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스크린셀러’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유명 소설의 영화화 시도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개봉을 앞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잘 알다시피 추리 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생전 수많은 작품을 남긴 애거사 크리스티는 지금까지도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가 되고 있다. 이처럼 유명 작가의 소설은 한 작품에 그치지 않고 여러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로 옮겨진다. 여러 작품에 원작자로 이름을 남긴 유명 작가들은 누가 있을까.
1. 존 그리샴

영화 – 펠리칸 브리프, 야망의 함정, 의뢰인, 타임 투 킬, 레인메이커 외
1990년대 존 그리샴은 출판계를 넘어 할리우드의 흥행 보증수표 같았다. 법정 소설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후 그의 작품은 자연스럽게 영화로 옮겨졌다. 6편의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제작진도 화려하다. 알란 파큘라, 시드니 폴락, 조엘 슈마허,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줄리아 로버츠, 덴젤 워싱턴, 톰 크루즈, 수잔 서랜든, 매튜 맥커너히, 산드라 블록, 사무엘 L. 잭슨, 멧 데이먼, 더스틴 호프만 등 현재까지도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는 유명 배우들이 출연했다.
소설가로 데뷔한 작품은 ‘타임 투 킬’이지만, 가장 먼저 영화화된 작품은 톰 크루즈가 출연한 두 번째 소설 ‘야망의 함정’이다. 데뷔작 ‘타임 투 킬’은 ‘펠리칸 브리프’와 ‘의뢰인’에 이어 네 번째로 영화화됐다. 배우들의 호연과 미국의 인종차별 현실을 녹여낸 스토리는 지금까지도 명작 법정 영화 중 하나로 꼽힌다. 존 그리샴의 소설은 2003년 ‘런어웨이’를 끝으로 더 이상 영화로 볼 수 없지만, 현재도 꾸준히 소설을 발표하고 있어 이후에도 그의 소설을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2. 스티븐 킹

영화 – 캐리, 샤이닝, 미저리, 스탠 바이 미,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 미스트, 그것 외
드라마 – 헤이븐, 언더 더 돔, 11.22.63, 미스터 메르세데스, 캐슬 록 외
스티븐 킹은 각종 영화와 드라마의 원작자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작가다. 지금까지 수많은 글을 써왔으며 그의 작품은 계속해서 영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의 첫 소설을 영화화한 ‘캐리’를 비롯해 ‘미저리’,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 ‘미스트’ 등 일일이 열거하는 것이 의미 없을 정도로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스티븐 킹을 신뢰한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영화만큼은 아니지만 그의 소설을 드라마로 옮기는 작업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4편의 영화와 2편의 드라마가 선보였다.
올해 선보인 작품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북미 공포영화 흥행사를 새로 쓴 ‘그것’과 처음으로 도전한 탐정소설을 드라마로 옮긴 ‘미스터 메르세데스’다. 출간된 지 31년 만에 영화화된 ‘그것’은 공포의 순간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포착해 호평을 받으며 속편 제작이 공식 확정됐다.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정년 퇴임한 형사와 차량 테러 사건을 일으킨 범인의 심리 게임을 담은 작품이다. 브렌단 글리슨, 해리 트레더웨이가 은퇴한 형사와 범인으로 출연해 팽팽한 기싸움을 펼친다. 흡인력 있는 전개로 호평을 받으며 두 번째 시즌이 확정됐다. 한편 ‘그것’에서 페니와이즈를 연기한 빌 스카스가드는 또 다른 소설 원작 드라마 ‘캐슬 록’에도 출연한다.
3. 필립 K. 딕

영화 – 토탈 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블레이드 러너, 스캐너 다클리 외
드라마 – 맨 인 더 하이 캐슬, 일렉트릭 드림 외
필립 K. 딕의 소설은 같은 SF 범주에 있어도 확연하게 다르다. 그의 소설 속 세계는 어둡고 음울한 세기말적 분위기가 팽배하다. 시민들은 거대 기업이나 체제의 지배를 받고, 도시는 혼탁한 공기를 품고 있다. 오래전부터 할리우드는 그의 소설에 눈독을 들였고, 그 결과 여러 작품이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그의 단편을 영화화한 폴 버호벤의 ‘토탈 리콜’은 비평과 흥행 모두 잡았고,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는 저주받은 걸작으로 남았다. 무려 35년 만에 드니 빌뇌브가 연출을 맡은 ‘블레이드 러너 2049’가 선보였지만, 아쉽게도 원작의 운명을 피해가지 못했다. 역시 단편을 원작으로 삼은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란 조합으로 호평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2015년 원작의 명성에 기댄 드라마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선보였지만, 냉담한 반응을 얻으며 조기 종영했다. 이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작품은 아마존 드라마 ‘맨 인 더 하이 캐슬’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과 일본이 승리한다는 가상 역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필립 K. 딕 작품으로 좋은 반응을 얻은 아마존은 2018년 ‘맨 인 더 하이 캐슬’ 시즌 3과 단편집을 옮긴 앤솔로지 드라마 ‘일렉트릭 드림’을 공개할 예정이다.
4. 존 르 카레

