점이 특징인 끔찍한 외형을 가지고 있다. ‘괴물’에서 가장 끔찍한 장면인 ‘체스트 촘프 (chest chomp)’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서 실제 두 팔을 절단한 사람을 고용했다고 한다. 거기에 사실감을 위해 배우들의 조형을 잔뜩 만들어놨다고 하니, 제작진의 프로의식이 대단했다. 체스트 촘프 장면에 이어 외계 생명체로 변신하는 ‘괴물’의 한 장면은 상상력이 가미된 특수 분장이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를 보여주었다고 평가받는다.

 

 

9. 에이리언 (Alien), 1979 – 1987.10.01 국내 개봉

출처: 이십세기폭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은 SF 호러 영화의 표본이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임팩트를 가져온 작품이다. 여전사의 대표주자 리플리를 탄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끔찍하면서도 경이로운 외형을 가진 외계 생명체를 대중들에게 선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제작되었던 에이리언의 디자인은 ‘에이리언’의 아버지라 불리는 HR 기거의 작품으로, 이후 개봉한 많은 SF 호러 영화들이 ‘에이리언’을 참고해 외계 생명체를 제작했다.

‘에이리언’은 개봉한 지 40년이 다 되어가는 영화지만, 사람의 흉부에서 에이리언이 튀어나오는 장면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명장면 중 하나다. 작지만 끔찍하게 생긴 외계인이 케인의 가슴을 뚫고 나오는 장면이 아직까지 회자되는 것은 놀라운 특수 분장 때문만이 아니다. 케인을 연기한 존 허트를 제외하고 당시 출연진들은 에이리언 모형만 봤을 뿐, 실제 어떻게 촬영되는지를 현장에서 처음 목격했다고 한다. 영화에 나오는 경악한 표정은 연기가 아닌 배우들의 실제 표정이었던 것이다. 촬영이 끝난 이후 리들리 스콧 감독은 놀란 배우들을 다독이고 원성을 듣느라 시간 꽤나 보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