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달씨

 

 

벌써 6개월 전이다.

<에이리언: 커버넌트> 정킷 행사에서 감독과 주·조연 배우들의 인터뷰를 마친 다음 날, 20세기 폭스의 하반기 작품 설명회가 마련됐다. 여러 작품 중 가장 많은 배우가 참석하고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인터뷰에서 오고 간 질의응답을 소개한다.

 

 

 

우선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다른 말이 필요 없는 영화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이번 작품은 촬영 현장부터 생생한 현장감을 더하려는 욕심을 느낄 수 있었다. 감독과 주연을 소화한 케네스 브래너는 참여한 배우들에게 감사의 말과 더불어 작품의 세세한 부분과 의미를 설명하며 원작과 영화에 내재된 인간관계와 갈등을 생각하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기도 했다.

 

 

Shot with DXO ONE Camera

 

 

Q1) 유명한 작품에 자신의 비전을 투영해 영화화한 소감은?

케네스 브래너(이하 ‘케네스’): ‘애거서 크리스티’와 같은 위대한 스토리텔러의 작품에는 사건뿐 아니라 상실, 슬픔, 복수 등 마음 깊숙이 내재된 감정도 담겨 있다. 따라서 사건과 캐릭터를 함께 그리며, 이를 표현하는 배우들이 각자 처한 상황에서 미스터리를 풀어가면서 인간성을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Q2) 기차 세트 자체가 주는 매력은?

케네스: 기차 세트는 신나고, 화려하고, 로맨틱하고, 치명적이며, 빠르고, 위험한 곳에 고립되어 있다. 폐쇄공포증을 일으킬 듯한 한정된 공간에서 인물들은 자신의 용기를 시험당하고 두려워할 수 있다. 이런 점이 드라마와 갈등을 그리는데 효과적이고 훌륭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안팎으로 유연한 환경이 되었다.

 

Q3) 실제 기차를 사용했는가?

케네스: 맞다. 이스탄불 역에서 기차가 출발하는 장면을 찍고, 서리에 있는 촬영장에서 기차가 유고슬라비아 지역을 지나가는 듯한 모습을 촬영했다. 발전한 영화 기술과 실제 철로를 사용했는데, 이런 환경에서 실제로 멀미 같은 걸 느끼기도 했다.

 

 

Shot with DXO ONE Camera

 

 

배우들에게 질문들이 시작되자 웃음과 함께 한결 편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Q4) 기차 세트에 들어섰을 때 어떠했는가? 세트가 연기에 몰입하는 데 어떤 효과를 주었는지, 실제 미스터리를 증폭시켰는지 궁금하다.

조시 게드: 기차 세트는 정말 황홀했다. 얼마 전 실제 오리엔트 특급 열차를 이용했는데, 미술팀이 작업한 섬세한 세트장은 정말 비현실적으로 정교하며 정확하게 재현했다. 우리는 이런 세심함이 켄(케네스 브래너)의 비전을 제대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비밀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겉보기와 다른 무엇인가 더 있다. 또한 한정된 공간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무언의 작용을 한다. 설사 숨길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해도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누가 범인인지 혹은 살인범과 같은 기차를 탔다는 미스터리를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촬영하는 동안 실제로 기차가 지나가는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실제 기차에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우리 뒤에 지나가는 영상은 몇 시간 동안 촬영한 풍경 영상이었다. 기차가 움직이고 산이 보이는 환경은 진짜 기차를 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이미지: IMDB>

케네스: 기차 세트에서 처음 촬영할 때 LED 스크린에 다양한 자연환경을 촬영한 영상을 틀었다. 그랬더니 촬영이 끝난 후 다들 멀미를 하더라. 하루는 세트에서 촬영하고 있는데 쉬는 동안 스크린 영상은 계속 돌아갔다. 그때 진짜 기차를 탄 것처럼 세트에 앉아 풍경이 지나가는 모습을 봤다. 재미있는 것은 나만 그랬다는 게 아니다. 이처럼 우리가 어디 있는지 잊을 정도로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Q5) 기차 세트에서 촬영하는 것에 불편한 점은 없었는가?

주디 덴치: 이 영화가 정말 대단한 것은 모두가 한 공간에 있었다는 것이다. 요즘은 세부 파트별 촬영이 주를 이룬다. 그러다 보니 가끔 프리미어 행사에서 출연한 배우와 마주쳐 “안녕? 여긴 어쩐 일이야?”, “나 이 영화 출연해!”라고 주고받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항상 세트에 모두 모여 있어 어느 순간 기차 세트 주변 풍경이 영상이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진짜 기차를 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환경 덕분에 모든 배우가 촬영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정말 행운이라 생각한다.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Q6) 동료 배우 중 오리엔트 특급열차를 함께 타고 싶은 사람은?

