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레드써니

 

 

작품 속에서 스포트라이트는 주인공에게만 쏟아지지 않는다.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과 좋은 연기로 관객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기는 조연 캐릭터들도 무시할 수 없다. 영화를 더욱 개성 있게 혹은 깊이 있게 각인시키는 씬스틸러의 활약은 영화의 성패를 좌우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올해도 많은 한국영화에서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해 영화를 더욱 풍부하고 흥미롭게 이끌었다. 2017년 어떤 씬스틸러가 관객의 마음을 훔쳤는지 살펴본다.

 

 

‘택시운전사’ 엄태구

 

<이미지: 쇼박스>

 

올해 유일한 천만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씬스틸러가 있다. 바로 <택시운전사>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배우 엄태구다. 광주의 진실을 안고 서울로 향하는 만섭(송강호)과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을 세우고 검문하는 군인 역으로 출연했다. 엄태구는 길지 않은 분량에도 긴장감을 불어넣는 임팩트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송강호와 <밀정>을 함께 한 인연으로 특별출연 했지만, 존재감만큼은 특별출연 이상이다.

 

 

 

‘범죄도시’ 진선규

 

<이미지: 메가박스㈜플러스엠, ㈜키위미디어그룹>

 

청룡영화제에서 감격스러운 수상 소감으로 많은 감동을 준 배우 진선규는 깜짝 히트작 <범죄도시>의 진정한 발견이다. 중국에서 넘어온 신흥 범죄조직 보스 장첸(윤계상)의 오른팔 역을 맡아 완벽한 연기로 소름 끼치면서도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그 결과 흥행 대박에 이어 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영광까지 얻게 됐다. 오랜 무명 세월을 보냈지만, 연기에 대한 꿈을 잃지 않고 묵묵히 달려온 그가 앞으로 다양한 영화에서 <범죄도시>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길 기대해본다.

 

 

 

‘남한산성’ 이다윗

 

<이미지: CJ 엔터테인민터>

 

<남한산성>은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등 충무로 멀티 캐스팅의 끝판을 보여주는 영화다. 기라성 같은 배우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제 할 말을 또박또박 말하는 배우가 있다. 바로 이다윗이다. 그는 극 중 서날쇠(고수)가 아끼는 동생 칠복 역으로 등장해 백성들이 힘들어하고 있음에도 분쟁만 일삼는 당시의 조정을 비판하는 사이다를 날린다. 그의 목소리를 빌어 <남한산성>을 통해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소박한 꿈을 안고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중 목숨을 잃게 되는 장면은 <남한산성>에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하다. 이다윗의 좋은 연기는 당시의 백성, 아니 시대를 대변하는 캐릭터로 볼 수 있다.

 

 

 

‘침묵’ 이수경

 

<이미지: CJ 엔터테인민터>

 

이수경은 <침묵>에서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 임태산 (최민식)의 딸로 나온다. 임태산의 약혼녀이자 새엄마가 될 유나(이하늬)와 불편한 관계 때문에 유나를 살해한 범인으로 지목된다. 철없는 부잣집 딸에서 검사의 질문을 두려워하는 여린 모습까지, 이수경은 영화 속에서 여러 색의 모습을 보여준다. <침묵>은 최민식의 호연이 빛나는 영화임에도 섬세한 감정 연기를 펼친 배우 이수경을 발견한 작품이다. 한편, 이수경은 상반기 개봉한 <특별시민>에서도 최민식과 부녀지간으로 호흡을 맞춘 적 있어 <침묵>에서의 애끓는 부녀 연기가 더욱 와 닿았을지 모른다.

 

 

 

‘보안관’ 조우진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조우진은 <내부자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충무로의 주목할만한 배우로 떠올랐다. 올해만 해도 <더 킹>, <원라인>, <보안관>, <남한산성>, <부라더>와 최근의 <강철비>까지 여러 영화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그중에서 <보안관>의 선철은 밉상스러우면서도 정이 가는 캐릭터다. 마을의 카리스마 대호의 오른팔로 등장해 정감 있는 경상도 사투리와 짜증 섞인 표정 연기로 영화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보안관>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조우진의 코믹 연기를 실컷 볼 수 있는 영화다.

 

 

 

‘더 킹’ 김소진

 

<이미지: (주)NEW>

 

2017 씬스틸러에 <더 킹>의 김소진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속에서 똑 부러진 연기를 선보이며 백상 예술대상부터 대종상, 청룡영화상까지 여우조연상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는 쾌거를 거뒀다. 김소진은 <더 킹>에서 부당거래에 중독된 사회 지도층에 서글서글한 미소로 당당하게 치부를 찌르는 검사로 출연했다. 김소진이 연기한 검사 안희연은 현재 사람들이 원하는 검사의 이상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반기에는 <아이 캔 스피크>에 출연해 위안부 할머니를 돕는 시민단체 인물로 등장해 옥분 할머니의 미국행을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