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배우를 이야기할 때 연기력과 이미지는 꼭 따라붙는다. 출연작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둔다 해도 미흡한 연기와 반복되는 이미지는 대중의 관심을 오래 붙들지 못한다. 따라서 매 출연작마다 변화를 꾀하지 않더라도 배우 인생에 정점을 찍을 수 있는 작품에 도전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올해도 여러 배우들이 새로움에 도전했다. 여배우로서 극한의 액션에 도전한 김옥빈, 잘생긴 외모를 감추고 광대 분장을 한 빌 스카스가드, 화려한 가수 이미지에서 과감히 벗어나 가난한 흑인 소장농의 아내로 변신한 메리 제이 블라이즈 등 도전과 변신은 계속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개봉을 앞둔 작품 중에서 남자 배우들의 변화와 도전이 돋보인다. 그들의 도전은 성공적일까.

 

 

 

인생 연기 ①로버트 패틴슨 – 굿타임

 

<이미지: (주)더블앤조이 픽쳐스 ‘코스모폴리스’>

 

2008년 ‘트와일라잇’으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로버트 패틴슨은 좋든 싫든 지금까지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남긴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사실 시리즈 이후 스타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안톤 코르빈 감독과 협업하며 작가주의 성향의 영화에도 출연했지만 연관검색어처럼 따라붙는 이미지를 완전히 덜어내지 못했다. 역할의 비중에 상관없이 연기 활동을 꾸준히 하는 그는 최근작 ‘잃어버린 도시 Z’에서 탐험가 퍼시 포셋의 여정을 돕는 헨리 코스틴으로 출연했지만, 빼어난 연기를 보여준 찰리 헌냄에 가려 아쉬움을 남겼다.

 

 

<이미지: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오랜 기간 배우로서 이미지 변신을 꾀했던 그에게 마침내 연기 인생에 전환점을 마련할 작품이 찾아왔다. 바로 사프디 형제 감독과 작업한 ‘굿타임’이다. 칸 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되어 찬사를 받은 영화로 은행 강도 후 체포된 동생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로버트 패틴슨은 특유의 창백하고 도회적인 이미지를 지우고, 밑바닥 인생의 거친 삶을 사는 ‘코니’로 변신했다. 언제 어디서든 달리기 좋은 후드 티 차림으로 이전의 말쑥한 모습을 걷어내고 광기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이며 배우 인생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인생 연기 ②게리 올드만 – 다키스트 아워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게리 올드만은 할리우드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한 연기파 배우 중 한 명이다. 최근 개봉한 ‘킬러의 보디가드’에서는 특유의 존재감이 아쉽기도 했지만, 역할과 장르에 상관없이 다양한 작품에서 탁월한 연기력을 펼쳐왔다. 그는 케네디 암살범 오스왈드를 연기한 ‘JFK’로 주목받기 시작해 광기 어린 연기를 선보인 ‘레옹’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후 독특한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인 ‘제5원소’, 실존 인물을 연기한 ‘불멸의 연인’을 비롯해 ‘해리포터’ 시리즈와 놀란 감독의 ‘배트맨’ 삼부작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아쉬움이 있다면 작품마다 좋은 연기를 보여줬음에도 시상식과 인연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지: UPI 코리아>

 

마침내 2012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며 메이저 시상식에 다가선 그는 얼마 전 생애 첫 골든 글로브 후보에 올랐다. 놀라운 특수분장으로 윈스턴 처칠을 연기한 ‘다키스트 아워’에서 역대급 연기라는 호평과 더불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유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게리 올드만의 모습을 찾을 수 없는 특수분장도 놀랍지만, 어떤 이질감 없이 개성 강한 인물을 완벽하게 보여준 그의 연기는 찬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게리 올드만은 내년 1월과 3월에 열리는 두 시상식에서 오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까.

 

 

이미지 변신 ①이병헌 – 그것만이 내 세상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이병헌의 최근 출연작을 보면 어떤 장르가 됐던 남성적인 성격이 짙은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다. ‘남한산성’에서는 실리외교의 주화론으로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최명길로, ‘내부자들’에서는 검은 거래의 희생양이 되어 복수를 꿈꾸는 정치 깡패 안상구로 분했다.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도 카리스마 연기는 계속됐다.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남긴 ‘매그니피센트 7’, 2020년에 스톰 쉐도우로 돌아올 예정인 ‘지. 아이. 조 3’ 등 여러 작품에서 무게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그런 그가 진지하거나 살벌한 이미지를 내려놓고 친근한 캐릭터로 돌아온다.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 역을 맡은 ‘그것만이 내 세상’은 모처럼 이미지 변신에 나선 영화다. 이병헌은 친근하고 소탈한 매력의 속정 깊은 인물로 변신해 그동안 잘 볼 수 없었던 코믹한 연기까지 보여줄 예정이다. 올해 초 개봉한 ‘싱글라이더’에서 기러기 아빠로 등장해 이전보다 일상에 가까운 인물을 연기했지만 흥행 성적은 아쉽기만 했던 터라, 보다 더 친근한 인물을 연기한 ‘그것만이 내 세상’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 결과가 궁금하다.

 

 

이미지 변신 ②후쿠야마 마사하루 – 맨헌트

 

<이미지: ㈜티브로드폭스코리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조각 같은 외모, 스캔들 없는 사생활 관리로 일본의 톱스타 자리를 지키는 배우다. 가수 활동과 연기를 병행하고 있는 그는 작품 속에서 유독 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연기자로서 각인시킨 TV 시리즈 ‘갈릴레오’에서 독특한 성격의 천재 물리학자로 출연, 그만의 지적이고 냉철한 이미지를 잘 끌어내 선풍적인 인기를 낳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함께 한 두 작품에서도 특유의 차갑고 정적인 이미지가 배어있다. 하지만 쉽게 다가서기 힘든 차가움 속에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어 그의 연기는 매번 기다려진다.

 

 

<이미지: ㈜풍경소리>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모처럼 한 달 간격을 두고 두 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최근 개봉한 ‘세 번째 살인’에 이어 오우삼 감독과 함께 한 액션 영화 ‘맨헌트’가 내년 1월 개봉한다. ‘맨헌트’는 오우삼 감독이 모처럼 범죄 누아르에 귀환한 영화로 누명을 쓴 변호사와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의 이야기다. 그는 그동안의 정적인 이미지를 깨고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 연기에 도전했다. 영화의 완성도는 다소 미흡하다는 평도 있으나 카리스마 넘치는 형사 연기에 도전한 그의 새로운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