영화 – 추운 곳에서 온 스파이, 침묵의 살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모스트 원티드 맨 외
드라마 – 나이트 매니저, 리틀 드러머 걸 외
최근 박찬욱 감독이 해외 드라마를 연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다. 플로렌스 퓨와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캐스팅된 ‘리틀 드러머 걸’은 테러를 저지하려는 여배우와 첩보 요원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원작 드라마다. 첩보 소설로 명성을 쌓은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6부작 드라마로 선보일 예정이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로 유명한 존 르 카레의 소설은 1965년 이후 꾸준히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그의 소설 속 스파이는 대체로 끊임없이 현실을 고민하는 고독한 이미지가 강하다. 냉전시대 이중간첩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유작 ‘모스트 원티드 맨’, 톰 히들스턴의 화보 같은 매력이 넘치는 드라마 ‘나이트 매니저’ 등 그의 소설을 옮긴 작품 속 주인공은 한결같이 쉽게 해소할 수 없는 현실의 무게를 갖고 있다.
5. 마이클 크라이튼

영화 –대열차 강도, 쥬라기 공원, 13번째 전사 외
드라마 – 웨스트월드
마이클 크라이튼은 유명한 소설가이자 할리우드에서 폭넓게 활동한 인물이다. 하버드 의과 대학원 시절 필명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해 ‘위급한 경우에는’이란 작품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1971년 엄청난 판매고를 올린 ‘안드로메다의 위기’가 영화화되면서 할리우드에 발을 들였다. 그는 단순히 작품의 원작자로 머무르지 않고 직접 제작에도 참여했다.
‘떠오르는 태양’, ‘폭로’, ‘타임라인’처럼 그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중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는 ‘쥬라기 공원’ 시리즈다. 또한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감독 및 각본가로서 역량도 과시했다. 자신의 소설을 직접 연출한 ‘대열차 강도’와 ‘13번째 전사’,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이색지대’, 각본에만 참여한 ‘트위스터’, 프로듀서로 참여한 ‘ER’ 시리즈 등 마이클 크라이튼은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활용했다. 2008년 암으로 작고한 후에도 할리우드에 미친 영향력은 여전하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는 ‘쥬라기 월드’로 리부트 됐고, ‘이색지대’는 J. J. 에이브람스와 조나단 놀란이 손을 잡은 ‘웨스트월드’라는 드라마로 만들어져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18년이면 영화와 드라마에 남긴 그의 흔적을 다시 볼 수 있다.
6. 조앤 K. 롤링

영화 – 해리포터 시리즈,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
드라마 – 캐주얼 베이컨시, 스트라이크
조앤 K. 롤링은 ‘해리포터’ 시리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며 제작사의 러브콜을 받았다. 그녀의 대표작 ‘해리포터’ 시리즈가 8편의 영화로 제작된데 이어 스핀오프 시리즈 제작도 한창이다. 지난해 ‘해리포터’ 시리즈의 프리퀄 ‘신비한 동물사전’이 선보였는데 조앤 K. 롤링은 처음으로 각본 작업에 도전했다. 영화의 반응은 호볼호가 갈리지만 흥행에 성공하며 속편이 제작되고 있으니 이만하면 성공적이다.
판타지 마법 세계를 다루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지극히 현실적인 세계를 담고 있다. ‘캐쥬얼 베이컨시’는 롤링이 처음으로 성인 독자를 위해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작은 마을에서 지역 의원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후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갈등을 담아냈다. 지난 8월 공개된 ‘스트라이크’는 조앤 K. 롤링이 가명으로 발표한 첫 추리소설을 옮긴 수사 드라마다. 사연 많은 고독한 탐정과 똑똑한 미녀 조수의 콤비 플레이가 시선을 끈다.
7. 히가시노 게이고

