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이번 겨울도 연말연시 특수를 노리는 대작들의 결전이 예상된다. 유명 배우들과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영화들의 공세에도 일찌감치 해외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아 국내 개봉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영화도 많다. 명성 있는 감독과 배우의 협연, 또는 독특한 소재로 개봉만을 기다렸던 작품 중에서 국내 개봉이 얼마 남지 않는 영화를 모아봤다.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가 언제쯤 개봉하는지 살펴보자.
1. 세 번째 살인 (12월 14일 개봉)

따스한 감성의 가족 영화로 마니아층을 확보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이다. ‘태풍이 지나가고’를 끝으로 당분간은 가족 영화를 연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법정 스릴러로 돌아왔다. ‘세 번째 살인’은 마지못해 범행을 자백한 살인범을 맡은 변호사가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이야기다. 후쿠야마 마사하루, 야쿠쇼 코지, 히로세 스즈가 변호사와 살인범, 피해자의 딸로 출연했다. 특유의 잔잔한 화법으로 묵직하게 파고드는 메시지는 역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역량을 느끼게 한다는 평이다. 일본 개봉 당시 흥행 수익 10억 엔을 돌파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2. 고스트 스토리 (12월 개봉 예정)

올초 선댄스 영화제에서 찬사를 받은 ‘고스트 스토리’가 마침내 국내 개봉을 확정했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남자 C와 연인을 잃고 슬픔에 빠진 여자 M의 이야기다. 극히 절제된 대사, 차분한 영상으로 연출한 영화는 일반적인 로맨스 문법에서 벗어나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패턴의 영화가 질리는 관객에게 독창적이며 애틋한 감성이 충만한 ‘고스트 스토리’는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다.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루니 마라, 케이시 애플렉은 데이빗 로워리 감독의 2013년작 ‘에인트 뎀 바디스 세이츠’에서 함께 작업한 적이 있다.
3. 패터슨 (12월 21일 개봉)

뒤늦은 개봉이 반갑기만 한 영화다. 짐 자무쉬 감독의 두 번째 디지털 영화 ‘패터슨’은 아카데미의 선택은 받지 못했지만 평론가들의 찬사가 이어진 작품이다. 아담 드라이버가 뉴저지 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 역을 맡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시로 옮기는 패터슨의 모습에서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전하며 잔잔한 울림을 준다. 짐 자무쉬 감독의 유머가 녹아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연말 대작들 틈에서 따스한 여운을 주지 않을까.
4. 프리 파이어 (12월 개봉 예정)

‘하이-라이즈’에서 독특한 연출 스타일을 선보인 벤 휘틀리 감독의 범죄 영화다. 이번 영화도 멀티캐스팅이다. 브리 라슨, 샬토 코플리, 킬리언 머피, 샘 라일리, 아미 해머, 잭 레이너가 무기 거래 현장에서 무차별 총격전에 휘말리는 인물에 캐스팅됐다. B급 감성의 코믹 액션에 가까운 영화로 2016년 토론토 영화제에 공개되어 미드나잇 매드니스 부문 관객상을 수상했다. 다만 끊임없는 총격전과 영국식 유머는 호불호의 엇갈리는 반응으로 이어졌다.
5. 두 개의 사랑 (12월 개봉 예정)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영화가 한 해 두 편이나 개봉하게 될까. 지난 7월 개봉한 ‘프란츠’에 이어 ‘두 개의 사랑’이 연말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프란츠’에서 클래식한 감성 멜로를 보여줬던 오종 감독은 다시 특유의 도발적인 화법으로 돌아왔다. ‘두 개의 사랑’은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쌍둥이 형제와 위험한 관계를 나누는 여자의 이야기다. 우울증으로 정신과를 찾은 클로에와 사랑에 빠지는 의사 폴, 그리고 숨겨진 동생 루이의 아슬아슬한 관계를 그린 심리 스릴러다. 자극적인 내용만큼이나 다소 센 수위의 장면이 등장한다. ‘영 앤 뷰티풀’의 마린 백트가 다시 한번 오종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6. 다운사이징 (겨울 개봉 예정)

인구 과잉과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이즈를 줄인다는 기발한 설정이 눈길을 끄는 영화다. 맷 데이먼, 크리스틴 위그, 크리스토프 왈츠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출연하고, 할리우드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흥미로운 소재의 사회 풍자 코미디 ‘다운사이징’은 베니스영화제에서 공개되어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오는 12월 북미에서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국내 개봉도 확정돼 ‘인간축소프로젝트’를 담은 1차 예고편이 공개됐다.
7. 플로리다 프로젝트 (2018년 1월 개봉 예정)

각종 영화제에 공개되어 찬사가 이어지고 있는 영화다. 2015년 아이폰으로 찍은 ‘탠저린’으로 화제를 모은 션 베이커 감독의 신작으로 디즈니랜드 앞 모텔촌에 사는 아이들의 특별한 여름이야기다. 천진난만한 표정의 아이들과 매혹적인 색감의 스틸컷만 본다면, 어떤 영화인지 쉽사리 짐작할 수 없지만 미국의 어둡고 씁쓸한 이면을 고민하게 하는 영화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관객들을 웃고 울리는 아이들의 연기에 따스한 시선을 덧입혀 그려냈다. 2018년 아카데미 다크호스로 꼽히며 국내에서는 내년 1월 개봉 예정이다.
8. 아이, 토냐 (2018년 2월 개봉 예정)

DC의 할리 퀸과 마블의 윈터 솔져가 만났다. 최근 내년 2월 개봉이 확정된 ‘아이, 토냐’는 미국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킨 토냐 하딩의 실화를 옮긴 영화다. 올림픽을 앞두고 라이벌 낸시 케리건을 해치려 한 혐의로 한순간에 몰락한 토냐 하딩의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를 담았다. 그동안 연기력보다 외모로 주목받은 마고 로비가 희대의 피겨 악녀로 완벽하게 변신했으며, 세바스찬 스탠이 공격을 사주받은 전 남편으로 출연했다.
9.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2018년 2월 개봉 예정)

‘판의 미로’에 이어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평가받는 영화다. 베니스영화제 공개 당시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받으며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으며, 아시아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1960년대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정부의 비밀 실험실에서 일하는 언어장애인 여성과 괴생명체의 특별한 로맨스를 담았다. ‘내 사랑’에서 쉽지 않은 장애 연기를 보여준 샐리 호킨스는 이번에는 대사 한 마디 없이도 감탄을 자아내는 연기를 선보이며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북미보다 늦은 내년 2월 개봉이 일찌감치 확정됐다.
10. 다키스트 아워 (개봉 시기 미정)

‘어톤먼트’, ‘안나 카레니나’를 연출한 조 라이트 감독의 신작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침공으로부터 영국을 구해낸 윈스턴 처칠 총리의 실화를 옮긴 영화다. 처칠의 일대기가 아닌 전쟁 중에 영국 수상이 된 처칠의 이야기다. 연기력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게리 올드만이 윈스턴 처칠을 연기하며, 릴리 제임스와 벤 멘델존,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등이 또 다른 실제 인물로 출연한다. 지난 1월 타계한 명배우 존 허트를 대신해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의 로널드 픽업이 네빌 체임벌린 역을 연기했다. 오는 22일 북미에서 개봉할 예정이며 국내에서도 곧 개봉 소식이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