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끊임없이 쏟아지는 영화의 흥행은 보통 수입으로 결정된다. 자본주의 끝판왕인 할리우드에서는 아무리 작품을 잘 만들었다 한들 흥행이 초라하면 배급사의 외면을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며 시리즈로 당차게 시작했더라도 1편이 망하면 속편 제작이 무산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정설을 조금 틀어, 비평은 망했지만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어떤 게 있는지 살펴봤다.

 

 

1. 라스트 에어벤더 (2010)

제작비 : $150,000,000  / 박스오피스 : $319,713,881

출처 : 파라마운트 픽쳐스
출처 : 로튼토마토

 

물, 불, 흙, 공기로 이루어진 4대 제국이 불의 제국 때문에 평화가 깨진 후 새로운 영웅이 탄생한다는 이야기를 그린 ‘식스 센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대작 판타지 영화. 니켈로디언의 전설적인 애니 ‘아바타 아앙의 전설’을 원작으로 한다. 개봉 전부터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져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1억 5,000만 달러라는 제작비 대비 월드 와이드로 3억 1,900만 달러의 성적을 거두며 그나마 체면치레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엉망진창인 전개, 허접한 CG 등으로 개봉 후 비평가 및 관객들의 질타가 이어져 골든 라즈베리 상을 수상했고, 후속편 제작도 무산됐다.

 

 

2. 칵테일 (1988)

제작비 : $11,000,000 / 박스오피스 : $171,504,781

출처 : Buena Vista Pictures
출처 : 로튼토마토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액션 영화 흥행불패 신화를 이어가는 톰 크루즈의 섹시한 바텐더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톰 아저씨의 리즈 시절이었던 만큼 비주얼은 빛났으나 허접하기 짝이 없는 각본 탓에 ‘썩어빠진 돔 페리뇽 박스 같은 영화’, ‘멍청함이 이루 말할 수 없는’ 등의 악평을 받았다. 하지만 1,100만 달러라는 비교적 적은 제작비의 15배 이상인 1억 7100만 달러의 성적을 거두며 크루즈의 몸값은 끝 모르게 올라갔다.

 

 

3. 혹성 탈출 (2001)

제작비 : $100,000,000 / 박스오피스 : $362,211,740

출처 : 20세기 폭스
출처 : 로튼토마토

 

‘비틀쥬스’, ‘배트맨’, ‘가위손’ 등에서 보여준 기괴함으로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던 팀 버튼 감독의 흑역사 같은 영화다. 1968년 개봉한 작품의 리메이크 내지 리부트 정도로 나왔는데, 개봉 후 ‘영혼 없는 영화’, ‘생각 없이 휘갈겨 쓴 각본’ 등의 혹평에 시달려야 했다. 1억의 제작비 대비 3배가량의 성적을 낸 데다 속편을 암시하는 결말로 인해 2편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배급사와의 의견 조율 실패로 인해 무산됐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만난 헬레나 본헴 카터와 연을 맺었으니 아주 흑역사는 아니었을지도? 참고로 같은 작품을 리부트 한 ‘혹성 탈출’ 3부작이 올해 마무리됐다.

 

 

4. 그레이 시리즈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 50가지 그림자: 심연 

1편 제작비 : $40,000,000 / 박스오피스 : $571,006,128

2편 제작비 : $55,000,000 / 박스오피스 : $380,981,543

출처 : 유니버설
출처 : 로튼토마토

 

전 세계 1억 2,500만 부가 팔린 E.L 제임스의 소설이 원작이다. 제작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이 똥을 영화로 만들어?’라는 반응이 대다수였지만 제이미 도넌과 다코타 존슨의 캐스팅 소식이 공개된 뒤 불안은 서서히 기대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예고편 공개 이후에는 거의 폭발적인 반응을 모았으며 커플들의 빅 이벤트 중 하나인 발렌타인데이 개봉이 신의 한 수가 되어 흥행 초대박 기록을 세웠다. 3편 ‘50가지 그림자: 해방’ 역시 북미 기준 내년 발렌타인데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5. 폴 블라트 : 몰 캅 시리즈

