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분명 영화관은 많은데 막상 영화관을 찾으려면 볼만한 영화가 없다. 갈수록 상업영화 상영 비중이 늘면서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영화를 보고자 하는 관객들의 발길을 어렵게 만든다. 다양성 영화로 불리는 이들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먼 거리의 영화관을 찾아야 하거나 그마저도 퐁당퐁당 상영으로 선택의 여지를 좁힌다. 2017년 개봉한 영화 중 관객들의 많은 발길이 이어지지 못해 아쉬운 영화를 꼽아봤다. (기준, 10/28 영화진흥위원회 누적 관객수 3만 이하)

 

 

 

1월 –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26,552명)

 

<이미지: (주)누리픽쳐스>

 

감동 실화를 토대로 집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영화다. 버스킹으로 살아가는 마약중독자가 우연히 발견한 길고양이와 함께 하면서 삶의 희망을 얻고 두 번째 인생에 다가서는 과정을 담아냈다. 구구절절 사연보다 제임스와 밥의 교감에 집중해 힐링이 필요한 이들에게 넉넉한 마음의 위로를 건넨다. 또한 실제 사연의 주인공 고양이 밥이 출연해 말이 필요 없는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홀린다.

 

 

 

2월 – 미인어 (4,270명)

 

<이미지: (주)라이크 콘텐츠>

 

모처럼 만나는 주성치표 코미디, 배우 주성치는 볼 수 없지만 감독 주성치가 전하는 유머는 여전하다. 2016년 1억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중국 영화 사상 최초로 흥행 수익 30억 위안(한화 약 6천억 원)을 돌파했다. 츤데레 재벌가와 절세미인어의 판타지 로맨스는 다소 유치할 수 있으나 특유의 생뚱 맞고 능청스러운 유머는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단짠단짠 스토리 속에 환경보호의 메시지까지 전한다.

 

 

 

3월 – 분노 (29,176명)

 

<이미지: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이상일 감독이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두 번째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1년 후, 과거를 알 수 없는 세 남자와 그들을 의심하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범인을 추적하는 전형적인 전개 방식에서 벗어나 모호함에서 오는 불신과 나약한 본성이 빚어낸 불안한 관계를 집중해서 반복하며 압도적인 긴장을 끌어낸다. 빈틈없는 연출은 물론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들의 명연기가 일품이다. 가까운 사람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의 고통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4월 – 런던 프라이드 (13,130명)

 

<이미지: 영화사 진진>

 

1984년 마거릿 대처 총리의 석탄산업 구조조정으로 위기에 몰린 석탄노조는 파업 투쟁을 벌인다. 이때 마크를 주축으로 한 성소수자 모임에서 노조를 위한 모금에 나서고 연대의 손길을 내민다. 지금보다 훨씬 보수적인 시대였기에 연대는 처음부터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영화는 핍박받는 공동체라는 것 외에는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연합이 화합하는 과정을 유쾌한 감동으로 그려냈다. 현재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소재, 귀를 흥겹게 하는 80년대 팝 음악의 향연, ‘셜록’의 앤드류 스콧을 비롯해 반가운 영국 배우들까지, 웃고 울리는 재미와 감동을 얻기에 충분하다.

 

 

 

5월 – 꿈의 제인 (24,874명)

 

<이미지: (주)엣나인필름, CGV아트하우스>

 

독립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 조현훈 감독의 데뷔작이다. 가출 소녀와 트랜스젠더의 특별한 만남을 통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애정 어린 시선과 기묘한 위로를 건넨다. 꿈과 현실이 모호한 전개에도 영화가 전하는 특별한 위로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이런 불행한 인생 혼자 살아 뭐 하니. 그래서 다 같이 사는 거야’, ‘우리 죽지 말고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등 우울한 현실의 정곡을 찌르는 대사가 오래도록 잔상에 남는다.

 

 

 

6월 – 24주 (4,040명)

 

<이미지: 영화사 진진>

 

낙태가 합법이라고 해도 고뇌의 무게는 가벼워지지 않는다. 낙태가 합법인 독일에서 출산을 앞둔 코미디언이 연거푸 난관에 직면하면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이야기다.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임신 중절의 고민을 현실적인 시각으로 접근해 강렬한 드라마로 만들어냈다. 아스트리드가 겪는 고통스러운 갈등과 고뇌는 윤리와 종교의 문제로 판단하기에는 무거운 책임과 아픔이 뒤따른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아스트리드의 입장에서 혹은 여성의 입장에서 임신과 출산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7월 –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 (9,008명)

 

<이미지: (주)티캐스트>

 

날 것 그대로의 불완전한 청춘의 방황을 담은 영화다. 폭력과 가난에 짓눌렸던 스타의 일상은 제이크를 만나면서 변한다. 미국 대륙을 떠돌며 잡지를 판매하는 크루에 합류해 자유로운 청춘을 만끽하기 시작한다.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의 세 번째 칸 수상작이며, 자연광과 헨드헬드로 포착한 거리의 청춘은 불완전해도 자유로운 에너지로 가득하다. 다소 긴 러닝타임은 약점이지만,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사샤 레인의 힙합 매력이 강렬하다.

 

 

 

8월 – 아키라 (10,574명)

 

<이미지: (주)에이원엔터테인먼트>

 

30년 만에 정식 개봉한 ‘아키라’는 21세기에 찾아온 20세기 애니메이션이다. 독창적인 상상력과 역동적인 영상은 지금 봐도 시간의 공백을 느낄 수 없다. 제3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도쿄에 건설된 ‘네오도쿄’를 배경으로 정부의 비밀 실험을 둘러싼 10대 폭주족과 반정부군의 이야기다. 1988년 개봉 이후 일본 흥행 성적과는 반대로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한 반응을 불러왔고 수많은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 때문에 어디선가 본듯한 장면을 찾아내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9월 – 여배우는 오늘도 (16,712명)

 

<이미지: (주)메타플레이>

 

올해 들어 한국 영화에서 점차 사라지는 여성 캐릭터의 부재를 걱정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배우가 있다. ‘박하사탕’과 ‘오아시스’를 시작으로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 잡은 문소리다. ‘여배우는 오늘도’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적은 예산으로 만든 3편의 단편이 모인 영화다. 데뷔 18년 차 배우로서, 가족의 일원이자 여성으로서 애환과 소박한 일상을 낙천적인 유머로 담아냈다. 재치 넘치는 대사가 연발하는 영화 속 장면들은 애드립이 아닌 감독 문소리의 꼼꼼한 연출에서 비롯됐다. 개봉 당시 동료 배우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의 응원을 받았다.

 

 

 

10월 – 잇 컴스 앳 나잇 (8,813명)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공포를 유발하는 대상이나 장치가 없어도 충분한 긴장을 주는 영화가 있다. 전염병이 창궐한 세상에서 스스로 외부와 격리하고 통제된 삶을 살아가는 가족의 집에 외부인이 침입하면서 고요한 일상이 흔들리는 이야기다.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죽게 한 전염병의 근원이 아니다. 일상을 잠식한 미지의 공포에서 발현된 불신과 불안, 이기심이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과정을 담아내는데 주력한 영화다. 영화의 결말은 그러한 메시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