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민폐는 이제 그만!?

 

by. Jacinta

 

최근 들어 영화 속 여배우의 역할에 관심이 높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영화에서 남성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드라마도 사정은 비슷하지만, 영화보다는 좀 더 선택과 행동의 폭이 넓은 편이다. 극 중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거나 남다른 개성으로 시청자들 사로잡는 여성 캐릭터는 누가 있을까. 할로윈을 맞아 미스터리 혹은 공포 컨셉의 드라마에서 활약하는 캐릭터를 모아봤다.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피어 더 워킹데드: 열혈 엄마 ‘매디슨’

 

<이미지: AMC>

 

 

‘워킹데드’에 여전사 갓캐롤과 매기가 있다면, ‘피어 더 워킹데드’에는 열혈 엄마 매디슨이 있다. 전투력으로 따지면 워킹데드의 두 사람에 비해 한참 부족하지만,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강인한 마인드를 갖고 있다. 특히 과감한 결단력은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던 이유다. 때때로 타인의 삶을 망치기도 했지만, 괴로움과 양심의 가책을 질질 끌고 가진 않는다. 매디슨의 거침없는 행보는 시즌 3에서 활짝 꽃 피운다. 새로 정착한 목장에 삶의 터전을 꾸리기 위해, 이후 거처를 옮긴 댐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그녀의 아들 닉이 넌더리를 칠 정도로 인정사정없는 선택을 한다.

 

 

 

아이 좀비: 요리계의 뇌섹녀 ‘리브’

 

<이미지: CWTV>

 

남 부러울 것 없는 레지던트 리브는 우연히 참석한 선상 파티에서 뜻하지 않는 사고를 당하고 인생이 뒤바뀐다. 일정 간격으로 뇌를 먹지 않으면 난폭해지는 좀비로 변한 것이다. 리브는 안전한 방법으로 뇌를 구하기 위해 검시소에 취직, 신원미상 시체들의 뇌를 먹기 시작한다. 아무리 먹고 싶은 뇌라도 그냥 먹으면 허전하다. 좀비 고백에도 쿨하게 반응하는 검시관 라비 덕분에 갖가지 방법으로 조리한 뇌 요리를 먹을 수 있게 됐다. 단, 먹음직스러운 비주얼로 탄생한 뇌 요리를 먹으면 두 가지 변화가 나타난다. 먼저 죽은 이의 성향으로 변해버려 주변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한다. 한편으로는 죽기 전 기억이 떠올라 클라이브 형사의 수사를 도우며 자신을 좀비로 변하게 한 진실을 추적한다.

 

 

 

기묘한 이야기: 내가 지켜줄게 ‘엘(일레븐)’

 

<이미지: 넷플릭스>

 

브래너 박사의 비밀 실험에서 탈출한 일레븐은 마이크네 집 지하실에서 살기 시작한다. 일레븐에게 마이크와 친구들은 고맙고 소중한 존재다. 새롭게 사귄 친구들은 ‘엘’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그동안 자신을 이용하려 했던 어른들과 다르게 지켜주려고 애쓴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능력을 가진 엘이 친구들을 지켜주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불량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절벽에서 구해준 것은 소소한 편이다. 다른 차원으로 끌려간 윌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고 친구들과 기약 없는 작별을 선택한다. 27일 공개된 두 번째 시즌은 1년 후의 이야기로 엘이 어떤 모습으로 친구들을 만날지 궁금하게 한다.

 

 

 

엑소시스트: 반전 있는 여자 ‘안젤라’

 

<이미지: 넷플릭스>

 

안젤라는 딸이 수상한 낌새를 보이자마자 토마스 신부를 찾아간다. 아무리 딸을 걱정하는 마음이 앞선다고 해도 신부를 찾는 것은 평범한 선택이 아니다. 또한 대개는 꺼리기 마련인 구마 의식도 망설이지 않는다. 이전까지 구마 의식을 경험한 적 없는 토마스 신부보다 더 적극적이다. 대체 안젤라는 무엇 때문에 가족들의 불편한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일까. 비밀은 바로 1973년 ‘엑소시스트’에 있다. 안젤라의 정체는 악령에 빙의된 모습으로 충격을 안겨주었던 소녀 레건이었던 것이다. 악몽 같은 기억에서 벗어나고자 이름까지 바꾸며 살아왔지만, 악령은 쉽사리 놓아주지 않는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던 안젤라의 비밀은 영화와 드라마의 기막힌 연결점이 되며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페니 드레드풀: 남자들을 향한 복수 ‘릴리’