쇼핑몰 캅 & 폴 블라트 : 몰 캅 2

1편 제작비 : $26,000,000 / 박스오피스 : $30,000,000

2편 제작비 : $183,293,131 / 박스오피스 : $107,588,225

출처 : 소니 & 콜롬비아 픽쳐스
출처 : 로튼토마토

 

쇼핑몰에 침입한 강도들을 퇴치하는 귀여운 경비원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 세그웨이를 타고 다니는 경비원의 우스꽝스러운 영웅적 치기와 케빈 제임스의 오버스러운 슬랩스틱이 나름 관객들에게 먹히며 전 세계 2억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1편의 비평은 좋게 봐줘서 호불호 정도는 갈렸지만 온갖 저질 개그와 반복된 전개로 나온 속편은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흥행은 두 편 모두 북미에서 선전하며 대박이 났다.

 

 

6. 데블 인사이드 (2012)

제작비 : $1,000,000 / 박스오피스 : $101,758,490

출처 : 파라마운트 픽쳐스
출처 : 로튼토마토

 

3연타 흥행 홈런을 이어가던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의 페이크 다큐 형식에 ‘엑소시즘’ 요소를 집어넣어 개봉한 공포 영화. 당시 연기, 연출, 각본 어떤 부분에서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 하지만 할리우드 기준 100만 달러의 초저예산으로 전 세계 1억 달러의 수익을 거두며 100배 이상을 벌었다. 그저 ‘파라노말 시리즈’가 만들어준 잘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놓았을 뿐인데…

 

 

7. 개구쟁이 스머프 (2011)

제작비 : $110,000,000 / 박스오피스 : $563,749,323

출처 : 소니 & 콜롬비아 픽쳐스
출처 : 로튼토마토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진 스머프 시리즈의 최초 실사 영화. 가가멜의 공격을 피해 도망치다 뉴욕에 상륙한 스머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개봉 이후 ‘이 영화를 보느니 게임을 해라’, ‘평균 이하의 졸작’, ‘스머프들 때문에 화병 난다’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북미에서는 1억 4,000만 달러로 제작비를 조금 넘는 수준에서 그쳤지만 해외에서 4억 달러의 초대박 흥행이 터지며 2편에 이어 3편 제작까지 한 번에 확정됐다. 속편 역시 자국에서는 외면받았지만 해외에서 인기를 끌며 본전은 건졌다.

 

 

8. 고질라 (1998)

제작비 : $130,000,000  / 박스오피스 : $379,014,294

출처 : 소니 & 콜롬비아 픽쳐스
출처 : 로튼토마토

 

존재 자체가 의문투성이인 졸작 오브 졸작. 당시 일본의 대표 괴수였던 고질라를 할리우드에서 최초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개봉 전부터 ‘3부작 드림팀’을 꾸리고 계획에 돌입했으나 모두 떨어져 나가고 ‘인디펜던스 데이’의 롤랜드 에머리히를 새 감독으로 발탁했다. 제작 소식에 수많은 괴수 매니아들이 열광했지만 뚜껑을 연 후의 반응은 재앙에 가까웠다. 감독의 원작 이해 부족으로 인한 조악한 연출, 허무한 전개, 클리셰 범벅 등 당시 흔해빠진 블록버스터보다 못하단 평을 받았다. 1억 3,00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거금을 들여 월드 와이드로 약 3억 8,000만 달러의 성적을 거두며 나름 흥행했다. 하지만 예상 성적보다 한참 못 미쳐 트릴로지는 전면 무산됐다. 이후 2014년에 다시 출격한 고질라 시리즈가 성공적인 행보를 밟으며 관련 속편 두 편이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