영화 – 용의자 X의 헌신, 방황하는 칼날, 백야행, 한여름의 방정식,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외
드라마 – 갈릴레오, 신참자, 잠자는 숲, 변신 외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작가다. 1985년 ‘방과후’로 등단한 이래 추리부터 판타지 소설까지 폭넓은 색채의 작품을 선보이며 매 작품마다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지금까지 수십 편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상당수의 작품이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됐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영상화 작업은 동일한 작품이 매체를 바꿔가며 재생산된다는 특징이 있다.
그의 작품 중 처음으로 영화화된 ‘비밀’은 좋은 평가를 받으며 이후에 드라마로 다시 선보였고,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천재 박사로 등장하는 ‘갈릴레오’는 두 개의 TV 시리즈와 두 편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도 그의 작품은 영화의 좋은 이야깃거리가 됐다. 2009년 그의 작품을 처음으로 영화화한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가 선보인 이후 2012년에는 방은진 감독이 연출한 ‘용의자X’, 2014년에는 정재영과 이성민이 출연한 ‘방황하는 칼날’이 개봉했다. 해당 작품들은 일본 내에서도 영화로 제작됐으며, ‘용의자 X의 헌신’은 중국에서도 영화화되어 인기 배우 왕카이가 주연을 맡았다. 가장 최근 영화화된 작품은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나마야 잡화점의 기적’이며, 2018년 2월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8. 김영하

영화 –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주홍글씨, 소설 영화와 만나다, 살인자의 기억법 외
김영하는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작가 중 가장 대중적인 팬덤을 얻고 있는 작가다. 간결하고 직관적인 문체, 냉소적인 시선, 신선한 소재와 인물이 만난 그의 소설은 특히 젊은 층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1995년 계간지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작가로 등단한 뒤 20년이 넘도록 활동하면서 수많은 소설과 산문집을 출간했다. 해외로도 번역 출간되며 인정받는 그의 작품은 여러 영화와 드라마로 각색됐다.
오늘날 그를 있게 한 첫 장편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가장 먼저 장편 영화로 제작됐다. 작가주의의 길을 걷고 있는 전수일 감독이 각색해 영화로 만들었으나 그리 좋은 반응은 얻지 못했다. 이후 두 편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주홍글씨’, 재능기부 형식으로 제작된 ‘소설, 영화와 만나다’ 등 여러 편의 영화가 만들어졌는데 대중의 호감을 끌어내기에는 부족했다. 가장 성공한 영화는 올해 개봉한 ‘살인자의 기억법’이다. 25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2013년에 출간된 원작이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의 작품은 영화뿐 아니라 TV 단막극과 연극으로도 각색됐으며, 2004년에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각색 작업에 참여해 대종상영화제에서 각색상을 수상했다.
9. 아이작 아시모프

영화 – 아이, 로봇, 바이센테니얼 맨, 나이트 폴
드라마 – 파운데이션
러시아 출신의 미국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SF 작가로 꼽힌다. 20세기 3대 SF 거장으로 불리며 생전에 수백여 권의 책을 낸 다작가로 유명하다. 수많은 책을 남긴 것에 비해 영상화된 작품은 생각 외로 많지 않다.
가장 알려진 작품은 로봇 시리즈를 모티브로 한 윌 스미스 주연의 ‘아이, 로봇’과 단편 ‘이백살을 맞은 사나이’를 원작으로 한 ‘바이센테니얼 맨’이 있다. 원작의 소재를 차용한 ‘아이, 로봇’은 개봉 당시 흥행 성적은 나쁘지 않았으며 속편이 나올 거라는 소식도 들린다. 한편 그의 또 다른 대표작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스타워즈’를 비롯해 여러 SF 작품에 영향을 미쳤으나 영상화 작업은 번번이 실패했다. SF의 시작과 끝이라고 불리는 파운데이션 시리즈가 마침내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지난 6월 ‘다크 나이트’ 시리즈의 각본가 데이빗 S. 고이어와 ‘아바타 2’의 각본가 조쉬 프리드먼이 각색 작업에 참여한다는 보도가 발표됐다. 그동안 여러 차례 무산됐던 영상화 작업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10. 마가렛 애트우드

드라마 – 핸드메이즈 테일, 그레이스
마가렛 애트우드는 캐나다 최초의 페미니즘 작가로 불린다. 1964년 시인으로 등단한 뒤 수많은 시와 소설을 발표하며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캐나다 문학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표 작가로 추앙받으며 드라마 각본, 동화, 평론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트럼프 시대를 맞이해 여러 작품에서 여성의 삶을 다뤄온 애트우드의 작품이 드라마로 제작됐다.
남성 중심의 전체주의 사회를 그린 ‘핸드메이즈 테일’은 상반기 선풍적인 열풍을 모으며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냈다. 또한 주제 의식에 맞는 높은 완성도로 에미 어워드를 석권하며 훌루의 위상을 높이는데도 기여했다. ‘알리아스 그레이스’는 캐나다의 악명 높은 여성 살인범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동명 소설 원작 드라마로 ‘핸드메이즈 테일’ 못지않은 호평을 받았다. 두 작품은 보수적인 가치관에 억눌린 여성의 삶을 조명해 여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