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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문제점을 다뤄야 아카데미를 탈 수 있다

written by 마크 해리스
translated by Tomato92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을 열어 줄 아카데미 캠페인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내러티브’란 매우 중요한 요소다. 보통 때 같으면 ‘이제는 받을 때가 됐어’, ‘누구누구의 화려한 컴백’, ‘만장일치의 선택’ 등의 내러티브가 수상으로 가는 지름길이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널드 드럼프부터 하비 와인스타인까지, 2017년은 여느 때와 다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아카데미 수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금부터 내년 3월까지 ‘과연 어떤 뉴스들이 터질 것이냐’이다. 캠페인 그 자체는 아카데미에 진입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됐는데, 앞에서 열거한 많은 내러티브를 모두 압도할 만한 새로운 내러티브가 등장했으니, 바로 ‘현재의 문제점에 대해 말하는 영화’다. 적어도 올해 개봉한 영화 중 대, 여섯 작품은 이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출처 : 유니버설 픽쳐스

 

첫 번째 작품은 지난 2월 개봉한 조던 필 감독의 ‘겟 아웃’이다. 영화는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백인 진보주의자, 인종차별 이슈를 생생히 그렸기 때문에 호러, 코미디, 정치적 장르가 혼재됐다 한들 현실을 동떨어진 내용이라 느껴지지 않는다. 다음은 쿠마일 난지아니의 ‘더 빅 식’이다. 영화는 의료 보험에 관한 뉴스가 거의 3주마다 보도됐던 여름을맞춰 개봉한 것 같다. 그리고 이후부터 좋은 작품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마틴 맥도나 연출의 ‘쓰리 빌보드 아웃사이드 에빙, 미주리’에서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자신을 갉아먹는 성 불평등과 차별에 분노하는 여성을 연기했다. 두 달 전 영화제에서 공개된 이후 와인스타인 사건이 이어지면서, 영화의 선견지명을 호평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에 시상식에서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 언젠가 영화와는 상관없는 한 제작자는 “이 작품은 현재 할리우드에 있는 여성들을 대변하고 있다,”라고 내게 말한 적도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주인공의 나이가 17세라는 사실로 일이 복잡하게 얽히는 매우 독특한 게이 소년의 성장 스토리를 다뤘다. 션 베이커의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사회와 경제의 소외계층에 대한 이야기로 희소성을 가진다. 그리고 이제 곧, 적대적 저널리즘의 본질에 대해 호소하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더 포스트’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1971년과 현재에 관한 얘기를 다룬다.

 

출처 : A24

 

이처럼 영화 외적인 수많은 내러티브는 아카데미 멤버들로 하여금 시상식 역사상 최악의 실수를 반복하는 걸 부추길지도 모른다. 조던 필은 그냥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드는 다섯 번째 흑인인 걸로 끝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89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여성이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든 경우는 고작 네 번뿐이다. 그런 슬픈 역사가 반복되던 중 올해, 한 명도 아닌 두 명의 여성이 강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 주인공들은 ‘레이디 버드’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그레타 거윅과 ‘머드바운드’의 디 리즈 감독이다. 디 리즈가 감독상 후보에 든다면, 이 부문에 이름을 올리는 최초의 흑인 여성이 된다. 그렇다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 폴 토마스 앤더슨의 ‘팬텀 스레드’, 기예르모 델 토로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 후보에서 저 멀리 밀려날 거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올해 ‘킹스 스피치’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다키스트 아워’에서 극 중 대사로 통해 도날드 트럼프의 발언을 힐책한 것 같다는 토론이 오고 가는 지금 시점에, 현재의 문제를 다룬 작품 역시 어느 정도는 중요하다는 걸 시사하고 싶은 것이다.

 

이제 슬슬 비꼬는 투로 어떤 게 ‘아카데미에 적합한 영화’인지, 어떤 점이 너무 신랄하고, 어둡고, 어리석다고 말하며 불평하는 사람들이 등장할 때가 왔다. 아직도 그런 것들이 오래전 세상을 떠난 아카데미 회원들의 취향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 믿는 사람들 말이다. 아카데미 회원들은 아직도 늙은 백인 남성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아카데미를 이끄는 것은 아니다. 말을 조금 바꾸자면, 수상 결과를 좌지 우지 할 만한 ‘핵심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출처 : A24

 

이런 사실은 작년 ‘문라이트’의 수상 장면을 본 사람에게 놀랄 일도 아니다. 소수자를 그린 영화 최초로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시상식의 트로피를 받았으며, 이는 새로운 세계의 질서를 공공연히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여전히 잘 모르겠다면 다음의 말을 곰곰이 잘 생각해 봐라. 아카데미 회원 25퍼센트를 차지하는 약 2,000명의 아카데미 유권자들은 2014년에 새로 뽑혔다. 그들은 나머지 75퍼센트를 이루는 그룹보다 백인과 남성 비율이 현저히 적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재구성할 수 있는 힘, 즉 ‘아카데미에 적합한 영화’를 다시 정의할 수 있는 힘은 이 25퍼센트가 갖고 있다. 이번 시상식이 그 힘을 볼 수 있는 진정한 기회일지도 모른다.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on Vulture: To Win an Oscar in 2017, You Have to Make the Movie That Speaks to the 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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