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때때로 현실은 소설이나 영화와 같은 허구의 세계보다 드라마틱할 때가 있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감동을 전하기도 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극적인 실화를 할리우드에서 놓칠 리 없다. 사건 당시의 비하인드와 숨겨진 진실을 알 수 있는 실화 영화는 현재도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그중 2월 개봉을 앞둔 영화 4편을 소개한다.

 

 

 

 

1. 희대의 납치극 – 올 더 머니(All the Money in the World)

 

이미지: 판씨네마(주)

 

1973년 로마, 기네스북에도 등재될 정도로 막강한 부를 가진 J. 폴 게티의 손자가 유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납치범들은 16세 손자를 납치해 1700만 달러라는 역대급 몸값을 요구했지만, 가족에게도 인색한 J. 폴 게티는 단칼에 거절했다. 그에겐 여러 명의 손자가 있었고, 선례를 남길 수 없다는 냉정한 논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 결과 수개월을 납치범에게 사로잡혔던 J. 폴 게티 3세는 한쪽 귀가 잘리고 나서야 겨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구사일생으로 돌아왔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이미 망가진 뒤였다. J. 폴 게티 3세는 이후 술과 약물에 빠져 건강을 해치고, 남은 평생 휠체어에 의존해 살다가 50대의 나이에 사망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희대의 납치사건은 리들리 스콧 감독에 의해 한 편의 부조리극으로 탄생했다. [올 더 머니]는 아들을 구하려는 가족들과 유괴범의 협상이 아닌 J. 폴 게티에게 몸값을 받아내기까지의 고군분투에 가깝다. 따라서 J. 폴 게티의 비인간적인 면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는 인물인 전 며느리 게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두 사람의 팽팽한 신경전은 장르적 재미뿐 아니라 물질만능주의와 탐욕에 물든 현대사회의 병폐를 꼬집으며 간과할 수 없는 메시지를 전한다.

 

 

 

2. 모든 것을 뛰어넘은 사랑 – 오직 사랑뿐(A United Kingdom)

 

이미지: 찬란

 

1947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유학 중이던 세레체 카마는 댄스파티에서 만난 루스 윌리엄스에게 흠뻑 빠진다. 두 사람은 이내 사랑하는 연인으로 발전하지만, 생각보다 큰 반발에 부딪힌다. 그들에겐 쉽게 넘어설 수 없는 견고한 벽이 있기 때문이다. 세레체는 영국보호령 베추아날란드의 왕위를 물려받을 왕자였고, 루스는 평범한 사무직원인 백인 여성이었다. 곳곳에서 인종차별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시대와 신분 차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벽이 두 사람을 가로막고 있었다. 하지만 불 같은 사랑에 빠진 그들은 결혼을 감행하고, 이후 세레체를 대신해 섭정을 맡고 있던 삼촌과 영국 정부에 의해 국외 추방은 물론 왕위까지 포기해야 했다. 비록 시대를 너무 앞서간 금지된 사랑은 시련을 겪어야 했지만, 두 사람은 결혼생활을 포기하지 않았고, 세레체 카마는 1966년 보츠나와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세계의 이목을 주목시킨 실화 로맨스는 끌리기 마련이다. [오직 사랑뿐]은 인종과 신분 차이를 뛰어넘고 열렬한 사랑에 빠진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다만 아름다운 러브스토리에 전적으로 기대는 영화는 아니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아닌 세계적인 파장을 불러온 이후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영화다. 흔들림 없는 견고한 사랑이 버팀목이 되어 주변의 온갖 차별과 부당함을 이겨내는 과정을 촘촘하게 묘사한다. 거기에 안개로 자욱한 영국의 거리와 아프리카의 이국적인 풍경을 담은 빼어난 영상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3. 세계를 뒤흔든 언론 보도 – 더 포스트(The Post)

 

이미지: CGV아트하우스

 

1971년 6월 13일, 뉴욕 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베트남전 발발에 깊숙이 개입한 내용을 담은 최고 기밀문서를 공개했다. ‘펜타곤 페이퍼’라 불리는 막대한 보고서에는 2차 세계대전부터 1968년 5월까지 인도차이나에서 미국이 활동한 내역이 기록되어 있다.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 네 명의 대통령은 문서의 존재를 알고도 은폐해왔다. 뉴욕 타임스는 국방부 소속 군사 전문가로부터 보고서를 입수해 연재 기사로 내보내기 시작했고, 미국 정부는 안보이익에 치명적이라는 이유로 제재를 가했다. 이에 뉴욕 타임스는 보도를 주저했고, 한발 늦게 문서를 입수한 워싱턴 포스트는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닉슨 행정부는 계속해서 제재를 가했지만, 두 언론사가 연합한 법정 투쟁은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언론의 권리를 인정받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뮌헨], [링컨], [스파이 브릿지] 등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영화로 옮기는 작업도 꾸준히 해왔다. 실화를 토대로 한 스필버그의 영화는 다른 장르와 달리 사실적인 연출에 더욱 집중하며 사건이 품고 있는 진실과 메시지를 묵직하게 전한다. 트럼프 집권 1년을 맞는 시기에 나온 [더 포스트]는 감독의 어떤 영화보다 시의적절함을 감출 수 없다. 국가 이익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언론의 역할과 사명감을 조명하며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인 셈이다. [더 포스트]는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장 벤과 최초의 여성 발행인 캐서린이 중심이 되어 고집스럽지만 고뇌 어린 그들의 행보를 묘사한다.

 

 

 

 

4. 최악의 화재에 맞선 소방관 – 온리 더 브레이브(Only the Brave)

 

이미지: (주)코리아 스크린

 

해마다 크고 작은 산불이 많은 미국은 ‘핫샷’이라고 불리는 특수 소방대원이 따로 있다. 그들은 산불이 발생하면 방어선을 구축하기 위해 투입되어 초기 진화에 힘쓴다. 산불이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땅을 파고 나무를 잘라 경계선을 만든 뒤, 바람의 방향을 이용하거나 맞불을 놓은 방법으로 진화 작업을 한다. 현재 미국은 이러한 산불 진화 전문 소방대원이 팀을 구축해 활동하고 있다. 2013년 미국 애리조나주 야넬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걷잡을 수 없는 기세로 맹렬히 타올랐다. 주민 1천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진 가운데 산불은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마을을 넘보고 시작했다. 결국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정예 요원들로 구성된 대원들이 산불 진화 보호 장비를 갖추고 진압에 나섰다.

 

유난히 화재가 잦은 요즘, 2013년 산불 당시 소방대원들의 감동 실화를 그린 [온리 더 브레이브]는 무척 의미심장하다. 영화는 초대형 산불이라는 자극적인 시각효과보다 산불이 일고 있는 최전선에서 묵묵히 자신의 맡은 바에 충실하던 소방대원들의 분투와 노고를 다룬다. [트론: 새로운 시작], [오블리비언]처럼 SF 영화를 연출했던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이전과 전혀 색으로 묵직한 감동과 여운을 전한다. 또한 조슈 브롤린과 마일즈 텔러 등 소방대원을 연기한 출연진들은 사실적인 연기를 위해 훈련캠프에 참여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