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갈수록 배우들의 인기에 기댄 가벼운 스토리의 영화가 넘친다. 실감 나는 액션은 정교한 CG의 결과물이고, 인물들은 농담 섞인 말장난을 주고받는다. 영화를 재밌게 보면서도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모든 것을 잊게 된다. 이처럼 두 시간 동안 소비되기만 하는 요즘 영화 트렌드에 질린다면, 오락적인 재미 이상의 쾌감과 여운을 남기는 추억의 영화로 돌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그 시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으로 감동을 줬던 영화를 모아봤다. (*시리즈 영화 제외)
1. 더 록(1996) – 폭풍간지! 전설의 액션영화

마이클 베이의 연출작 중 최고로 꼽히는 액션 영화다. 2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압도적인 액션과 서스펜스, 한스 짐머의 웅장한 음악이 일품이다. 또한 탄탄한 각본을 더욱 빛낸 배우들의 연기도 환상적이다. 요즘 영화에서 악역 캐릭터가 볼거리 이상의 감흥을 주지 못하는데 반해 에드 헤리스가 연기한 하멜 장군은 충분한 설득력과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 에어 포스 원(1997) – 고공 액션의 진수

공중납치 소재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영화다. 대통령이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된 비행기에서 굴복하고 탈출하기는커녕 당당하게 맞서고 제압한다는 영웅담을 그렸다. 미국 우월주의가 뻔한 장치에도 긴박감 넘치는 구성은 오락 영화로서 매력을 드러낸다. 오랜 시간 각종 영화에서 액션 영웅으로 나섰기 때문일까. 해리슨 포드는 경비행기 조종으로 입방아에 오른데 이어, 최근에는 교통사고 현장에서 운전자를 구조한 일화로 화제가 되었다. 이쯤 되면 일상도 영화 같은 배우다.
3. 롱 키스 굿나잇(1996) – 기억상실 첩보영화의 원조

산악 액션의 진수를 보여준 ‘클리프행어’의 레니 할린 감독과 ‘델마와 루이스’로 연기 정점을 찍은 지나 데이비스의 두 번째 영화다. 전작 ‘컷스로트 아일랜드’의 참담한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기억을 잃은 여성 요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첩보 액션 영화를 만들었다. 다소 아쉬운 개연성에도 지나 데이비스의 시원시원한 액션만큼은 몰입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다만 너무 시대를 앞서간 설정 탓일까. 절치부심의 각오로 만든 이 영화마저 흥행에 실패하면서 두 사람은 할리우드 주류에서 밀려났다.
4. 트루 라이즈(1994) – 유쾌한 코믹 액션

‘터미네이터’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코믹 첩보 액션으로 다시 만났다. 가족에게 정체를 숨기는 첩보요원의 우여곡절 해프닝을 시원한 액션으로 그린 영화다. 여기에 공포 영화로 스타덤에 오른 제이미 리 커티스가 의외의 섹시한 매력을 선보이며 찰떡같은 호흡을 선보인다. 코미디와 액션이 잘 짜인 드라마는 다시 봐도 어색하지 않은 재미와 감동을 준다.
5. 스피드(1994) – 짜릿한 쾌감의 스피드 액션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생생한 속도감이 일품인 영화다. 단순한 스토리에도 박진감 넘치는 구성은 지루할 틈이 없다. 촬영 감독 출신의 얀 드봉이 연출을 맡아 전 세계적으로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영화의 엄청난 성공 덕분에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은 오늘날의 톱스타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속편이 나왔으나 키아누 리브스가 빠진 데다 버스에서 배로 바뀐 설정은 흥행 가속도를 얻기에 부족했다.
6. 페이스 오프(1997) – 홍콩 누아르 감성과 만난 스릴러

오우삼 감독이 할리우드로 건너가 만든 영화 중 최고로 꼽히는 영화다. 원수의 얼굴로 바뀐다는 신선한 설정과 세련된 연출, 설득력 있는 스토리 전개, 뒤바뀐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를 이루며 액션 영화 이상의 감동을 준다. 특히 거울을 사이에 두고 총구를 겨누는 장면은 이 영화의 매력을 단번에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7. 쉬리(1999) –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작

남북한의 분단 현실을 스펙터클한 첩보 액션과 감성적인 멜로로 담아내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한 영화다. 당시 한국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실제 무기를 사용한 시가지 액션과 특수효과는 새로운 영화를 원했던 관객들의 니즈를 제대로 정확히 반영했다. 600만이라는 기록적인 흥행 성적은 물론 한국 영화는 ‘쉬리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쉬리’가 미친 파급력은 대단했다. 이후 철저한 기획과 투자 유치로 제작된 영화가 나와 성공하면서 오늘날의 상업영화 시스템이 자리 잡은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