루시 보인턴: 조시 게드.
올리비아 콜먼: 주디. 이러면 날 고르지 않으실까? 그리고 데이지.
주디 덴치: 난 조시 게드.
페넬로페 크루즈: 나도 주디라고 하고 싶었는데… 데이지.
윌렘 데포: 마라완..
조시 게드: 나 고른 사람들. 데이지. 주디!!! 여러분 제가 첫날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세요? Dame(훈장을 받은 여성에게 붙는 직함) 주디 덴치가 아니라 Damn(빌어먹을) 주디 덴치라고!
마누엘 가르시아 룰포: 저도 주디.
데렉 자코비: 난 게이 아이콘이 된 조시.
마라완 켄자리: 제 이름 불러서는 아니에요. 윌.

 

 

 

Q7) 아주 오래전 발간된 책이다. 책 내용 중 어떤 부분이 현대 사회에서도 의미가 있고 관객들에게 어필할 만하다고 생각하는가?

케네스: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과 함께 논의할 기회가 있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정신을 유지하면서 대중이 놀랄 수 있는 부분을 몇 가지 포함하길 희망했다. 그중 하나는 캐릭터에 접근하는 방법이다. ‘눈에는 눈’이라는 방식의 ‘복수’가 과연 관객들이 수긍할 수 있는지 의문도 제기하려 했다. 배우들이 캐릭터를 그저 머리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가장 크게 놀랐던 점은 애거서 크리스티가 수많은 감정을 깔아놓은 이 작품에서 마이클 그린(각본가)이 캐릭터의 깊이와 상실의 경험이라는 공통된 감정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사용한 타자기

 

 

Q8) 오랜 기간 사랑받은 소설이다. 변화나 놀라움을 주고자 한 부분 또는 배경에 변화를 준 것이 있는가?

케네스: 제작 초기 작업은 원작에서 즉흥적으로 변화를 주거나 뒤집어 볼 만한 부분, 캐릭터의 정보를 줄 만한 부분을 찾는 것이었다. 또한 배우나 캐릭터가 끌릴 만한 것들을 찾았다.

윌렘 데포: 시작부터 전부 거기 있었다. 거대한 세계와 앙상블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정확한 자리를 찾아 그 세계에 사는 것이었다. 이미 주디가 말했듯이 다들 함께 하며 훌륭한 대본을 가이드로 삼아 캐릭터를 찾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영화는 복수, 행동에 대한 판단, 전략을 다루는 방법 등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Q9) 프로덕션 디자인이 정말 훌륭하다. 준비하는 데 힘든 점이 있었다면?

케네스: 훌륭한 디자이너가 참여해 영화가 다뤄야 하는 물리적인 공간을 잘 파악해냈다. 기차든 자동차든 비행기든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이 시대에 ‘여행’의 세부적인 것에 집중하며 여행의 풍경을 즐겁게 만들어 냈다. ‘특급 열차’ 여행이 줄 수 있는 세부적인 경험을 구현하고자 노력했다.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Q10) 배우들에게 어떻게 영감을 얻으라고 권했는가? 대본에만 충실했는지 아니면 책과 대본을 모두 참고했는지?

케네스: 둘 중 어떤 것이든 됐다.

마누엘 가르시아 룰포: 둘 다 봤지만 대본에 좀 더 충실했다. 다른 분들이 말했다시피 캐릭터에 쉽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대본에 더욱 충실했다는 게 맞을 듯하다.

데이지 리들리: 당연히 책을 읽었다. 일단 오디션 때문에 대본을 먼저 읽었고, 대본과 책을 번갈아 보면서 더 많은 것을 찾고자 했다. 처음 오디션을 봤을 때, 켄과 도덕성과 그 잣대에 대해 이야기했다. 흥미로운 건 촬영이 계속될수록 내가 미스터리 영화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감정적인 장면이 많았다는 것이다. 도덕적 잣대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이 영화가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이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다른 상황이라면 또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얼마 전 다시 원작을 읽었다. 인터뷰를 복기한 후에 원작을 떠올리며 영화 전반을 상상해 보았다. 추리소설을 근간으로 하고 있기에 범인을 쫓는 시선의 흐름이 주를 이루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데이지 리들리가 말했듯이 ‘복수’라는 감정을 동화시켜 원작을 읽고 영화를 본다면, 갈등 관계에서 오는 스릴러 영화의 긴장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모처럼 나온 추리 영화이자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한 영화다. 노련한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어떤 긴장을 조성하며 극을 이끌지 궁금하다. 적어도 프레스 현장의 느낌으로는 주디 덴치와 데이지 리들리가 핵심 인물이 되지 않을까. 물론 영화를 보면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