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2017년을 보내며 수많은 영화 속에서 강렬한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인상적인 연기로 눈길을 끌었던 배우들은 누가 있을까? 특히 연기 경력이 길지 않음에도 선배 배우들 못지않은 연기로 작품을 더욱 흥미롭게 하며 몰입도를 높인 몇몇 배우들의 활약이 눈에 띄는 한 해였다. 탁월한 연기 실력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되는 차세대 배우 7명을 소개한다.

 

 

로건 – 다프네 킨(Dafne Keen)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다프네 킨은 울버린 마지막 영화 ‘로건’에서 돌연변이 소녀 로라를 연기하며 상반기 최고의 깜짝 스타로 부상했다. 이전까지 TV 시리즈 ‘The Refugees’에 출연한 것이 전부임에도 휴 잭맨, 패트릭 스튜어트와 같은 대배우들 사이에서 전혀 기죽지 않는 연기를 뽐냈다. 그뿐이랴 날렵한 액션 연기는 물론 무표정한 얼굴에서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을 오가는 내밀한 심리 연기까지 선보였다. 이후에도 ‘엑스맨’ 시리즈에서 볼 수 있을지 확언할 수 없지만 언제라도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현재는 앤디 가르시아와 영화 ‘Ana’를 촬영하고 있다.

 

 

 

로우 – 가렌스 마릴러(Garance Marillier)

<이미지: Focus World>

 

식인 본능을 소재로 한 영화 ‘로우’는 잔혹한 장면이 많지 않음에도 신경이 바짝 곤두서는 긴장을 멈출 수 없다. 시각적인 자극과 충격보다 인물의 고통스러운 내면에 집중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가렌스 마릴러는 얼핏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저스틴의 미묘한 변화를 짧은 연기 경력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게 포착했다. ‘로우’가 불편한 소재의 영화가 아닌 혹독한 성장통을 담은 영화에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줄리아 듀코나우 감독의 연출을 뒷받침하는 가렌스 마릴러의 예민한 연기가 있기 때문 아닐까.

 

 

 

레이디 맥베스 – 플로렌스 퓨(Florence Pugh)

<이미지: 씨네룩스>

 

플로렌스 퓨는 앞으로의 연기 세계가 무척 기대되는 배우다. 2014년 영화 ‘폴링’에서 두각을 드러내더니 올여름 (국내) 개봉한 ‘레이디 맥베스’에서 무시무시한 연기를 보여줬다. 플로렌스가 연기한 캐서린은 어린 나이에 팔리듯 결혼해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 답답한 생활을 하던 중 억눌린 욕망을 하나씩 일깨우며 격정적인 변화를 맞는 인물이다. 대담한 변화를 단호한 눈빛만으로도 강렬하게 표현한 플로렌스의 연기에 비평가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그녀의 연기를 적극 칭찬했던 박찬욱 감독의 차기작 ‘더 리틀 드러머 걸’에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덧붙여, ‘레이디 맥베스’에는 캐서린을 연기한 플로렌스 못지않은 인상적인 연기를 보인 배우가 있다. 거의 눈빛만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하녀 애나를 연기한 나오미 아키에다. 흥미로운 점은 나오미 아키에 또한 플로렌스 퓨처럼 연기 경력이 매우 짧다. 이쯤 되면 젊은 배우들의 연기를 잘 이끌어낸 윌리엄 올드로이드 감독의 디렉팅 실력이 대단하게 보이기도 한다.

 

 

 

덩케르크 – 핀 화이트헤드(Fionn Whitehead)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잘생긴 군인 옆에 또 잘생긴 군인이 있는 ‘덩케르크’에서 핀 화이트헤드만큼 뚜렷한 인상을 남긴 배우가 있을까. 물론 다른 배우들도 저마다의 족적을 남겼지만, 핀 화이트헤드가 연기한 토미의 강렬한 생존 본능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는 ‘덩케르크’에 출연하기 전까지 3부작 드라마에 출연한 게 전부인데다, 영화에서도 그리 많은 대사를 쏟아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집으로 가겠다는 간절함과 전쟁의 두려움을 담은 눈빛은 모두가 주인공인 영화에서 단연 빛나게 했다. 앞으로 또 다른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그것 – 소피아 릴리스(Sophia Lillis)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그것’에서 베벌리를 연기한 소피아 릴리스는 홍일점이란 사실보다 유독 어른스러운 모습이 먼저 눈에 띈다. 어딘가 성숙해 보이는 외모는 물론이고 친구들을 리드하는 씩씩한 성격까지, 베벌리는 소피아 릴리스에게 찰떡같이 어울린다. 때로는 루저 클럽 친구들의 구심점이 되며 극의 활력을 불어넣은 소피아 릴리스는 연기 경력은 짧지만 어릴 적부터 연기 교육을 받아왔다. 그래서일까. 영화에서 보여준 자연스러운 연기는 캐릭터에 더욱 몰입하게 했다. 영화 ‘그것’ 이후 만날 수 있는 작품은 HBO 드라마 ‘몸을 긋는 소녀’로 에이디 아담스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 – 캐서린 랭포드(Katherine Langford)

<이미지: 넷플릭스>

 

상반기 많은 사람들에게 연속해서 고구마를 던져준 드라마가 있다. 자살한 십대 여학생의 행적을 쫓아가는 드라마 ‘루머의 루머의 루머’다. 자살을 미화한다는 논란도 뒤따랐지만 어른들은 모르는 십대들의 세상과 미묘한 관계 변화, 불안정한 심리를 섬세하게 다루며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이 되었다. 캐서린 랭포드는 쉽게 토로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에 직면해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한나 베이커를 연기했다. 이전까지 단편 작품에 출연한 신인임에도 절절한 감성 연기는 드라마 속 클레이가 그랬듯 시청자들도 계속 쫓아가게 하기 충분했다.

 

 

 

박열 – 최희서

 

<이미지: 메가박스(주)플러스엠>

 

만약 ‘박열’에서 후미코를 최희서가 아닌 다른 배우가 연기했다면 어땠을까. 아니 상상할 수 있을까. 그만큼 최희서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데뷔 후 무명의 시간을 보냈던 아쉬움을 후미코에 쏟아낸 듯한 연기를 보여준다. 실제 일본인 같은 어눌한 한국말 연기를 넘어 자신의 삶과 인생에 주저함이 없는 여성을 그것도 비극의 시대를 배경으로 통쾌하게 드러낸다. 최희서의 연기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아있는 실제 인물을 현실로 끌어낸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아마 올해 한국영화 중에서 가장 진취적인 여성이 아니었을까. 최희서의 생생한 연기로 끌어낸 후미코는 여혐과 홀대가 무성한 한국영화의 보석 같은 발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