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바람이 불지 않아도 몸이 꽁꽁 얼 것 같은 날씨다. 내일 더 추울 거라는 매서운 한파는 절로 몸을 움츠러들게 한다. 사건사고를 수사하는 형사에게 혹한의 날씨는 정체가 묘연한 범인만큼이나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외부 세계와 단절시키거나 수사의 속도를 지체시키는 혹독한 날씨에도 진실을 찾겠다는 집념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수사극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를 살펴봤다.

 

 

트랩트 (Trapped, 2018 시즌 2 예정)

 

<이미지: 넷플릭스>

 

한번 눈보라가 시작되면 뱃길도 끊기는 작은 섬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훼손된 시체가 떠오른다. 세 명의 경찰이 마을의 모든 것을 유지하는 작은 마을은 느닷없는 사건으로 발칵 뒤집힌다. 상부에서 파견한 수사관이 올 때까지 사태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악천후로 치닫는 날씨는 세 경찰을 더욱 어렵게 한다.

‘트랩트’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한 수사 드라마다. 기후 현상이 빚은 자연스러운 고립과 한정된 수사 인원은 미궁에 빠진 사건만큼이나 숨 막히는 긴장을 선사하며 섬의 어두운 과거로 이끈다. 사건 자체보다 날씨와 같은 외부적 요인이 사건을 더디게 하는 수사극은 빠른 전개의 미드와 비교하면 답답할 수 있지만, 아이슬란드의 혹독한 겨울 풍경 아래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카디널 (Cardinal, 2018 시즌 2 예정)

 

<이미지: CTV>

 

사람의 발길이 뜸한 한적한 곳에서 얼어붙은 소녀의 시체가 발견된다. 오래전 가출사건으로 마무리되었던 사라진 소녀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당시 수사 결과에 만족하지 못했던 형사 존 카디널은 잔혹하게 살해된 소녀의 시신을 보고 단순 살인사건이 아님을 직감한다. 그는 반강제로 신참 여형사 리즈 델롬과 파트너가 되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한다.

‘카디널’은 캐나다 소설가 자일스 블런트의 소설을 원작으로 미드와 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드라마다. 한겨울의 냉기만큼이나 서늘하고 음울한 분위기가 시선을 사로잡고, 고집 센 베테랑 형사와 원칙주의자 신참 형사의 불편한 파트너십이 극의 흥미와 몰입감을 더한다. 올해 초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시즌 1이 공개됐으며, 2018년 두 번째 시즌이 공개된다.

 

 

윈드 리버 (Wind River)

 

<이미지: 유로픽쳐스>

 

소녀는 고요한 달빛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설원을 맨발로 달린다. 누군가에게 쫓기기라도 한 듯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며 필사적으로 달리지만 소녀의 생명력은 점차 꺼져간다. 야생동물 사냥꾼 코리는 가축을 해치는 짐승을 잡으러 설원으로 나섰다가 눈 속에 파묻힌 시체를 발견한다. 사건 수사를 위해 파견된 신입 FBI 요원 제인의 요청을 받고 지난 사건을 떠올리는 사건 수사를 돕기로 한다.

‘윈드 리버’는 영화 속 배경인 와이오밍주 윈드 리버 지역에서 발생한 범죄에 모티브를 얻은 영화다. 지역 토박이 코리와 외부인 제인의 수사 공조는 영화 속에 드러난 미국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과 묘한 대비를 이루며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시카리오’와 ‘로스트 인 더스트’의 각본을 쓴 테일러 쉐리던은 장르적 쾌감과 메시지를 동시에 풀어내며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하게 한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명탐정 에르큘 포와르는 사건 수사를 의뢰받고 이스탄불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특급 열차에 탑승한다. 그와 함께 탑승한 승객들은 제각각 비밀스러운 사연을 갖고 있어 보인다. 눈사태로 기차가 멈춰 선 날, 자신에게 경호 의뢰를 했던 남자가 기이한 방식으로 살해된다. 이번 기차 여행만큼은 사건과 떨어지고 싶었던 포와르는 어쩔 수 없이 사건 수사에 나서고, 승객들과 차례로 면담을 갖는다.

추리 소설의 고전, 애거사 크리스티의 동명 소설이 1974년 이후 다시 영화화됐다. ‘토르: 천둥의 신’을 연출하고, 영드 ‘월랜더’에서 고독한 형사 이미지를 보여줬던 케네스 브래너가 연출은 물론 직접 포와르까지 연기했다.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하고 호화롭게 공들인 특급 열차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한 소설에 비해 한결 가벼워진 포와르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예상보다 높은 흥행 성적으로 후속편이 확정되어 다음 이야기를 암시하며 마무리했던 포와르의 여정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스노우맨 (The Snowman)

 

<이미지: UPI 코리아>

 

첫눈이 내리면 살인이 시작된다. 강력계 형사 해리 홀은 첫눈이 내린 겨울, 실종사건이 발생하자 연쇄살인범이 다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염려스럽다. 범인은 살해한 여성의 시체를 눈사람으로 만드는 잔혹한 범행 방식 때문에 일명 스노우맨으로 불린다. 그는 동료 캐트린 브랫 형사와 함께 오래전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이번 사건과의 연결고리를 찾아 스노우맨을 검거하려 한다.

‘스노우맨’은 요 네스뵈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렛 미 인’으로 잘 알려진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이 연출을, 마이클 패스벤더가 고독하고 인간적인 형사 해리 홀을 맡았다. 북유럽의 서늘한 겨울 날씨처럼 섬뜩한 살인사건이 누아르적 긴장감을 선사하며, 북유럽의 정취에 빠져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