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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은 언제쯤 아카데미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을까?
written by 카일 뷰캐넌
translated by Tomato92
마블 스튜디오는 금손으로 유명하지만, 금빛 트로피와는 인연이 없다. 아카데미 트로피는 업계에서 인정받는 업적이지만 어째서인지 좋은 평가의 영화를 쏟아내고 있는 마블 스튜디오가 가져간 적은 없다. 코믹스 영화에서 아카데미 수상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비록 사후 수상이긴 하지만 히스 레저가 ‘다크 나이트’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작년 개봉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분장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마블이 연이어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그들은 과연 수상의 영예를 얻을 수 있을까?
2008년 ‘아이언 맨’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7편의 MCU 영화가 탄생했으며, 아카데미에는 9번이나 후보로 올랐다. 마블이 오스카와 어떻게 지내왔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이 어떤 부문에서 경쟁해 왔는지 살펴야 한다.
여태까지 가장 손쉽게 후보로 올랐던 부문은 ‘시각효과상’이다. ‘아이언 맨’과 지난해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로 총 두 차례 후보로 지명됐다. 마블 스튜디오의 MCU가 시작되기 전, 2004년에 개봉한 ‘스파이더맨 2’가 시각효과상을 가져간 이래 이 부문에서 코믹스 영화가 수상한 일은 없다. 지난 10년간 아카데미는 작품상에 오른 영화 중에서 시각효과상을 주는 경향을 보였다. 작품상 후보로 지명된 적 없는 마블이 시각효과상 수상까지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다.
마블 역사상 처음으로 ‘아이언 맨’이 ‘음향편집상’ 후보에 들었으나 이후에는 영 감감무소식이다. 이 부문에는 액션 영화가 종종 후보로 올랐기 때문에 슈퍼히어로 영화도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2008년 ‘아이언 맨’이 ‘다크 나이트’에 패한 이후 아카데미는 코믹스 영화에 적대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후보로 지명하지 않았다. 이후 히어로 영화는 이 부문에서 종적을 감췄으며, 마블이 일류 기술자들과 협업한다 할지라도 후보 진입조차 드문 일이 되어버렸다. 앞으로 음향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특별한 작품이 나오지 않는 이상 후보에 오르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음은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그나마 체면치레한 ‘분장상’이다. 2014년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분장으로 놀라움을 선사하며 마블 최초로 분장상 후보에 올랐다. 사실 이때 수상까지 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시 트로피는 틸다 스윈튼의 노인 분장이 인상적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가져갔다. 정말 잘 해낸 하나의 분장으로 훨씬 더 폭넓은 작업이 필요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이기는 경우는 종종 있어왔다. ‘철의 여인’과 ‘라비앙 로즈’는 주인공의 절묘한 분장 하나로 분장상을 수상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특출난 분장만으로 작품상에 도전했다면 수상은 꿈도 못 꿨을 것이다. 대신 가장 경쟁이 약한 부문을 노리며 마블은 한 번도 이루지 못한 성과를 냈다.
마블이 올해 내놓은 3편의 신작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Vol.2’, ‘스파이더맨 : 홈커밍’, ‘토르 : 라그나로크’는 아카데미 후보에 오를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뒤에 언급한 두 영화는 시각효과상 후보에 들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 부문에는 ‘덩케르크’,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블레이드 러너 2049’가 거의 후보로 확정 지어진 상황이다. 올해 가장 먼저 출격한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Vol.2’가 나머지 자리에 파고들 가능성이 제일 높으며, ‘분장상’ 후보에도 도전해볼 여지는 충분하다. 폼 클리멘티에프가 연기한 맨티스, 엘리자베스 데비키가 연기한 금빛의 아이샤 등 다양한 캐릭터의 훌륭한 분장으로 어떻게든 후보까지는 오르겠지만, ‘다키스트 아워’에서 윈스턴 처칠로 분한 게리 올드만을 이기고 수상하기는 역부족이지 않을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한 명의 훌륭한 분장이 모든 걸 좌지우지한다.
2018년에 출격할 두 편의 영화를 보면 아직 수상의 희망은 남아있다. 우선 마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영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가 있다. 끊임없이 수놓아질 슈퍼히어로식 연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로 만들어낸 대규모 스케일의 액션 씬들은 아카데미로 하여금 마블이 지난 10년간 이루어낸 성과를 인정하며 상을 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능성이 더욱 높다 생각하는 작품은 내년 2월 개봉 예정인 ‘블랙 팬서’다. 기존에 개봉한 영화에서는 볼 수 없던 장르적 요소로 가득한 이 영화는 마블이 발 한 번 담그지 못한 ‘의상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아카데미에 두 차례나 후보로 올랐던 루스 E. 카터가 코스플레이어들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회원들까지 감탄케 할 와칸다 왕국의 의상을 도맡았다. 의상상은 보통 전통적인 의상이 돋보이는 작품에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지난 2년간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와 ‘신비한 동물사전’의 대규모 블록버스터가 이 상을 가져갔다. 이는 ‘블랙 팬서’의 수상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수상을 염원해온 마블과 카터에게도 정말 좋은 징조가 아닐까.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on Vulture: In Praise of Steve and Dustin’s Unlikely Stranger Things Friend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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