 

<이미지: 쇼타임>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창조한 괴물 존 클레어를 위해 병에 걸려 죽은 브로나를 부활시킨다. 덕분에 가난한 매춘부였던 고통스러운 지난 삶을 잊고 릴리가 되어 두 남자의 사랑을 받지만 만족스럽지 않다. 보호라는 명분으로 자신을 옥죄는 프랑켄슈타인을 속여 무도회에서 만난 도리언 그레이에게 떠나고 나서야 본격적인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여자들을 성적 노리개로 이용하는 남자들을 향해 거침없는 복수를 펼치는 악의 화신이 되어 여성들을 이끈다. 도리언이 멈칫할 정도로 피비린내 나는 처형을 감행했던 릴리의 욕망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지만, 다시 과거의 삶으로 돌아갈 일은 없어졌다.

 

 

 

그림: 막장의 씨앗 ‘애들린드’

 

<이미지: NBC>

 

애들린드는 잘 나가는 변호사이자 마녀 헥센비스트다. 자신의 정체를 알아본 닉을 괴롭히기 시작하면서 능력을 잃고 복수심에 불타 악행의 강도를 높이지만, 사라진 능력은 쉽게 돌아오진 않는다. 문제는 애들린드의 사라진 능력이 모든 막장의 원흉이 된 것이다.(물론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특히 아빠가 다른 두 번의 임신은 혼란스러운 관계를 부채질한다. 첫 번째 임신은 연인 관계를 맺던 레너드 서장의 아이였는데 왕족과 모종의 거래로 결탁하면서 닉의 아이까지 갖게 된다. 닉의 능력을 제거하기 위해 줄리엣으로 변신했던 밤 두 번째 임신을 하게 된 것이다. 이후 그동안 본의든 타의든 악행을 일삼았던 애들린드는 마녀의 삶을 끝내기로 한다. 대신 애들린드가 친 사고를 수습하려던 줄리엣이 헥센비스트가 됐다.

 

 

스크림 퀸즈: 나만 제일 소중해 ‘샤넬 오벌린’

 

<이미지: FOX>

 

대학 내 사교클럽 카파에 입성하면 극강의 이기주의를 경험할 수 있다. 클럽 회장 샤넬 오벌린에게 세상의 중심은 그녀 자신이다. 캠퍼스를 활보하는 살인마의 연쇄살인에도 꿈쩍하지 않으며, 희생자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오직 채드와의 관계 진전에 목매며, 샤넬#6가 된 헤스터와 원치 않는 경쟁을 하기도 한다. 너무도 본인 위주의 사고방식은 결국 살인 누명으로 이어져 가족에게 버림받고 모든 것을 잃게 하지만 결코 주눅들 사람이 아니다.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 되어 무죄가 증명되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와 먼치 총장이 설립한 병원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물론 죽음의 그림자도 다시 시작된다.

 

 

 

리버데일: 쿨내 진동 악녀 ‘셰릴’

 

<이미지: CWTV>

 

셰릴은 전형적인 부잣집 악녀다. 오직 오빠 제이슨만 소중하고 다른 사람에겐 철저히 무관심하다. 그런데 집을 떠난다던 오빠 제이슨이 시체로 발견된다. 일부러 거짓 실종신고까지 했던 터라 오빠의 죽음은 충격이다. 작은 도시 리버데일을 발칵 뒤집은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셰릴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주변 사람을 적절히 이용한다. 베티의 도움을 받으면서 뒤통수를 치기도 하지만, 현실을 인정하는 태도는 매우 쿨하다. 블로섬 가문의 진실을 깨닫은 후, 셰릴이 택한 행동은 그러한 성향이 단적으로 드러난 예다. 대체로 전형적인 비호감의 행보를 이어왔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