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브로맨스’는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브로맨스는 극의 흥미를 돋우는 양념 같은 역할을 하며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계속해서 브로맨스가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동성 간의 깊은 유대를 터부시했던 문화가 점차 개방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데다 이성보다 동성에게 정서적 친밀감을 더욱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시청자들의 눈과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브로맨스 드라마를 모아봤다.

 

 

 

1. 셜록 – 셜록 & 왓슨

 

이미지: BBC one

 

셜록과 왓슨, 21세기 감성을 입고 부활한 그들은 드라마 속 브로맨스의 최고봉이다. 그런데 스스로 고기능 소시오패스라고 자처하는 셜록을 때때로 츤데레로 변신시키는 왓슨의 조련이 없었다면, 전 세계 셜로키언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을까. 얼핏 보기엔 셜록이 왓슨을 이리저리 농락하고 놀리며 조련시키는 것 같아도 필요하다면 솔직하게 말하는 왓슨은 셜록과 티격태격할지언정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판이하게 다른 두 사람이 영혼을 나눈 것 같은 우정으로 거듭나게 된 것은 핑퐁게임 같은 밀당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장단점을 잘 이해하게 됐기 때문 아닐까.

 

 

 

2. 기묘한 이야기 – 스티브 & 더스틴

 

이미지: 넷플릭스

 

작년 가을 새로운 브로맨스가 탄생했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 2에서 의외의 우정을 나누게 된 스티브와 더스틴이 주인공이다. 우정의 시작은 기묘한 공통점을 갖는다. 스티브는 여자친구 낸시에게 버림받고, 더스틴은 친구들 몰래 데려온 데모도그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두 사람을 연결하는 마이크의 집 앞에서 마주친 이후 풋풋한 우정이 시작된다. 스티브는 형으로서 아낌없는 조언을 건네며 어느새 마이크와 친구들의 보호자로 거듭난다. 시즌 1과 비교하면 개과천선에 가까운 스티브의 변화는 에피소드 마지막에 이르면 진가를 드러낸다. 댄스파티에 가는 더스틴에게 자신만의 비장의 무기를 전수하며 깜짝 변신을 이끌어낸다. 다음 시즌에서도 두 사람의 귀여운 브로맨스가 이어질까.

 

 

 

3.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 – 믹 로리 & 레너드 스나트

 

이미지: CW

 

웬트워스 밀러와 도미닉 퍼셀의 브로맨스는 교도소를 넘어 히어로 세계로 확장했다.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누명을 쓴 형을 구하기 위해 교도소로 들어갔던 마이클(시즌 1)과 마지막 이야기로부터 7년 후 죽은 줄 알았던 동생의 생존 소식을 듣고 교도소로 향하는 링컨(리턴즈), 두 사람은 지구를 지키기 위해 시간 여행에 나서는 히어로로 의기투합했다.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 시즌 1에서 레전드 팀에 합류해 트러블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던 두 사람은 이후 시즌에서는 함께 하진 못하지만 그들의 연결고리는 잊힐만하면 다시 등장한다. 특히 레전드 팀을 떠난 스나트는 빌런으로, 상상으로, 평행세계로 등장하며 로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4. 리썰 웨폰 – 마틴 & 로저

 

이미지: FOX

 

불우했던 가정 환경과 아내의 죽음으로 삶을 거의 방치하다시피 한 마틴 릭스와 심장 수술 이후 건강 관리에 촉각을 세우는 로저 머터프, 상반된 성격의 두 형사를 내세운 수사물 [리썰 웨폰]은 영화에 이어 드라마에서도 통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형사는 웃음과 긴장을 번갈아 가며 극의 흥미를 돋운다. 덕분에 리부트 드라마 중 좋은 평가를 받으며 두 번째 시즌이 순항 중이다. 전형적인 수사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음에도 확실하게 자리 잡은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케미는 유쾌한 매력이 있다.

 

 

 

5. 캐슬 – 라이언 & 에스포지토

 

이미지: ABC

 

비록 주인공은 아니지만 그들이 없었다면 [캐슬]의 재미는 덜했을지 모른다. 라이언과 에스포지토 형사는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캐슬]을 더욱 유쾌하게 하는데 일조했다. 두 사람은 자존심과 라이벌 의식 의식 때문에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때에 따라서는 끈끈한 의리를 과시하며 변화무쌍한 케미를 연출했다. 특히 시즌 7 19화에서 다프트 펑크의 ‘Get Lucky’를 연습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드라마의 종영으로 이들의 케미를 볼 수 없어 아쉽다.

