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레드써니

 

 

마크 웹 감독의 차기작 <리빙보이 인 뉴욕>이 곧 개봉한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마크 웹 감독은 로맨스 영화의 뻔한 공식을 벗어난 <500일의 썸머>로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에 진출했다. 팬들의 기대를 받으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맡았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반응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스파이더맨’의 부진을 씻고 다시 개성 있는 연출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올가을 두 편의 드라마로 돌아온 마크 웹 감독의 영화를 다시 한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21세기 로맨틱 코미디의 혁명 <500일의 썸머>

 

<이미지: 팝엔터테인먼트>

 

<500일의 썸머>는 마크 웹 감독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작품이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21세기 재림이라고 불릴 정도로 할리우드 로맨스 영화의 한 획을 그었다. 2009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공개돼 큰 인기를 끌며, 제6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 코미디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지금은 대세 배우가 된 조셉 고든 래빗과 주이 디샤넬이 연인으로 출연해 제목 그대로 500일 동안의 사랑과 이별을 보여준다. 시간 순서대로 진행하는 것이 아닌 좋았을 때와 나빴을 때를 대비하는 전개 방식으로 연애의 환상을 과감히 벗겨냈다. 조셉 고든 래빗의 사실적인 연기와 인형 같은 외모의 주이 디샤넬의 매력이 환상적인 호흡을 이룬다. 음악을 좋아하는 ‘톰’의 마음을 대변하는 주옥같은 8090 팝송으로 가득한 OST도 영화만큼이나 큰 인기를 끌었다. ‘썸머’의 이중적인 의미를 암시하는 엔딩은 영화 속 명장면으로 꼽힌다.

 

 

 

마크 웹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 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이미지: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500일의 썸머>가 성공한 뒤, 많은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마크 웹을 주시했다. 그러던 중 소니는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마무리하고 리부트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그를 낙점한다. 저예산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만든 감독에게 1억 달러 이상의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를 맡긴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500일의 썸머>에서 보여 준 연출력이라면 블록버스터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으로 예상했다. 마크 웹 감독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메가폰을 잡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은 영화 팬들이 걱정보다 환호성을 질렀던 것은 이 때문이다.

팬들의 들뜬 기대 속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공개되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 특유의 화려한 액션과 마크 웹 감독의 장기인 캐릭터 묘사와 로맨스는 대규모 예산의 영화임에도 녹슬지 않은 연출력을 증명했다. 하지만 스튜디오의 기대에 못 미친 흥행 성적과 평가는 당초 3부작으로 계획했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2부작으로 마감하게 했다. 마크 웹 감독은 블록버스터에서도 안정적인 연출력을 보여줬으나 <500일의 썸머>에서 보여준 독특한 개성이 사라졌다. 그의 다음 행보가 고민되는 시기였다.

 

 

 

드라마로 돌아오다 <어메이징 메리>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마크 웹 감독은 블록버스터 외출을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온다. 다음 작품 <어메이징 메리>는 적은 예산이지만 감독의 이야기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드라마다. 영화의 원제는 ‘기프티드’(Gifted)’이지만 전작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의식해서인지 <어메이징 메리>로 제목을 바꿔 개봉했다. 영화는 해변가 마을에 사는 삼촌 프랭크와 7살 천재 소녀 메리의 이야기다. 크리스 에반스는 지구를 지키는 ‘캡틴 아메리카’에서 조카를 지키는 ‘캡틴 삼촌’으로 돌아와 진지한 연기를 보여준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옥타비아 스펜서도 의미 있는 존재감을 보여줬지만, 이 영화를 빛나게 한 주인공은 뭐니 뭐니 해도 아역배우 멕케나 그레이스다. 관객들을 조카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마법 같은 연기력은 제목 그대로 어메이징하다.

<어메이징 메리>는 연출이나 이야기보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더 눈에 띄는 작품처럼 보인다. 하지만 블록버스터의 부담감이 사라진 마크 웹 감독이 다시 자유롭게 영화를 만든 듯한 느낌도 전해진다.

 

 

 

다시 한 번 로맨스 <리빙보이 인 뉴욕>

 

<이미지: 더쿱>

 

<500일의 썸머> 이후 마크 웹 감독이 다시 한번 로맨스로 돌아왔다. <리빙보이 인 뉴욕>은 뉴욕에 사는 ‘토마스(칼럼 터너)’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신비한 동물사전 2>에도 캐스팅되면서 주목받는 영국 배우 칼럼 터너와 관록의 제프 브리지스, 피어스 브로스넌 그리고 <언더월드>의 히로인 케이트 베킨세일이 출연한다. 영화 속 분위기나 여러 가지가 <500일의 썸머>의 잔상이 느껴진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서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는 걸까? 운명적인 사랑을 갈구하는 평범한 뉴요커 토마스에게 어떤 로맨스가 시작될까. 마크 웹 감독만의 로맨스 DNA 감성으로 로맨스를 꿈꾸는 관객들을 매료시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