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매년 새해가 되면 더 나은 삶을 위한 새해 결심을 다짐하기 마련이다. 연초만큼은 다짐했던 결심을 지키고자 마음을 굳게 먹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런저런 핑곗거리가 생겨나고 굳건했던 마음은 서서히 흔들린다. 그래서 작심삼일이라 했던가. 새해 결심이 흐지부지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에 무심코 본 영화도 있을지 모른다. 어떤 영화가 무엇 때문에 작심삼일을 불러올까. 새해 결심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영화를 찾아봤다.

 

 

 

심야식당

 

<이미지: (주)디스테이션>

 

새해부터 금주를 선언했다면 피해야 할 영화가 있다. 그중 ‘심야식당’은 특히 치명적이다. 매일 밤 자정부터 아침 7시까지 운영한다는 컨셉부터 애주가의 마음을 뒤흔든다. 거기에 손님들의 비밀을 잘 지켜줄 것 같은 믿음직스러운 마스터와 군침 돋우는 그의 음식들, 그리고 수다스럽지만 정겨운 매력이 폴폴 풍기는 단골손님들까지. 애주가에게 심야식당은 집으로 가는 길목에 있었으면 하는 곳이 아닐까. 마스터의 요리를 앞에 두고 이런저런 사연을 풀어놓는 손님들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냉장고 어딘가에 있을 맥주를 찾을지도 모른다.

 

 

 

커피와 담배

 

<이미지: (주)안다미로>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날이 갈수록 흡연자의 설 자리가 사라지는 데다 건강에도 백해무익하기 때문이다. 담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늘면서 이젠 영화 예고편에서도 관련 장면은 뿌연 화면으로 처리되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는 꼭 금연 결심을 해내고 싶다면 짐 자무쉬 감독의 ‘커피와 담배’는 피하도록 하자. 11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영화는 제목처럼 매 에피소드마다 커피와 담배가 등장한다. 각 인물들은 끊임없이 농담 섞인 대화를 주고받으며 한 손에는 커피를, 다른 한 손에는 담배를 들고 있다. 대화의 주제는 달라도 커피와 담배를 손에서 놓지 않는 인물들을 보면 금연 결심이 흔들리지 않을까.

 

 

 

리틀 포레스트

 

<이미지: 영화사 진진>

 

사실 다이어트는 새해뿐 아니라 연중 다짐하는 결심이 아닐까. 겨울이면 겨울대로, 여름이면 여름대로 이유도 다양하고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그중 가장 접근이 편한 다이어트는 식단 조절이다. 평소 먹는 양에서 조금씩만 줄여도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들고 다이어트의 절반을 지나치는 느낌이다. 이럴 때일수록 오감을 자극하는 음식 소재 영화는 피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리틀 포레스트’는 다른 음식 영화처럼 화려하고 자극적인 장면은 없지만, 다이어트 중일 때 보면 위험한 영화다. 고향에서 귀농 생활을 하는 평범한 일상을 담은 영화로 직접 키우고 재배한 재료로 매일 정성껏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이 당장 주방에서 무언가 만들어 먹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영화 속 이치코처럼 혼자 먹기 알맞게 1인분을 만들면 좋겠지만, 요리할 때 손은 꼭 엄마를 닮는다.

 

 

 

리미트리스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공부는 평생 해도 모자라지 않는다. 10대 시절에는 대입 준비를 위해, 이후에는 취업을 위해 배움과 인연을 끊을 수 없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현시대를 살기 위해서는 서글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새해가 되면 외국어와 각종 자격증 도전을 결심하고 학원과 스터디를 나간다. 의지로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이맘때 ‘리미트리스’는 허탈함을 유발할 수 있다. 무능력한 작가 에디가 우연히 약을 먹고 보고 들은 모든 것을 기억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똑똑하게 달라진 모습은 괜히 부럽다. 정말 영화처럼 저런 약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바쁜 시간을 쪼개며 애써 공부에 매달리지 않아도 모든 걸 기억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이미지: (주)퍼스트런>

 

옷장에 늘 옷이 꽉 찼다 해도 계절이 바뀌면 옷이 없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래서 시즌마다 새 옷을 구입하느라 아껴 쓰자는 새해 결심이 흐지부지되기 십상이다. 이처럼 패션은 절약의 결심을 흔들리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사회초년생의 파란만장 스토리를 담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무의미한 쇼핑을 줄여 절약하고자 하는 마음을 뒤흔들 수 있다. 일단 배경부터 화려하다. 명품 브랜드가 즐비한 패션 매거진 사무실은 촌스러운 앤드리아를 빼면 다들 패셔너블하다. 2006년 영화라는 것을 감안해도 세련되게 느껴질 정도다. 게다가 앤드리아도 점차 촌스러움을 벗고 패션 피플로 거듭난다. 영화 보던 중 괜히 쇼핑의 지름신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캐롤

 

<이미지: CGV아트하우스>

 

시작할 땐 설레어도 매번 비슷하게 끝나는 연애의 결말에 질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할 수도 있다. 혼영족, 혼술족, 혼밥족 등 1인 라이프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제대로 즐기는 솔로 생활은 커플 부럽지 않다. 로맨스는 유치하고 오글거린다고 생각하며 솔로 생활을 합리화하고 있다면 이 영화는 조심하자. 2년 전 겨울에 개봉해 관객들의 마음을 황홀하게 사로잡는 영화 ‘캐롤’이다. 케이트 블란쳇의 그윽한 눈빛과 루니 마라의 영롱한 눈빛이 촘촘히 오고 가는 ‘캐롤’은 어떤 수식어로도 형언하기 어려운 벅참 감정을 끌어낸다. 특히 영화의 엔딩에 이르면 즐거운 싱글 라이프를 결심했던 마음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그곳에 사랑에 빠진 표정으로 앉아있는 캐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랑이 어떤 것인지 몸소 보여준다.

 

 

 

라스트 홈

 

<이미지: (주)브리즈픽처스>

 

누구나 나만의 공간, ‘내 집 마련’을 꿈꾼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각종 금융상품에 가입하고 부동산 시세에도 민감하다. 그런데 올라가면 올라갔지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부동산 거래가는 평범한 직장인에게 결코 만만하지 않다. 은행이 사는 건지 내가 사는 건지 몰라도 내 집 마련의 꿈을 꾸고 있다면 ‘라스트 홈’을 보고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보자. 내 집 마련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적어도 태어날 때부터 부자가 아니라면 대출을 떠안고 구입하기 마련인 현재의 시스템을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영화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의 미국 현실을 담고 있어도 철저히 허구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남일 같지 않는 기분은 이 영화가 드러낸 현실이 언젠가 우리에게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