 

 

 

6. 고담 – 펭귄(오스왈드) & 니그마

 

이미지: FOX

 

애증도 이런 애증이 없다. 배트맨 프리퀄 드라마 [고담]에서 펭귄과 니그마는 변화무쌍한 인연을 자랑한다. 시즌 2 8화에서 두 사람의 인연은 훈훈하게 시작했다. 시체를 묻으려던 니그마는 뜻하지 않게 부상을 입고 도주 중인 펭귄을 만나 구해준다. 그렇게 서로의 위기에서 구원자 노릇을 했던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개입하면서 위기를 맞고, 영원할 것 같던 우정은 분노와 배신으로 뒤바뀐다. 이해관계에 따라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드라마답게 두 사람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까.

 

 

 

7. 한니발 – 윌 그레이엄 & 한니발 렉터

 

이미지: NBC

 

[한니발]은 범죄 드라마일까? 멜로드라마일까? 19금 핏빛 장면이 넘실거리는 드라마에서 윌과 렉터 박사의 기묘한 관계는 이상하게 마음을 붙든다. 사건의 자문 관계로 만났던 두 사람은 의사와 환자, 이후에는 범죄자와 추격자로 변화하지만 두 사람 사이엔 뿌리 깊은 유대감이 있다. 렉터 박사는 자신과 닮은 면이 있는 윌을 아슬아슬하게 괴롭히고, 윌은 강하게 밀어붙이기엔 망설임이 느껴진다. 두 사람의 숨 막히는 감정싸움은 시즌 3에서 한니발이 자신을 포기한 윌에게 집착하며 자수하는 대목에서 정점을 찍는다. 두터운 팬덤을 형성했어도 워낙 낮은 시청률에 더 이상의 시즌은 나오고 있지 않지만, 브라이언 퓰러도 팬들도 포기하지 않았다.

 

 

 

8. 슈퍼내추럴 – 딘 & 카스티엘

 

이미지: CW

 

13번째 시즌이 방영되고 있는 미드 [슈퍼내추럴]의 장수 비결은 브라운관을 훈훈하게 물들이는 훈남 배우들의 꿀 케미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초자연 현상이라는 소재도 끌리지만 간지 넘치는 퇴마사 형제 딘과 샘, 그리고 시즌 4에 첫 등장한 천사 카스티엘은 부인할 수 없는 인기비결이다. 특히 윈체스터 형제에게 호의적인 인간적인 천사 카스티엘과 딘의 관계는 팩핀이 나올 정도로 뜨겁다. 천사와 퇴마사라는 포지션과 폭풍간지 비주얼의 브로맨스는 스토리를 바꿀 정도였다. 당초 카스티엘은 잠시 등장할 계획이었지만 인기에 힘입어 극의 중심 캐릭터로 자리 잡으며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9. 화이트 칼라 – 닐 카프리 & 피터 버크

 

이미지: USA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사기꾼 닐 카프리와 융통성 없이 꽉 막혔지만 대쪽 같은 성격의 피터 버크, 두 사람이 없었다면 FBI 수사를 돕는 범죄자의 이야기는 그저 그런 수사물이 되었을지 모른다. 특히 등장만으로도 화면을 눈부시게 하는 맷 보머의 존재감은 말이 필요 없다. 매회 화보를 찍듯 멋스러운 슈트핏을 뽐내며 예술에 능통하며 와인을 즐기는 엣지를 보여준다. 처음엔 닐을 경계하면서도 점차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피터 역시 아내 앞에서는 딱딱한 모습을 벗어던지고 애처가로 돌변해 시청자를 흐뭇하게 한다. 눈도 마음도 훈훈한 두 사람의 꿀 케미는 시즌 6까지 이어졌다.

 

 

 

10. 하우스 – 하우스 & 윌슨

 

이미지: FOX

 

윌슨은 하우스의 유일무이한 친구다. 하우스는 뛰어난 관찰력과 추론 능력으로 병을 진단하는 실력을 뽐내지만, 사회성이 결여된 괴팍한 성격에 평소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윌슨은 독설가 하우스의 짓궂은 장난도 받아주고 때론 의학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유난히 가까운 두 사람을 우정 이상의 관계로 보는 시선도 당연 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두 사람이 진지한 관계를 경계하기 때문이라는 해명을 하기도 했다. 어쨌든 두 사람의 투닥거림은 드라마의 또 다른 재미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